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년 전에 태어난 알리탈리아지만 합병, 매각을 거치며 여러차례 다른 회사로 전환
- 現 알리탈리아 설립은 2008년? 2015년?
항공동맹체 스카이팀 회원사이자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항공사지만 최근 30년간의 움직임은 고통의 연속 그 자체다.
알리탈리아(Alitalia)는 1946년 설립되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현재의 알리탈리아와는 법적으로 엄연히 별개의 기업이다. 브랜드 이름이나 디자인 등은 그대로 물려받아 이어오고 있지만 재무적으로는 역사적으로 서로 다른1) 몇 항공사로 구분할 수 있다.
Aerolinee Italiane Internazionali (1946년)
알리탈리아는 1946년 9월 16일 Aerolinee Italiane Internazionali라는 이름으로 설립되었다. 이탈리아 정부가 영국 BEA(British European Airways)와 9억리라(약 1백만 파운드)를 투자해 6:4 비율로 합작 설립한 항공사다.
'알리탈리아'라는 이름은 이탈리아어의 날개(Ali)라는 단어와 이탈리아(Italia)의 합성어로 '이탈리아의 날개' 정도의 뜻을 담고 있으며 이 '알리탈리아(Alitalia)' 브랜드는 항공사의 생사(生死)와는 상관없이 대대로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알리탈리아 초기 운영 항공기, Fiat G.12 Alcione
첫 운항(5월 5일)을 시작한 1947년 한해 약 1만명 승객을 수송해 항공사로서 발판을 다져가기 시작했다. 약 20명 탑승 가능한 Fiat G.12 Alcione 항공기를 운용하면서 1948년 밀란을 거점으로 국제선 운항에 들어가며 유럽으로 노선을 확대해 갔다.
Alitalia - Linee Aeree Italiane S.p.A. (1957년)
알리탈리아는 1957년 Linee Aeree Italiane와 합병(10월 31일)하여 Alitalia - Linee Aeree Italiane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항공사로 성장하기 시작한다. 1960년대부터 외연이 확대되기 시작하면서 1990년대에는 연간 2500만명을 수송하며 자회사인 Alitalia Express를 설립하고 2001년에는 항공동맹체 스카이팀에도 합류했다.
알리탈리아는 로마교황의 해외 순방시 공식 항공사로 인정2) 받았을 정도로 이탈리아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Alitalia - LAI
하지만 알리탈리아의 고난은 이 즈음부터 시작되었다. 2000년 초반부터 가속화되기 시작한 경영난으로 2003년 2700명을 해고하며 경영난을 극복하기에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비용 손실은 커져만 갔고 조종사 등 종사자 수는 감소해갔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 상황을 자본 시장의 힘이 아닌 정치적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공적 자금을 투입하고 2011년까지 지불유예 조치까지 했지만 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알리탈리아는 1998년 단 한차례 흑자를 기록했을 뿐 1946년 설립 이래 지속적으로 적자가 누적되어 왔으니 빚과 정부 지원금으로 명맥을 유지해온 셈이었다.
2002년 공적자금 14억유로 지원을 통해 잠시 숨통을 열었고 2004년 4억유로, 2005년 16억유로 등 1998년부터 2006년까지 정부 자금만 49억유로가 투입되었다. 2004년 알리탈리아는 5천명 해고, 회사 분사 등의 구조조정 계획을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았고 결국 이탈리아 정부는 두손 들고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는 '공적자금 지원은 다른 기업과의 형평성에서 문제가 있다'는 EU 결정도 더해지면서 더 이상 관여하기 어렵게 된 것이었다.
Alitalia - Compagnia Aerea Italiana S.p.A (2008년)
이탈리아 정부는 파산을 막기 위해 2008년 다시 3억유로를 지원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새롭게 CAI(Compagnia Aerea Italiana S.p.A)가 인수 의향을 보이며 협상에 들어갔지만 구조조정 자체를 반대하는 노조 때문에 매각, 인수 협상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결국 이탈리아 항공당국은 그해 말 항공사업면허를 취소하기에 이른다.
