- 제주항공, 545억 원에 이스타항공 인수, 당초보다 150억 원 낮아
- 여객기 보유 대수로만 보면 아시아나항공에 근접
- 업황 최악의 상황에서 승자의 저주 가능성, 동반 악화될 우려
제주항공이 재무악화로 파산 직전에 있는 이스타항공을 인수했다.
오늘(2일) 제주항공은 이스타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는 이스타항공 지분 51.17% 모두 매입해 이스타항공 인수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전격적으로 이스타항공 인수 MOU를 체결,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으로 실사에 들어간지 거의 3개월 만이다. 당초 12월 안에 계약을 완료할 계획이었지만 실사 과정이 길어지면서 1, 2월로 두 차례 연기된 바 있다.
항공소식 제주항공, 전격 이스타항공 인수 ·· 규모 아시아나항공에 바짝(2019/12/18)
하지만 제주항공은 당초 이스타항공 지분 497만1천 주(51.17%)를 약 695억 원에 인수하는 것으로MOU를 체결했지만, 실사 결과 가치가 더 낮은 것으로 판단, 당초보다 150억 원 낮은 545억 원에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게 되었다. 지분 취득 예정일은 4월 29일이다.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인수로 명실상부 3위 항공사 자리
이번 인수로 이스타항공을 인수한 제주항공은 명실상부하게 국내 3위 항공사 지위를 더욱 확고히 하게 되었다. 양사 보유 항공기는 69대로 규모로만 보면 아시아나항공(여객기 75대)에 거의 근접하게 되었다.
국제선 여객 점유율(2019년) 기준에서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는 통합 제주항공은 아시아나항공 15.3%에 근접하는 12.6%를 차지하게 된다. 중장거리 노선 구조나 화물 등 사업구조에 있어서 아직 비교할 만한 대상은 아니나 여객 분야 규모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대가 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업황은 사상 최악의 상태다. 작년 일본의 한국 수출 제한으로 촉발된 한일 갈등이 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우리나라 항공업계는 그야말로 초토화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중국을 오가는 항공노선은 거의 끊어진 상태이고 일본 노선에는 최소한의 항공편만 운항하고 있다. 또한 국내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우리나라 국민의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가 70곳을 넘어가면서 항공 수요는 폭감하고 있다. 코로나 위기에도 그나마 버티고 있던 미주, 유럽 등 장거리 노선마저 감축에 들어가고 있어 항공업계 위기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인수로 덩치는 키웠지만 제주항공에게 닥친 위기는 결코 녹록해 보이지 않는다. 현재의 코로나19 사태가 근시일 내에 사그러든다해도 여행심리가 다시 기지개를 펴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고 본다면, 그 기간을 견디지 못할 경우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도 없다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