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어버스로서는 전통적 열세 시장이었던 일본에 새로운 계기

• 일본항공, A350 대량 구매를 계기로 일본에서도 본격적인 항공기 판매 전쟁

지난 14일 일본 항공업계는 변화하는 일본 항공기 시장의 모습을 목격했다.

일본항공(JAL)이 도입할 예정인 에어버스 장거리 중대형 항공기 A350-1000 기재를 하네다공항 자사 격납고에서 소개했다. 개발 중인 A350-1000 항공기 세계 투어(Demonstration Tour) 일정으로 일본에 도착한 것이다.

일본항공이 에어버스 항공기를 구매한 것은 에어버스 재팬(Airbus Japan) 책임자가 '바람구멍을 열었다'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큰 변화다. 

그동안 전통적으로 일본의 상용 항공기 시장은 보잉이 주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일공수가 몇 년 전 일본 제1항공사가 되기 전까지 수십 년 간 일본 최대 항공사였던 일본항공 기단은 거의 보잉 항공기로 채워졌다. 현재 운용하고 있는 항공기 162대 모두 보잉 항공기다.

그런데 이 구조가 깨지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항공이 2013년 신규 도입 대상으로 결정한 것이 바로 에어버스 항공기인 A350 기종이다. 일본항공에 합병되었던 JAS(Japan Air System) 시대를 제외하면 일본항공으로서는 첫 에어버스 항공기다.

더군다나 당시 사장이었던 우에키 요시하루는 일본항공 조종사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평생 다루었던 기종 메이커가 아닌 다른 메이커 제품을 선택했다는 것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하네다공항 JAL 격납고에서 공개된 에어버스 A350-1000 항공기

현재 일본에 운용되고 있는 에어버스 항공기는 저비용항공사를 중심으로 60여 대에 불과하다. 여기에 전일공수가 보유한 16대를 포함해도 채 100대가 안 되는 수준이다.¹⁾  반면 보잉 항공기는 전일공수, 일본항공에만 거의 400대에 이를 만큼 에어버스에게 일본은 지독한 열세 시장이다.

전 세계 상업 항공기 시장을 보잉과 양분하면서도 유독 일본 시장에서만큼은 전통적인 보잉 선호 현상을 깨뜨리지 못했던 에어버스에게 일본항공 파산은 오히려 그동안 단단했던 구도를 깨뜨릴 절호의 기회로 작용했다.

일본항공은 파산 보호와 함께 재건 중이던 2013년, 325석 규모의 A350-900 18대와 이날 소개한 366석 규모의 A350-1000 13대 등 총 95억 달러 규모의 항공기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아울러 옵션으로 25대를 더 구매할 수 있어 최대 56대까지 도입 가능하다.

우에키 요시하루 일본항공 사장은 이날 A350-1000 항공기 공개 행사를 통해 B777 기종을 뒤를 잇는 차세대 일본항공 장거리 주축 기종이 될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에어버스는 일본 항공기 시장 진출에 큰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

더군다나 일본 시장에 A350 항공기 판매는 단순히 대량 판매라는 의미 외에도 그동안 A320 시리즈 소형급 항공기 소량 판매에 그쳤던 일본 시장에 중대형 항공기의 본격적 진출이라는 의미도 부여할 수 있다.

스카이마크를 인수하려는 전일공수에게 스카이마크 채권자였던 에어버스가 무리(?)하게 판매한 A380 항공기, 스카이마크가 구입한 A330 항공기 몇 대를 제외하고는 일본 시장에 에어버스 중대형 항공기는 전무했기 때문이다.

항공칼럼 ANA, 초대형 항공기 A380 구입 이유와 전략(2016/1/27)

최대 56대 대형 항공기를 일본항공에 판매한 에어버스와 그동안 시장을 지배해왔던 보잉, 일본 시장을 두고 뺏으려는 자와 지키는 자 간의 항공기 판매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일본항공이 이날 소개한 A350-1000 기종의 도입 시기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이미 개발이 완료된 A350-900 항공기는 2019년부터 순차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