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타항공 새 주인 성정, 사업 정상화까지 수 천억 원 자금 투입해야
- 자금력에 대한 우려 목소리 높고, 직원 복직 등 노조와의 갈등 재현 가능성도 있어
이스타항공의 새 주인이 사실상 결정됐다.
17일, 성정이 서울회생법원에 이스타항공 인수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1년 반 넘게 끌어온 이스타항공 매각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2019년 말부터 매각을 진행하기로 하고 1차 제주항공으로 매각 절차를 진행했지만 코로나19 사태 등이 겹치면서 양측의 의견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결국 작년 7월 매각이 무산됐다.
재매각 작업은 순탄하지 않아 청산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올해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인수의향자를 확보하고 공개입찰까지 진행하면서 회생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았다. 결국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내정됐던 '성정'이 공개입찰에 참여한 쌍방울을 제치고 최종 인수자가 된 것이다.
매각이 진행되는 동안 이스타항공은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2020년 초반부터 직원 임금은 체불되기 시작했고 운항이 중단된 3월 이후에는 아예 임금은 지불되지 못했다. 23대에 이르렀던 항공기는 대부분 리스 반납해 현재 보유한 항공기는 4대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2대는 운항이 금지된 B737 MAX 8 기종이다. 직원 수는 605명 강제 감축 및 퇴직 등으로 작년 10월 기준 590명으로 크게 감소했다.1)
성정이 이스타항공의 새 주인으로 낙점됐지만 넘어야 할 산은 높고 골을 깊다.
우선 처리해야 할 급선무는 부채 상환이다. 성정이 제시한 인수대금 1100억 원(추정)으로 우선 공익채권인 체불임금과 퇴지금을 처리해야 한다. 800억 원 규모로 알려진 이 공익채권은 반드시 갚아야 한다. 인수대금 대부분을 공익채권 처리에 쏟아부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남은 회생채권 1850억 원 가량도 문제다. 성정은 이스타항공 채권자와 부채 상환 비율을 협의해 회생채권 1850억 원을 줄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파산 시 채권 전액을 돌려받지 못하는 만큼, 일부만이라도 돌려받을는 것이 낫기에 채권자들과의 합의에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까지 인수자 '성정'이 투입한 1100억 원으로 처리한 부채 문제다.
이스타항공, 다시 날아오를 수 있나
이제부터는 이스타항공이 다시 운항을 재개하고 수익을 거둘 때까지 투입해야 하는 막대한 신규 자금 문제가 성정이 극복해야 할 본격적인 과제다. 부채 문제는 이미 규모가 결정되어 있었고 이를 충분히 검토하고 감안해 빚 갚는데 모두 사용할 것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기에 예측 가능했지만 인수 후 투입해야 할 자금 규모는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
부채 상환 뒤 가장 먼저 필요한 자금은 효력이 중지된 운항증명(AOC)을 회복하고 부족한 항공기 재도입, 조종사 교육에 필요한 1500억 원 가량의 추가 자금이다.
운항증명 등 기본적인 운항 체계를 갖춰놓은 후 그 다음 넘어야 할 산은 항공시장 전망이다. 구체적으로는 언제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되면서 국제선 항공수요가 되살아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서 우선 국내선은 뚜렷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제주 노선은 이미 2019년 수준을 회복했으며 다른 노선 역시 거의 근접한 상태다.
그러나 국제선 수요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이다 보니 갈 곳을 잃은 국내 항공사의 항공기들이 모두 국내선으로 몰리며 몇 천원 짜리 항공권이 등장할 정도의 치킨 게임 시장이 돼 버렸다. 항공기를 띄워도 손해를 보는 상황이지만 현금 순환을 위해 울며겨자먹기 식의 항공기 운항이 지속되고 있다.
이스타항공이 운항증명 효력을 회복하고 올 10~11월 즈음 운항 재개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 아니 공급이 흘러 넘치는 시장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운항을 개시한 플라이강원, 에어로케이에 이어 에어프레미아도 올해 취항을 앞두고 있어 대한항공 등을 제외하고도 다른 8개 항공사와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이스타항공이 회생하기 위해서는 여타 국내 항공사들과 마찬가지로 국제선 회복이다. 하지만 세계 항공업계는 2019년 수준의 항공시장 회복 시점을 2023~2024년 정도로 예측하고 있다. 이 예측대로라면 이스타항공은 앞으로 2~3년 가량은 적자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 기간을 견뎌야할 신규 자금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인수자금 1100억 원, 이후 기재도입·조종사 훈련 등에 1500억 원 가량을 투입해야 하고, 2~3년 적자 등을 감수해야 한다면 인수예정자 성정이 감수해야 할 투입 자금 규모는 3~5천억 원 규모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리고 또 하나의 현안은 노조와의 갈등, 직원 복직 문제다. 지난해 10월 605명 정리해고 당시 복직을 약속했던 만큼 항공기 운항이 재개되면 복직 요구로 인한 갈등이 재현될 수도 있다. 물론 기재를 늘리는 만큼 직원의 복직 규모도 비례해서 늘어날 것이지만 정리해고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지난 2년 가까이 노조와 회사 간에 극심한 갈등이 있었다는 점은 운항 재개 후에도 불안 요소로 남는다.
이스타항공을 인수할 성정은 부동산 관리업을 주로 하는 연 매출 약 60억 원 규모의 작은 기업으로, 자금력에 의문을 던지는 목소리가 많다. 연매출 약 300억 규모의 관계사(백제CC, 대국건설)를 두고 있기는 하지만 인수자금 1100억 원은 차치하고라도 이후 필요한 3~4천억 원 규모의 자금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번 인수에는 성정의 형남순 회장(64) 의지가 컸으며 이스타항공 인수, 운영에 오너 일가의 개인 자산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형 회장은 지난 2007년 이스타항공 설립 당시에도 사업 참여를 검토했을 정도로 항공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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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기준, 약 470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