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막을 내린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정례회의에서 ICAO는 현재 유럽연합(EU)이 배출권 거래제도에 항공기를 포함하려는 일방적인 입장에 분명한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배출권 거래제도(ETS, Emmissions trading schemes)에 항공기를 포함시키려면 각 국가간 쌍방의 합의 하에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반대입장의 한 이유이다.
앞서 유럽연합(EU) 집행위는 지난해 말 항공기의 급증하는 배출가스를 억제하기 위해 오는 2012년부터 EU 역내에 취항하는 모든 항공사들에 대해 EU 배출권 거래제도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었다.
<< 배출권 거래제도란 >>
배출권 거래제도는 1997년 교토의정서가 채택된 이후에 만들어진 세부 이행방안으로 비용 효율성과 시장원리에 입각한 방식을 가지고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내용으로 교토의정서의 핵심이다.
배 출권 거래 제도를 쉽게 풀이 하자면, 할당된 감축량보다 초과 감축한 기업이나 정부가 초과 감축량에 대한 획득한 판매 크레딧(Credit)을 감축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다른 기업이나 정부에게 판매하는 제도로 구입한 기업이나 국가는 감축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인정받게 하는 제도이다.
미국 교통부 차관이자 ICAO 미국 대표인 Jeffrey Shane 는 기후 변화를 상대하기 위한 배출권 거래제도에는 회원국 모두 찬성입장이나, EU 의 일방적인 제도 시행에는 반대한다고 거듭 언급했다.
한편, EU 국가를 대표해 나선 Luis Fonseca de Almeida 포르투갈 대표는 "이런 ICAO의 결정은 매우 유감스러운 것이며, ICAO 스스로가 교토 의정서에서 주어진 리더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나 IATA 사무총장인 Giovanni Bisignani 는 "각국의 ICAO 대표들은 환경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국제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언급했다.
"EU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배출권 거래제도는 결국 돈에 의해 지도력 혼란을 초래할 것이며, 이는 실망스럽고 무책임한 것이다. 또한 일부 지역(유럽)에서만 배출권 거래제도 시행할 경우,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며 특히 외국 항공사들에 대한 그들(EU)의 일방적인 제도 시행은 명백히 시카고 조약을 위반하는 것이다." 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른 분야에서도 그렇지만 환경 문제에 있어서도 미국의 입장이 종종 다른 국가들과 상충되는 경우를 보게 된다. 교통 의정서에서 합의한 지구환경 보호 계획을 미국은 개발도상국들도 참여해야 하고 철저한 시장논리에 의해 운영되어야 한다며 실제 시행에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도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 교토 의정서 >>
간단히 말하면 환경오염 물질을 줄이고,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이산화탄소(CO₂)의 발생량을 제한하여 지속 가능한 발전(환경 개선)을 하자는 것이다.
주요 내용은 선진38개국들(미국, EU, 일본, 러시아, 뉴질랜드 등)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이산화탄소, 프레온 가스 등 지구온난화 유발 물질 여섯 종류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90년보다 평균 5.2% 줄이는 것이다.
즉 미국은 7%, 유럽연합은 8%등 나라별로 정해진 목표량을 지키지 못하면 제재를 받는다. 반면 개발도상국들은 의무량을 따로 정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이기로 되어 있다.
그러나 지난 2001년 이산화탄소 배출량 1위인 미국이 의정서를 따르지 않겠다고 선언, 배출량 2위인 러시아가 비준을 하지 않는 등 그 효력은 나타나지 않았다. 다행히 2003년 캐나다, 2004년 러시아가 비준에 동의함에 따라 교토의정서는 지난 2005년 2월에 발효됐다.
미국은 막대한 항공 교통량을 가지고 있는 바, 만약 배출권 거래제도에 항공기 부문을 포함시킬 경우 상당한 피해를 받으리라는 계산이 미국을 비롯한 ICAO 회원국의 속내에 깔려있는 것이다. EU 의 배출권 거래제도에 항공기를 포함하는 것이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합리적으로 보이긴 하지만 방법적인 측면에서 일방적인 시행이라는 불합리성을 또한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다가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이 현실을 타개할 마땅한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딜레마에 빠져있는 것이다.
어쨌거나 세계는 지금 환경보호가 곧 미래라는 생각으로 지구환경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 기준으로 세계 9위 규모라고 하니 교토 의정서 협약이 2013년 우리나라로 화살을 돌리게 되면 그 여파는 가히 상상을 초월할 지도 모른다
항공기가 내뿜는 온실가스의 배출량은 전체 배출량의 약 1.6% 정도라고 하니 당장은 큰 몫을 차지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향후 지속적인 항공 교통량 증가로 인해 그 악영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추세를 유럽연합은 배출권 거래제도라는 환경개선 프로그램을 통해 억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인데, 다만 그 시행 방법에 있어서 다른 나라의 입장이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시도가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나라의 우려를 사고 있는 것이다.
항공분야에 있어서도 활발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항공기 제작사는 연료 효율성이 높은 항공기를 개발함으로써 연료 소모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으며, 항공사들 또한 최적의 항로를 선정, 고도를 맞추고 항공기의 자체 무게를 낮추는 등 연료 절감을 위해 비상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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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항공 산업의 특성상 연료를 다량으로 사용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 배출권 거래제도에 항공기가 포함될 경우 항공사를 비롯한 항공산업에는 일정한 충격이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자칫 배출권 거래제도의 여파가 항공요금의 상승으로 이어져 엉뚱하게도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그 피해 몫이 돌아갈 가능성이 있어 항공산업 전반에 우려를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