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근무하면서 며칠 전, 파리 에어쇼를 직접 참관할 기회가 있었다.
물론 에어쇼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상태지만, 유명한 에어쇼 가운데 하나인 파리 에어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기대되기도 했다. 짧은 시간(하루) 관람한 것이기에 전체를 이야기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에어쇼는 일반 관람객을 위한 것이 아니라, 철저한 비즈니스 장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일반 관람객들이 찾는 항공기 전시 쪽과는 달리, 각 항공사 임직원들, 그리고 항공기 제작사와 관계사들이 참가하는 비즈니스 세션에는 관람이라기 보다는 비즈니스를 하느라 여념 없는 모습들이었다.
어쨌거나 이번 파리 에어쇼에서 우리에게 들리는 몇가지 소식 중 하나가, 대한항공이 보잉이나 에어버스가 아닌 다른 항공기 제작사의 항공기를 구매한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이 구매할 봄바디어 사의 CS300 항공기
항공기 제작 분야에서 에어버스와 보잉은 상용 항공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 전까지는 보잉이 막강한 경쟁력을 보여 주었었지만, 최근에는 에어버스에 다소 고전하는 듯한 인상을 보여주고 있기는 하다. 이들 두 회사 말고 상용 항공기 제작 분야의 강자를 꼽으라고 한다면 캐나다의 봄바디어와 브라질의 엠브레어를 들 수 있다.
엠브레어는 우리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민간 항공기 시장에서는 나름 강자로 꼽히고 있다. 엠브레어보다 조금 더 친숙한 항공기 제작사라면 캐나다의 봄바디어(Bombardier)다. 이 회사는 제주항공기 초기에 사용한 항공기종으로 비교적 잘 알려져 있는 Q400 을 생산하고 있어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이 봄바디어사가 제작한 항공기로는 Q400 으로 대표되는 터보프롭 기종과 Learjet 과 같은 비즈니스제트 기종, 그리고 C 시리즈 같은 일반 민간 항공기종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번에 대한항공이 계약한 항공기종이 바로 CSeries 로 CS300 기종이다. C 시리즈는 봄바디어가 일반 민간 항공기 시장에서 보잉이나 에어버스와 경쟁할 수 있는 기종이기에 그 성능과 미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 경쟁 기종이라고 한다면 보잉의 B737 시리즈, 에어버스의 A320 정도를 들 수 있다.
항공기 시장 이미지를 생각한다면 A380 이나 B747, B787 같은 대형, 장거리 기종을 떠 올리지만, 실제 많이 팔리는 수요가 많은 기종은 B737 이나 A320 과 같은 소형 항공기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봄바디어의 CS300 기종은 이들과의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봄바디어 사의 CS300 항공기
CS300 항공기는 승객 120명 ~ 145명 정도를 실어 나를 수 있는 소형 항공기종으로 B737, A320 보다는 약간 공급석이 적고, 운항 거리도 4,000 ~ 5,000 킬로미터 정도로 B737, A320 의 5,000 ~ 6,000 킬로미터 보다는 다소 짧다. 하지만 비행 속도 측면에서는 이들과 거의 비슷한 마하 0.78 ~ 0.82 정도의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좌로부터 B737-700, A319, CS300 기종
재미있는 것은 B737, A320 보다는 다소 작은 크기다 보니, 기내 배열 좌석도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B737 이나 A320 기종은 대개 좌우 3개씩 한 열에 6석의 좌석 배열이지만, CS300 기종은 좌우가 2석, 3석으로 한 열에 5석 좌석 배열이다. 비즈니스 클래스를 운영한다면 120석 정도, 아니면 최대 승객을 많이 실어나르기 위해 145석 정도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차기 항공기종 중 하나로 봄바디어의 CS300 을 선택했다. 일단 10대를 먼저 구매하고 이후 옵션에 따라 20대를 추가 구매하는 조건이다. 대한항공이 어떤 미래 전략으로 이 소형 기종을 선택했는지 짐작하기 쉽지 않다. 프리미엄 항공사를 추구하는 대한항공 입장에서 어떤 노선에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반면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기종이 다양해질 수록 관리와 유지에 비용이 증가할 터인데 이를 어떻게 극복할 지도 궁금해진다.
대한항공은 항공기종을 구매함에 있어 다른 항공사와는 다소 다른 모습, 약간은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A300 기종을 비유럽권에서 처음 구입함으로써 에어버스 항공기 불신감을 불식시키는데 일조해 프랑스로부터 귀빈 대접을 받고 있기도 하고, A380 항공기도 세계 경제 어려움을 들어 다들 구매를 꺼릴 때, 비교적 싼 가격으로 대량 구매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A380 주문이 밀려 한참 뒤에나 인수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으니 대한항공의 선택은 비교적 현명했다고 보여진다.
이번 CS300 기종 구입에도 대한항공은 과감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CS300 항공기는 2013년이나 되어야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도 생경한 항공기 모델을 용감하게 선택한 셈이다.
어쨌거나 아시아권에서는 처음으로 도입되는 항공기종이다. 그 동안 우리에게 익숙했던 B737, A320 기종 외에 다른 기종도 접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