EU는 2008년 11월 기준 알리탈리아 채무 12억유로 가운데 우선 3억유로를 변제하라고 지시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못했고, 결국 12월 CAI가 알리탈리아를 10억달러에 인수하게 되었다.
Alitalia - CAI
항공사 소멸 상황에 이르자 경영진, 노조 모두 다급해진 나머지 CAI으로의 매각을 전격 결정한다. 1946년 설립된 알리탈리아가 인수합병에도 불구 재무적 전통을 계승되어 왔지만, 2008년 12월 CAI에 매각되면서는 그 이전 알리탈리아와 이후 알리탈리아는 브랜드('Alitalia')만 동일할 뿐 완전히 다른 기업이 되었다.
2009년 새롭게 운항을 시작한 Alitalia - CAI는 과거의 알리탈리아와는 선을 긋고 별개의 항공사로 공식·비공식적으로 과거의 관계를 끊어갔다. 과거 알리탈리아(Alitalia - LAI) 항공기는 전부 매각하고 새로운 항공기를 리스 형태로 도입하는 등 새로운 항공사로서의 입지를 만들어갔다.
2010년 2200만명, 2011년 2500만명 승객을 수송하는 등 안정을 찾아가는 듯 보였으나 끊이지 않는 파업과 저비용항공사와의 가격 경쟁으로 인해 지속적인 경영난을 겪으며 2012년에는 다시 2400만명으로 승객이 줄어들었다.
Alitalia - Società Aerea Italiana S.p.A (2015년)
결국 CAI도 알리탈리아의 만성적인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2014년 8월 아랍에미레이트의 에티하드항공에 알리탈리아 지분 49%를 넘기면서 2015년 1월 1일부로 사명을 Alitalia - Società Aerea Italiana S.p.A.로 변경했다. 재무적 어려움 극복은 물론 에티하드의 경영 노하우를 접목하고자 했다.
Alitalia - SAI
알리탈리아·에티하드, 긴밀 협력관계(왼쪽부터 알리탈리아, 에티하드 승무원)
2014년 11월, EU가 에티하드의 지분 인수를 승인하면서 알리탈리아는 에티하드항공으로 실질적 합병에 이르게 되었다. 비록 지분은 CAI 측이 51% 보유한 형태지만 실질적 항공사 운영은 에티하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었다. 이런 영향으로 2009년 3억달러 투자해 지분 25% 획득하며 관계를 맺었던 AF-KLM과는 결국 2015년 파트너십 중단(2017년 부) 결정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최근 급성장하며 성장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에티하드의 참여마저 알리탈리아의 침체 유전자를 바꿔놓지는 못했다. 유럽 항공시장에서 경쟁력은 갈수록 약화되었으며 누적 적자는 더욱 커져만 갔다.
2016년말, 2천명 감원 및 항공기 20대 감축 계획을 발표하는 등 1조원 규모의 비용절감 방안을 구상하고 있지만 이 역시 노조 등의 반대에 부딪히며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인원 감축 폭도 당초 2천명에서 5백명 정도로 줄어 노조 찬반투표에 붙혀진 상태다.
대한항공의 전신인 대한항공공사가 설립된 것이 1946년이지만, 현재 대한항공 역사의 시작을 다시 설립된 1969년으로 보는 것처럼, 현재 알리탈리아의 역사는 완전 매각이 성사된 2008년부터라고 보는 것이 적당할 듯하다. 물론 지금의 알리탈리아 설립일은 2015년이지만..
어쨌거나 지난 근 30년간 여러차례에 걸친 국가 공적 지원금, 투자와 인수합병, 매각 등을 통해 점철되면서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알리탈리아가, 스스로 고통을 감내하는 새로운 유전자로 대체되지 않는 한 현실감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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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항공사인 루프트한자(1956년 설립) 역시 1926년 최초 설립되었던 Deutsche Luft Hansa와는 별개의 항공사다. 로고는 그대로 계승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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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해당 교황 비행편 닉네임은 'Shepherd One'이다. 마치 미국 대통령 전용기 코드원(Code one)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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