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380 라이벌로 구상했던 B747X, 그러나 보잉은 도중 포기
- 막대한 개발 비용과 불확실한 미래 전망이 보잉 망설이게 해
- 방향 선회해 개발한 B787 드림라이너, 보잉의 확고한 중장거리 대표 기종으로 자리매김
1994년 에어버스가 초대형 항공기 A3XX 개발 계획을 알리자 보잉은 다급해졌다.{1}
당시 세계 항공시장이 급팽창하면서 항공교통량 역시 급증했고 대형 항공기 B747 기종의 인기는 절정에 달했다.
이런 흐름을 읽은 에어버스는 B747 항공기보다 더 큰 항공기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한 번에 550명(3 클래스 기준)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초대형 항공기 A3XX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보잉은 자사의 최고 인기 기종인 B747 항공기를 이을 후속작이 필요했고 1996년 판버러 에어쇼를 통해 B747X 개발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462명 탑승에 향상된 항속거리를 가진 B747-500X, A3XX과 비슷한 규모 승객 548명의 B747-600X, 650명 규모의 B747-700X 기종이 그것이었다.
이들 초대형 기종은 B747-400 항공기를 기본 모델로 B777 기종에 적용되었던 날개 구조를 융합하고자 했다. 메인 랜딩기어는 B747-400보다 4개 많은 20개로 설계했고 동체 길이는 6미터에서 14미터까지 대폭 늘렸으며 날개 길이도 커졌다.
개발 모델 | 승객 | 동체 길이 | 항속거리 |
---|---|---|---|
B747-500X | 462 | 76.2m | 16,100km |
B747-600X | 548 | 85m | 14,300km |
B747-700X | 650 | 85m | 14,200km |
B747X | 430 | 80.2m | 16,100km |
B747X-Stretch{2} | 500 | 80.2m | 14,500km |
하지만 보잉은 B747X 개발 계획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우선 막대한 개발비용이 발목을 잡았다. 대략 40억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개발비로 인해 개발 후 경쟁 기종이 될 A380보다 비싼 가격이 될 것으로 분석되었다. A380 기종보다 시장에 먼저 내놓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가격마저 비싸서는 경쟁력 우위에 설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보잉은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개발에 효율을 기해 개발 비용을 낮춰 항공기 단가 경쟁력을 높일 것인지 기로에 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보잉으로 하여금 고민하게 했던 것은 향후 항공시장의 흐름이었다. A3XX 기종은 절대적으로 허브 앤 스포크(Hub and Spoke) 형태의 대도시 허브(Hub)간 대량 연계 수송을 지향하는 기종이었다. 보잉은 B747 기종이 누렸던 대량 수송 형태가 미래에도 계속 이어질 지 확신할 수 없었다.
결국 보잉은 막대한 개발 비용에 따른 가격 경쟁력 저하, 불확실한 미래 항공시장 수송 형태라는 다중의 부담을 지는 모험대신 안전한 길을 선택했다. 장거리 대량 수송 콘셉트보다는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포인트 투 포인트(Point to Point) 수요에 적합한 효율성 높은 중대형 항공기 개발로 방향을 선회했다.{3}
때마침 콘티넨탈항공을 비롯한 다수의 미국 항공사들은 음속에 가까운 속도 비행성능으로 B767 기종과 비슷한 연료 효율성을 가진 항공기 소닉크루저(Sonic Cruiser) 개발을 제안했다. 보잉은 2002년 12월 20일 B747X 개발 프로젝트를 취소, B7E7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2011년 B787 드림라이너를 시장에 등장시켰다.
비록 초기에 연료, 배터리 계통 결함이라는 홍역을 겪긴 했지만 B787 기종은 현재 보잉을 대표하는 중장거리 항공기로 시장에서 확고한 자리를 매김하고 있다.
보잉은 초음속 여객기 개발에 실패하면서 대체안으로 개발했던 B747 기종으로 화려한 대형 항공기 시장을 구가했고, 초대형 항공기 개발을 포기하고 대체 개발한 중대형 B787 기종은 또 다른 성공을 만들어냈다.
최근 B737 MAX 결함 관련 추락 사고가 연이어지며 신뢰도에 상당한 추락을 보인 보잉에게 B747, B787 항공기 개발과 성공에서 보여준 묘한 타이밍 운(運)이 다시 반복될 수 있을 지 궁금하다.
항공위키 B737 MAX 비행 중지 사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