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저비용항공사 중 하나인 진에어(jinair.com)가 1일 B777 기종을 도입하며 과감한 도전에 나섰다.
일반적으로 LCC가 운영하는 항공기종은 소형 기종(승객 130-190명 탑승)이나, 진에어가 인수식(12월 1일)을 가진 항공기 B777 기종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만 운영하고 있는 대형기종이다.
저비용항공사 중에서 대형 기종을 운영하고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문데, 에어아시아 엑스(AirAsia X)나 스쿠트(Scoot) 정도만 대형 항공기를 운영하고 있으나 수익성에는 다소 의구심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에어아시아의 수익을 대폭 깎아먹는 요인 중 하나가 장거리 노선이기 때문이다.
이번 진에어가 B777 대형 기종을 도입한 표면적인 배경에는 괌, 하와이 등의 인기 관광노선을 염두에 둔 것이지만 실제로는 대한항공과 진에어 2중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대한항공은 프미미엄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반면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은 공공연히 저가 시장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어, 동일 노선을 운영하는 대한항공으로서는 저가 시장에 대한 방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직접 나서기 보다는 진에어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저가 전략을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진에어 입장에서는 무조건 2중대 역할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독립적인 항공사 운영에 있어서 수익이 담보되지 않는 것은 미래 성장 전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관광노선에서 어떤 전략으로 어떤 상품으로 접근해야 저비용항공이 장거리에서도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사례를 만들어야 하는 입장이다.
이번 진에어가 도입한 B77-200ER 기종은 미주나 유럽을 왕복할 수 있는 대형, 장거리 노선에 적합하다. 진에어는 좌석 355개를 배치해 B737 이나 A320 계열에 비해 2배 가까이 승객을 운송할 수 있게 했다. 또 다른 특징은 좌석 배열인데, 일반적으로 B777 기종에서 보기 쉬운 3-3-3 배열이 아닌 2-5-2 배열을 추가했다. 창가쪽 좌석에는 2좌석, 가운데에는 5좌석을 배치해 관광 수요의 대부분이 신혼부부 혹은 가족단위라는 점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좌석 중 30퍼센트(112개) 정도는 기존 3-3-3 좌석 배열을 유지하는 혼합 형태의 좌석 배열로 좌석 배정 운용에 있어 유연성을 더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저비용항공사 답게 퍼스트, 비즈니스 클래스는 없는 대신에 좌석 피치(Pitch)가 15센티미터 가량 더 넗은 '지니 플러스 좌석'을 36석 앞쪽에 배치해 유럽이나 미주 항공사들이 운용하는 프리미엄 이코노미클래스를 연상시킨다. 요금도 일반석에 비해 6만원만 추가하면 되며 별도의 클래스가 아닌 좌석 넓이만 차등을 둔 좌석이므로 기내식 등은 동일할 것으로 예상된다.
진에어가 노리고 있는 장거리 노선, 하와이
하와이 노선을 운항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장거리/대형 기종을 도입하기로 결정한 이상 괌 노선에 집중해 투입될 예정이다. 다만 내년 2, 3호기 도입 시까지는 1기 만으로 괌 노선을 운항해야 하므로 정비, 기상 등 만일의 비상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적지않은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이는 어느 LCC나 가지고 있는 태생적 문제점이긴 한데, 진에어는 대한항공을 형님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괌이나 하와이 현지에서 항공기에 문제가 생겨도 대한항공이 적극적으로 백업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다소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입장이기는 하다.
장거리 노선용 대형 항공기 도입을 검토하다가 잠시 중단한 상태인 에어부산 역시 진에어가 구사하는 대형 항공기, 장거리 노선 운용 전략을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그 도입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