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은 항공교통의 기본 시설이다. 따라서 공항이 없으면 항공교통도 없다고 봐야 할 정도다.
공항을 구성하는 주요시설에는 여객이 드나드는 터미널 등 편의시설과 비행기가 이착륙하는데 필요한 활주로, 관제탑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활주로는 비행기가 최대한 안전하고 이착륙에 용이한 위치와 방향으로 놓여져 있어야 한다.
항공상식 공항을 보면 바람 방향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부산 김해공항만해도 활주로 바로 인근에 산이 있어 바람 방향 혹은 안개 등 시정 상황에 따라 이착륙이 제한될 정도로 그리 좋은 위치에 있는 공항은 아니다. 그래서 새로운 공항을 건설하는 데는 여러 요건 중에 안전측면에서 공항 입지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때로는 불가피하게 다소 위험해 보이는 환경에 있는 공항이나 활주로가 있는 경우도 있다.
네팔 루클라공항(Tenzing-Hillary Airport)
네팔 카투만두에서 40분 가량 비행하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공항(Dangerous Airport)으로 잘 알려져 있는 네팔 루클라의 루클라공항(Lukla Airport)을 만날 수 있다.
공식 공항 이름은 Tenzing-Hillary Airport(LUA) 로 지명에서 따왔던 원래 이름 Lukla를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 산을 정복했던 세파(Sherpa, 등반 안내인) Tenzing Norgay 와 산악인 Edmund Hillary를 기념해 지난 2008년 Tenzing-Hillary로 바꾸었지만 여전히 루클라공항이라는 명칭이 더 많이 사용된다.
루클라공항은 해발 2,845미터 고도에 위치해 있다. 다른 공항들이 일반적으로 바다 높이 혹은 그 보다 조금 더 높은 위치에 것과는 달리 이 공항은 백두산 정상(2,744미터)보다 더 높은 곳에 있다. (물론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중국 야딩공항에 비하면 새발의 피지만..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공항은?)
왜 이렇게 높은 곳에 공항이 있어야만 하는 걸까? 당연히 수요 때문이다. 하지만 루클라는 인구 500명도 안되는 작은 마을이다. 이런 인구에 항공 수요가 있을리 만무하다. 다른 수요가 있다. 루클라는 에베레스트 산을 오르려는 전 세계 수많은 산악인들이 등반을 시작하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과 인구 500명도 안되는 작은 루클라(Lukla)라는 마을에 공항이 들어서게 된 것이다.
하지만 지형적 특성 상 활주로는 길게 놓을 수 없었고 거기다가 활주로 끝단 간 경사마저 생겨 오르막 형태를 띄게 되었다. 길이 527미터(1,729피트), 경사도 11.8%(약 6도) 를 가진 활주로는 그야말로 최악의 조건이다. 그래서 이 공항에는 헬리콥터나 이착륙 거리가 짧은 de Havilland DHC-6 Twin Otter, Dornier Do 228, Pilatus PC-6 같은 STOL(Short Take-off and Landing) 비행기만 운항이 가능하다.
이 공항은 산악인 Edmund Hillary가 1960년대 건설했으며 2001년 활주로를 새롭게 포장한 이 공항이 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공항이라는 평가를 받는 걸까?
■ 우선, 활주로가 산과 절벽으로 둘러싸여
루클라공항의 유일한 활주로는 지형적 특성 때문에 한쪽 끝은 산이고 다른 한쪽은 절벽으로 이어져 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약 6도의 경사도를 지녔기 때문에 착륙할 때는 제동력을 증가시키고 이륙 시에는 가속력을 증가시켜 주긴 하지만 자칫 착륙할 때는 심한 충격을 받기 쉽고, 산 때문에 복행(Go-around)이 불가능하다. 즉 착륙 시 단 한번의 기회밖에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또한 이륙 시 활주로를 달리던 중 문제가 생기면 실시하는 이륙중단(Rejected Take-off) 절차도 이곳에서는 어렵다. 다른 공항이야 설사 활주로를 벗어나(오버런, Overrun)더라도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이곳 루클라공항에서 이륙중단에 실패해 활주로를 벗어나게 되면 바로 낭떠러지로 추락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륙 시 미끄럼을 타듯 내려가면서 활주하는 모습
이륙 장면
착륙했다가 멈추지 못해 활주로 끝 벽에 부딪힌 사고 모습
■ 항행 보조시설이 없고, 예측 불가능한 기상
이 곳을 운항하는 비행기는 오로지 조종사의 경험과 시계비행능력 만을 의지해야 한다. 기상 상태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나마 날씨가 가장 양호한 오전 6시에서 9시 사이에 대부분의 비행기들이 착륙한다. 날씨가 나빠지면 2-3일씩 지속되기 때문에 지연되는 건 다반사다. 2011년에는 짙은 안개가 지속되면서 약 2,500명의 등반인, 안내인, 관광객 등의 발이 묶이기도 했다.
루클라공항 착륙 장면(시뮬레이션 게임, FSX)
■ 운항할 수 있는 비행기, 조종사 제한있어,
짧은 활주로 덕분에 이곳 루클라에는 이착륙 거리가 짧은 STOL(Short Take-off and Landing) 비행기만 운항 가능하다. 그래서 이곳에 비행기를 운항하는 조종사는 별도의 특별한 자격 요건을 요구한다. 보통의 날에는 16인승 이하 작은 프로펠러 비행기가 조그마한 터미널을 빠져나와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이동하는 일상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카투만두에서 40분 거리에 있는 이 루클라공항까지는 평균 300달러 운임을 지불해야 하고 짐은 한 사람당 무조건 22파운드(10킬로그램)로 제한하고 있다.
2001년 포장되기 전 루클라공항 활주로, 착륙 모습
하지만 이런 위험한 환경과 나쁜 여건과는 별개로 세계에서 아름다운 주변 경관을 가진 공항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둘러싸인 히말라야 산과 눈이 쌓인 웅장한 산봉우리들, 그리고 활주로 주변으로 핀 작은 꽃들, 영감을 불러 일으키는 야크 종소리 등은 이곳이 그렇게 위험하다고 하는 현실을 잊게 만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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