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목표는 이윤 창출이다.'
학생 시절 경제학이나 사회를 배우면서 기업에 대해 내리는 정의 중의 하나다. 기업은 결코 자선단체가 아닌만큼 이익을 만들어 내야하고 그 결과를 투자자에게 돌려 주어야 한다.
반대로 말하면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는 기업은 '곧' 망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이 된다.
세계 유수 대기업의 평균 수명은 얼마나 될까?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선진국을 대상으로 기업의 평균 수명을 조사한 결과는 불과 30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대기업은 그 생명력이 길 것 같지만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지 못하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주변의 사례를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대기업인 '대우 그룹'이 망하리라고 꿈에라도 생각했던 사람들은 많지 않았겠지만, 무리한 문어발식 사업확장과 변화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해 결국은 망해 버렸던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 정치 논리가 개입되어 있다고도 하지만 말이다.)
올해 2008년은 전 세계 경제가 대단한 홍역을 앓고 있다. 다름아닌 고유가 때문이다. 고유가 속에서 가장 어려움 겪는 분야 중의 하나가 아마 항공업계일 것이다. 물론 유류 할증료라는 방법을 통해 도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고는 있지만, 그 역효과로 항공 요금이 상승해 수요가 급감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지금이 여름 휴가철 성수기 임에도 불구하고, 늘상 TV를 통해 들리던 '사상 최다 승객 해외 여행' 과 같은 멘트가 들리질 않는다. 오히려 성수기 같지 않은 평상 시와 비슷한 상태라는 것이 공항 현장 분위기다.
17년동안 흑자만 기록한 항공사 |
경제라는 것이 늘 좋을 수만은 없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그에 맞춰 기업들도 수익이 발생할 때가 있는가 하면 적자로 애 태우는 시기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자그마치 17년동안 적자 없이 흑자 행진을 이어온 기업, 항공사가 있다.
이미 짐작한 분도 있겠지만, 다름아닌 미국 경영계에서 신화로 통하는 사우스웨스트항공이 그 주인공이다.
이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독특한 경영 방식을 통해 기존 항공사와는 다른 길을 걸어오고 있다.
고객에게는 딱딱하지 않은 재미(Fun)있는 항공여행 경험을 제공하고, 직원들에게는 신바람나는 직장이 되게 함으로써 기존 경영학 이론을 무색하게 만든 장본인인 것이다.
얼마 전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2008년 2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했다. 거의 모든 항공사들이 적자 실적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항공업계에서는 유일하게 3억 2천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그것도 작년 동기의 2억 8천만달러보다도 오히려 수익이 증가한 것이다.
이 흑자 행진은 한 두해 반짝 실적이 아니라 69분기 연속, 자그마치 17년 1개월 동안 지속된 것이다. 미국의 여타 메이져 항공사들이 6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인 경영성과를 보여준 것이다.
어떻게 이런 흑자 행진이 가능할까?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성공 비결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알아보기로 하고, 우선) 고유가로 인한 악조건하에서 모든 항공사들이 죽겠다고 아우성치는 가운데에서도 어떻게 흑자를 낼 수 있었는 지 궁금하기만 하다.
연료 햇징과 역발상 |
올해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경영 흑자에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은 연료 햇징 프로그램이었다고 밝혔다. 향후 기름값이 올라갈 것을 대비해 미리 오르기 전 가격으로 구매해,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기름값을 그저 남의 얘기로만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1970년대 사우스웨스트항공
또한 고유가 속에서도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소극적 전략을 구사하지 않았다. 연초 대비 35퍼센트나 오른 기름값에 대부분의 항공사들은 백기를 들고 직원과 노선을 감축하거나, 항공기를 아예 띄우지 않고 세워 놓는 등의 갖가지 절감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햇지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들이 사용하는 항공 연료의 80퍼센트를 충당하게 해 고유가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한 것이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매출액 면에서도 11.1퍼센트 증가한 29억 달러의 실적을 거두었다.
"아마 저희만큼 고유가에 적절하게 대처한 항공사도 드물 것 같습니다." 최고 경영자인 캘리의 말이다.
이런 여유 때문일까?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다른 미국 항공사들이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수하물 요금 정책을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 유에스항공이나 아메리칸항공 등이 실시하고 있는 무료 수하물을 없애는 대신 수하물 유료화 확산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기존과 같이 2개의 무료 수하물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부가 수익'이라고 불리는 초과 수하물 수익을 과감히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수하물로 인한 수익 증대를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요즘 많은 고객들이 와서 처음 묻는 질문이 '수하물 부칠 때 요금 내야 하나요?' 입니다. 다른 항공사들이 무료 수하물을 없애면서 오히려 저희 항공사로 더욱 더 많은 손님들이 몰리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이런 놀라운 경영 성과에도 불구하고 자체의 향후 전망은 그리 밝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계획 중인 보잉 737 항공기 14대는 예정대로 내년에 도입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2009년의 항공업계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습니다. 승객 수요 등 모든 경제 신호가 2009년이 부담스러운 해가 될 것을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이런 이유에선지 지난 30년 넘게 고수해 온 저가 항공요금 정책을 다소 수정할 뜻을 내 비쳤다. 대폭적인 인상은 아니겠지만 유가 인상, 인플레이션에 맞춰 어느 정도 항공요금의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들이 한번도 가지않은 길은 험난할 뿐만 아니라 그 앞을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선뜻 어느 누구도 나서기를 꺼려한다. 그러나 역사를 되돌아 보면 남들이 가지않는 길, 어렵다고 하는 길을 현명하게 판단해, 과감한 결단과 추진력으로 돌파할 때 큰 성공을 거두는 사례를 종종 보게된다.
남자 '비행기가 어떻게 하늘을 날 수 있늘 줄 알아?'
여자 '양력, 추력, 항력 어쩌고....'
남자 '그게 아니지. 비행기는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것을 불가능으로 여기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하늘을 날 수 있게 된 거라고'
( 2008.08.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