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롯 배분을 국토교통부가 직접 주관, 항공사 참여 배제
- 신규 항공사 진입 기회 확대, 잔여 슬롯의 50% 범위에서 신규 항공사 배정
- 중국의 슬롯 배분 불평등 관행 겨냥, 상호주의 원칙 강조
국토교통부가 항공 운항 슬롯(Slot) 배분을 직접 관장한다.
서울지방항공청에 위임했던 슬롯 배분 권한을 국토부에서 직접 수행하고 항공사의 참여를 배제할 예정이다.
또한 국제선 슬롯 배분과 관련해 상대 국가에서 국적 항공사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조항을 삽입한다. 업계에서는 슬롯 배분을 자국 항공사 위주로 엄격하게 제한해 우리나라 항공사를 차별하는 중국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법체처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운항시각 조정·배분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만들어 법제처 심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개정안의 가장 특징적인 것은 '운항시각정책위원회' 신설이다. 이 위원회는 △공항별 운항시각 총량에 관한 사항 △운항시각 유보에 관한 사항 △전략운항시각 설정·배분에 관한 사항 △항공기 운항의 인정, 운항시각 배분·조정 기준 및 운항시각 제한에 관한 사항 △운항시각 회수에 관한 사항 등을 결정한다.
현재 슬롯 배분은 서울지방항공청의 스케줄 협의회 '운항시각조정위원회' 논의를 거쳐 이뤄지며 현재는 민간 항공사도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법이 개정되면 민간 항공사는 슬롯 배분 최종결정 과정에서 배제된 '운항시각정책위원회'에서 슬롯 배분이 이뤄진다. 이렇게 되면 현재 운용 중인 KASO(슬롯 관련 공항·항공사 코디네이터 업무)는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국토부의 움직임은 대한항공·아시안항공 통합에 따른 독과점 논란을 우려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거대 통합 항공사가 장거리 노선 등이 독과점 상태가 되면 항공요금이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슬롯 배분, 국토교통부 직접 관장
또한 개정안에는 신규 항공사 진입을 완화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운항시각 배분·조정기준에 '운항시각에 배분하고 남은 운항시각은 남은 운항시각의 100분의 50 범위에서 전년도 같은 운항기간에 정기편 운항이 없었던 신규 노선 정기편에 배분한다'라는 내용을 신설했다. 이는 새롭게 진입하려는 항공사에게도 어느 정도 슬롯 배분의 기회가 확대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남은 운항시각(배분 가능한 슬롯) 가운데 적어도 50%는 신규 진입 항공사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호주의를 명문화했다. 개정안에 '운항시각조정기관은 제 1항부터 제 6항까지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항공운송사업자에 대하여 차별적으로 운항시각을 배분·조정하는 국가의 항공운송사업자에 대해서는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그에 상응하게 운항시각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상대 국가에서 불평등하게 슬롯 배분 등을 제한하는 경우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는 의지라고 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불평등 관행이 심했던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같은 내용의 국토부령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등을 거쳐 빠르면 올 동계시즌(10월 마지막 주 일요일)부터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