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정부의 루프트한자 재정 지원 계획 승인한 EC 결정은 잘못
- 유럽사법재판소(ECJ), 라이언에어가 제기한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
- 다만, 판결이 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지수
코로나19 기간 중 자국 항공사 파산을 막기 위해 독일 정부가 계획한 재정 지원을 승인한 유럽연합(EC)의 승인은 잘못된 것이라고 판결이 나왔다.
유럽사법재판소(ECJ)는 10일, 루프트한자 구제를 위해 수 십억 유로를 지원하겠다는 독일 정부의 계획을 EC가 승인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결했다.
독일 정부는 자국 항공사가 코로나19 사태로 파산 위기에 처하자 2020년 6월 루프트한자에 60억 유로(약 8조7천억 원) 지원을 결정했다. 유럽연합 회원국이기 때문에 독일 정부의 이같은 결정은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EC는 독일 정부의 이같은 루프트한자 재정 지원 계획을 승인했고 코로나19 사태로 항공 수요가 사라진 시장에서 지원금을 통해 생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유럽 최대 저비용항공사 라이언에어는 이같은 EC의 결정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 시장 경쟁 체제 하에서 국가가 민간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루프트한자를 포함한 총 16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라이언에어 CEO 마이클 오리어리는 "에어프랑스와 같은 항공사들은 정부 지원을 절대 갚지 못할 것"이라며 "사실상 대출금이 아닌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독자 생존을 위해 노력한 항공사들은 정부 보조금에 취한 마약쟁이 항공사들과 경쟁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영국 정부는 라이언에어나 이지젯, IAG 등에 대해 일방적인 재정 지원이 아닌 지분 매입 등의 형태로 지원했다. 버진애틀랜틱 등은 재정 지원 거부로 인해 파산 위기에 내 몰리기도 했다.
라이언에어가 제기한 각각의 소송은 사정과 환경에 따라 엇갈린 판결이 나왔다. 오스트리아 정부의 오스트리아항공 지원 관련 소송은 패소했지만 KLM, TAP 포르투갈항공 등에 대한 소송에서는 승소를 이끌어 냈다.
이번 루프트한자와 관련된 소송에서 재판부는 "집행위원회가 루프트한자가 필요한 모든 자금을 시장에서 조달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과 독일의 주식을 가능한 한 빨리 사도록 유도하는 바이백 매커니즘을 루프트한자에 요구하지 않은 것은 오류'라고 밝혔다.
또한 루프트한자가 상당한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고 항공시장에서 효과적인 경쟁 유지를 보장하지 않는 다양한 약속들을 수락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결했다.
2020년 발발한 코로나19 사태로 전세계 항공업계는 모두 고사 위기에 빠졌었다. 이에 유럽연합과 미국 등은 가장 적극적으로 정부 차원의 재정 지원을 통해 시장이 붕괴되는 것을 막았다. 항공사가 국가의 기간 산업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에 비해 그 외 지역에서는 국가 차원의 직접적인 재정 지원보다는 각종 이용료 면제 또는 할인 등의 간접적인 지원이 주를 이루었다. 우리나라 역시 재정 지원 대상과 기준을 비교적 엄격하게 적용해 직접적인 자금 지원을 받은 경우는 많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