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내 공기오염 주범은 엔진 블리드에어?

• 블리드에어, '피같은 공기' 시스템 그 한계는?

• B787, 블리드에어 없는 유일한 민간 제트 항공기

민간 항공기에는 적게는 백여명, 많게는 400-500명 혹은 그 이상 탑승한다.

밀폐된 공간인지라 수 많은 사람들이 함께 호흡하는 동안 항공기 안은 답답해 질 것 같지만 공기가 탁하다는 느낌을 받지는 않는다. 일정한 간격으로 기내 공기를 배출하고 새로운 외부 공기를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항공기가 비행하는 동안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공기를 흔히 블리드에어(Bleed Air)라고 부른다. 굳이 해석하자면 '피같은 공기' 정도의 의미인데 이는 항공기에서 공기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대변하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추가: Bleed라는 의미에는 출혈, 흘러나오다 정도의 뜻이 있고, 근대에 들어 증기기관에서 증기의 추출 등에도 Bleed라는 표현이 사용된 것으로 보아 항공분야에서 Bleed는 '추출' 등의 의미로 사용한 것으로 보는 것이 좋을 듯 하다.)

▩ 블리드에어, 인간의 피같은 역할

항공기 안 공기는 어떻게 공급되는 것일까?

제트 엔진은 외부에서 유입된 공기를 압축하고 폭발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력으로 항공기를 날게 한다. 엔진으로 유입된 공기 대부분은 압축되어 폭발로 이어지지만 일부 공기는 폭발하기 전에 다른 곳으로 빠져 나간다. 이렇게 빠져 나간 공기 중 일부가 승객들이 있는 객실(Cabin)로 유입되는 것이다.

엔진에서 폭발하기 바로 전 압축된 공기가 바로 블리드에어(Bleed Air)다. 민간 항공기 객실로 유입되는 공기는 바로 이 블리드에어인 것이다.

그러면 승객들에게 산소를 공급하기 때문에 블리드에어라고 불리는 것일까? 물론 그것도 이유는 될 수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대부분 현재의 민간 항공기가 이 블리드에어로 많은 장비와 부품이 작동되도록 설계되어 항공기체 전체를 돌며 작동하기 때문에 인간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근간인 '피(Bleed)'에 비유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엔진을 통해 유입된 블리드에어는 항공기 구석 구석을 돌며 각종 밸브를 작동시켜 시스템을 조절하고 객실내 난방 및 여압, 유압펌프, 저장 탱크 등을 작동시키는 것은 물론 낮은 온도 상태에서 비행하는 항공기 날개가 얼어붙지 않도록 뜨거운 공기로 보호하는 등 현대 민간 항공기가 안전하게 비행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 엔진을 경유한 블리드에어, 사람에게 과연 안전한가?

1963년 이후 민간 상업 항공기들이 채택한 이 블리드에어 시스템은 항공기 설계 근간을 바꾸어 놓았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유압연료나 윤활유 등 오일로 작동되는 엔진 속으로 유입된 공기가 과연 깨끗하고 안전한 것이냐에 대한 의문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미 연방항공청은 지난 1999년부터 2008년 사이 항공기 운항기록을 조사한 결과 926편의 항공기에서 기내 공기가 오염된 사례를 발견했다. 또 다른 최근 연구에서는 항공편 가운데 0.2% 정도의 비율로 악취·연기 등이 발생하고 있어, 미국에서만 하루 5건 이상 유사 사례가 발생했을 것이라 추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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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 공기를 오염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 바로 엔진이다. 항공기 제트 엔진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공기는 어떤 형태로든 오염물질에 노출될 수 밖에 없으며 오염된 공기가 다시 기내로 유입됐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항공기 제작사들이나 항공사들은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항공기 엔진을 통해 발생한 오염물질이 블리드에어와 함께 기내로 유입되어 두통 등 각종 질환을 유발하고 장시간 비행하는 경우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조종사나 객실승무원처럼 기내 체류시간이 긴 경우 신체 떨림이나 기억력 후퇴 등의 증세를 유발하기도 한다고 주장한다.

< 블리드에어 오염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영상 >

▩ 보잉의 새로운 선택, B787 노블리드(No-Bleed) 시스템

그러면 모든 민간 상업 항공기들이 다 블리드에어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는 것인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최근 개발된 기종인 B787 항공기는 기본적으로 블리드에어 시스템을 적용하지 않았다. 보잉(Boeing)은 B787 항공기를 개발하면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블리드에어 시스템으로 인한 항공기 부품 및 무게 증가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결국 보잉이 선택한 방법은 블리드에어 및 관련 부품을 대신한 전기 시스템이었다. 즉 블리드에어가 했던 각종 부품 작동 및 항공기 날개 방빙(Anti-icing) 역할과 기능을 전기 시스템으로 대체한 것이다. 이를 통해 B787 항공기는 효율성이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반면 복잡해진 시스템으로 부작동·고장 가능성이 커지고 정비·유지 상에는 약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간 제트 항공기 가운데 유일하게 블리드에어를 사용하지 않는 B787

노블리드(No-Bleed) 제트 엔진(좌)과 현재 일반적인 제트 엔진

보잉이 블리드에어 시스템을 대신해 선택한 전기 시스템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항공기 기내 공기오염 측면에서도 좀 더 나은 기내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오히려 더 최근에 개발된 에어버스의 A350 XWB 항공기조차도 아직은 기존 항공기들과 마찬가지로 블리드에어 시스템을 그대로 장착하고 있다. 보잉은 B787 개발을 통해 쌓은 블리드에어 대체 시스템을 차기 항공기 개발에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¹⁾ 

한편 블리드에어 시스템이 없는 B787 항공기 객실 공기는 동체 하부의 별도 흡입관을 통해 유입되고 있으며 엔진을 직접 통하지 않으므로 기내 공기 오염 가능성은 현저히 개선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항공칼럼 항공기 기내 공기 질(오염) 대비해야 할 때(20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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