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항공상식

Baggage

항공 수하물 무게, 32kg 로 제한하는 이유

마래바2010.07.20 08:40Views 31249Votes 18Comment 5

오늘도 새로운 하루다.

오늘은 또 어떤 손님들이 나를 힘들게 할까? 히히 ^^

승객 한 분, 한 분 원하는 좌석을 제공하고 부칠 짐들을 목적지 확인해서 태그(수하물 표)를 잘 붙혀 벨트로 내려 보낸다.  별의 별 짐들이 다 있다. 라면도 있고, 이민 가방처럼 큰 가방도 있고, 해외 공장에서 사용할 부품도 수하물로 부쳐진다.

여행을 떠나기 위해 공항에서 수속밟는 사람들의 마음은 얼마나 흥분되고 기대감에 넘칠까?....

하는 생각을 하던 순간 눈 앞에 다가선 점잖게 생긴 신사분.

반갑게 (웃는 얼굴로) 대하고 여권과 항공권을 받아들고 좌석을 배정한다.  비상구 좌석을 원하신다.  다행이 좌석이 비어있고, 손님도 신체 건강한 분이라 마음놓고 드릴 수 있겠다.

"○○○ 손님, 이 좌석은 비상구 좌석이어서 비상 시에는 승무원을 도와 다른 승객들의 탈출을 도와 주셔야 합니다.  이점 동의하시겠습니까?"

그러겠다 하신다.  (당연하다 ^^;;)

부치는 가방이 있는 지 여쭙고 가방을 벨트 위에 올려놔 주십사 부탁 드린다.

순간 소스라치게 놀랐다.  카운터 저울에 나타난 숫자...

'42kg'

32kg 도 아니고 42kg 이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오늘도 역시나 손님에게 이런 상황을 설명해야 하는 모양이다.  오늘은 조용히 넘어가나 했더니..

"저.... 고객님, 부치시는 가방이 너무 무겁습니다.  조금 무게를 줄여 주시겠습니까?"

"짐 값 낼께요"

"아니..요..  저.. 그게.. 짐 값 내시는 게 문제가 아니라, 가방 하나가 너무 무거운데요"

"에이~~ 이게 뭐가 무거워요. 벨트 위에 올려 놓으면 알아서 가는데.. 그러지 말고 부쳐줘요."

점잖게 부탁하는 이 신사분의 청을 들어주자니 규정상 문제가 되고, 그러지 않자니 다시 설명해야 한다.

"죄송하지만, 비록 부치는 가방이더라도 사람이 직접 항공기에 싣습니다.  이런 무게의 가방 한 두개 운송하는 것이야 괜찮겠지만, 하루에도 수십, 수백개씩 옮겨 싣는 직원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자칫하면 허리 다칠 수도 있거든요."

"아니 이렇게 벨트로 운반하는 거지, 사람이 직접 운반한다구요?"

"네, 그렇습니다.  이곳 카운터에서 수하물 분류장까지는 이 벨트로 운송하지만, 마지막으로 컨테이너나 항공기에 옮겨싣는 작업은 사람이 하거든요."

손님의 얼굴을 보아하니 어느 정도 수긍하겠지만, 짐 줄이기 귀찮아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하지만 어쩌랴.  짐(Baggage)이 너무 무거우면 안되는 것을..

특히나 다른 항공사로 연결되는 짐들은 절대 무거우면 안된다.  짐을 넘겨받는 항공사 수하물 조업원들이 짐이 무거우면 거칠게 다루는 등  함부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서지기도 쉽고, 짐 내용물이 없어지기도 한다.

수하물은 결국 사람의 힘으로 실어 나른다.
수하물은 결국 사람의 힘으로 실어 나른다.

그래서 전 세계 항공협의기구인 IATA 에서도 항공 수하물 무게를 32kg 미만으로 권장하고 있다.

왜 하필이면 32kg 이지?  30kg 도 아니고 말이지.

이는 항공업무 표준이 만들어지는 문화적 배경과 시점이 서구였기 때문이다.  그네들의 무게 기준은 바로 파운드였던 것.. 사람이 적당히 운반할 수 있는 무게는 70파운드로 정했는데, 이게 32kg 인 것이다.  (항공업무 내부적으로도 파운드라는 단위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항공사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무료 수하물 무게를 23kg 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이 무게 또한 50파운드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다행이 오늘 이 손님은 말이 통하는 분이다.  비록 맘에 들지는 않지만 규정이 그렇고, 사정을 듣고나니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다.  가지고 있던 다른 휴대용 가방으로 무게를 조금 옮기니 가방 무게가 26kg 내외로 줄어들었다.  가방 한개 무게는 32kg 미만이지만, 무료 무게인 20kg 이상이니 초과 요금이 나오는 걸 아는 이 손님, 짐값이 얼마냐고 물어보시는데, 짐값 지불해야 한다고 말은 더 못하겠다.  누구 보는 사람 없겠지? ^^;;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서는 신사분의 뒷모습을 보며 오늘도 멀쩡한 허리 하나 구했다는 자부심(?)에 흐뭇해하고 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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