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사태로 날지 못하는 항공기들 속속 장기 보관에 들어가
- 습도가 낮은 사막 지역에 주로 보관, 하지만 단순히 세워두는 것으로 충분치 않아
- 보관 기간에 따라 점검 주기를 달리하며 비행 재개 대비, 성능 유지해야
2020년 초 발발한 코로나19 사태는 전 세계 경제 지형과 근본을 흔들어 놓고 있다.
글로벌 이동 제한으로 전 세계 인적 흐름이 억제되면서 특히 항공산업에는 치명타를 주고 있다.
수 백, 수 천만 명이 이용하던 항공기에는 더 이상 이용객이 없어 세워둬야 할 상황이 됐다. 잠시라면 모르지만 끝을 기약할 수 없는 지금 항공사들은 사용하지 않는 항공기를 더 이상 공항에 세워두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당장 폐기하지 않고 당분간 유지해야 하는 항공기는 일정한 장소에 보관한다. 보관 기간이 긴 경우 항공기를 오랫동안 보관하는데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사막 지역이 대표적이다. 기계 장치에 치명적인 요소인 습도가 낮기 때문에 장기 보관하는데 유리하다.
아직 우리나라 항공사들은 움직임이 없지만 싱가포르항공, 콴타스항공, 영국항공, 루프트한자, 에어프랑스 등은 이미 사용하지 않는 대형 항공기를 중심으로 일부는 퇴출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장기보관(휴면) 상태로 전환하고 있다. A380이나 B747 혹은 B777 등도 장기 보관 대상 항공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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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토공항에 보관 중인 영국항공 A380
항공기는 그라운드 기간, 날지 못하는 기간에 따라 보관하는 방법도 다르다. 보관 기간이 짧고 언제라도 신속한 비행 투입을 전제로 하는 경우(Active Parking) 점검하고 준비해야 할 것들은 평상 시와 거의 유사하다. 감항성, 즉 원활한 비행능력을 유지하는 조치들이 지속적으로 제공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에어버스는 보관 기간을 대개 1개월을 기준으로 단기간, 장기간으로 구분해 기종별로 점검하는 방식, 절차를 달리하도록 하고 있다. 생산 기종 가운데 가장 소형급인 A220 기종은 주기기간을 7일, 15일, 12주 등으로 구분해 점검하는 절차를 구분해 놓았다.
단기 보관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감항성 유지를 가장 큰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점검주기가 짧고 수행해야 할 항목들도 많다. 보관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관리해 주어야 하기 때문에 점검 주기가 긴 장기보관에 비해 소요 비용 규모가 크다.
항공기 성능 가운데 가장 중요한 엔진은 적어도 매 2주마다 작동시켜 15분~20분 공회전 등으로 작동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엔진 성능이 유지되도록 한다. 그리고는 보관을 위한 오일로 다시 보호해 줘야 한다. 이와 함께 조종면의 기계적 작동 정상 유무, 전기적 작동 상태 등을 점검한다.
엔진 외부 차단
반면 6개월 이상 등 장기간 보관에 들어가는 경우 점검 주기와 조치해야 할 것들에는 단기 보관(주기) 시와는 또 다른 조치들을 필요로 한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엔진 보호다.
사용하지 않으면 녹이 슨다는 말처럼 어떤 장비든지 장기간 작동을 중지하면 녹이 발생하기 쉽다. 특히 엔진은 작은 변화에도 안전에 큰 장애가 발생하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녹을 방지해야 한다. 기존 오일을 부식방지 용액으로 교체하고 주요 부분과 엔진 흡입구에 건조제(실리카) 팩을 채워 넣는다. A380 기종 건조 유지를 위해서는 100kg 이상 건조제 팩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항공기 모든 외부의 구멍이나 틈은 완전히 밀폐시킨다. 엔진 흡입구는 물론이거니와 출입문 틈이나 작은 구멍까지 외부에서 침입 가능한 모든 부분은 막아 두어야 한다. 곤충이나 작은 동물이 집입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고 특히 새가 둥지를 트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또한 피토튜브 등 각종 센서 등은 모래나 먼지 등이 끼지 않도록 밀봉한다.
조종석과 객실 창문은 가리개 등을 통해 외부로부터 들이치는 햇빛을 차단해 기내 전자 장비나 좌석 등을 태양열, 자외선 등으로부터 보호한다.
랜딩기어 및 기계적 작동이 있는 부분은 청소는 물론 윤활유 등을 통해 작동 기능이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최종적으로는 전기적 움직임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종석 모든 전기적 기능은 Off 시키고 배터리 또한 분리한다.
이렇게 보관에 들어가지만 항공기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점검해 주어야 한다. 2주마다 전기 시스템을 작동시켜서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항공기 중량으로 인해 타이어 변형을 막기 위해 매주 혹은 월 주기로 바퀴를 조금이 회전시켜 두어야 한다. 기내 카펫과 시트 등에 곰팡이 등이 피는 지 확인한다. 2-3개월마다 러더 등 조종면의 매커니즘 작동 상황을 확인한다.
3개월 이상 장기 보관하는 경우에는 엔진 부식방지제나 오일을 완전히 교체하고 최소 1시간 가량 엔진을 작동시켜 엔진 성능을 유지해 준다.
이렇게 장기 보관된 항공기가 다시 비행에 나서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준비와 테스트가 필요하다. 에미레이트항공에 따르면 담당 정비사 4~5명이 적어도 24시간 가량을 점검하고 확인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대한항공 항공기 보관
싱가포르항공 A380 기종 등이 보관되어 있는 호주 앨리스 스프링스에는 항공기 보관 유지를 위해 700명 이상 엔지니어가 상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밀려드는 항공기로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