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는 그 특성 상 한번 비행하는데 소모되는 비용 규모가 엄청나다.
항공기 이착륙료는 물론, 주기장에 세워져 있을 때도 어마어마한 비용이 발생한다.
게다가 그 큰 덩치를 하늘에 띄우는데 소모되는 연료는 엄청나서 그 비용 규모를 알면 입이 딱 벌어진다.
항공사 근무하는 입장에서도 이렇게 비용이 많이 드는데 어떻게 이익을 낼 수 있는 지 놀라울 때가 많다.
항공상식 항공기 연료, 아무데나 버려? 도대체 얼마야? (2009/05/28)
항공상식 항공기 연료는 얼만큼 넣어야 하는건가? (2009/01/11)
항공기가 정상적으로 뜨고 내릴 때도 큰 규모의 비용이 발생하는데, 만약 비정상적인 경우라면 그 비용 규모는 훨씬 커진다. 날씨나 항공기 정비 등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발생하는 항공기 지연이나 결항은 비록 비용 손실이 발생한다 해도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만, 사소한 실수 때문에 항공기가 제대로 운항하지 못한다면 엉뚱하게 낭비되는 비용에 속앓이를 하게 된다.
더 어처구니 없는 것은 장난 전화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 손실이다.
만우절 소방서에 장난 전화를 거는 경우도 더 급한 위급 상황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어, 만우절 때만 되면 홍보에 홍보를 거듭한다. 장난 전화 하지 말라고 말이다.
항공업계에게 있어 장난 전화는 아주 큰 피해를 준다. 이 블로그를 통해 이전에 항공기 폭탄 장난 전화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그동안 훈방에 그치던 이런 사건에 대해 결국 본격적인 법적 처벌이 가해지기 시작했다.
어제 기사를 보니 올초 항공기에 폭발물 설치했다며 장난 전화를 한 청소년과 그 부모를 상대로 700만원의 배상판결이 난 것이다. 장난 전화 한번에 700만원이라는 거금이 날아간 셈이다. 이 판결은 항공기 상대로 한 장난 전화에 대해 국내에서는 최초의 배상판결이라 한다.
당시 이 장난 전화가 걸려오자 폭발물 처리반이 투입돼 제주행 항공기 6편을 정밀 검색했고, 이로 인해 항공기 3편이 지연되었다. 이 비행기 3대가 지연 운항함으로써 입은 손실액은 지상에 세워둠으로써 발생하는 고정비만 727만원, 인건비와 공항사용료가 355만원, 기타 소모된 연료비 15만원으로, 총 1,199만원이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 항공사 주장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항공사 피해가 인정된다고 보아, 이 청구액 중 일부인 700만원 배상 판결을 내린 것이다.
국내선 항공편이었기에 망정이지, 국제선 항공기에 대해 장난 전화를 했다면 그 피해규모는 이보다 훨씬 더 커졌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장거리인데다가, 승객 불안감 등으로 환불하게 되면 이에 대한 피해 금액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만약 항공기가 이륙이라도 한 상태에서 장난 전화를 하게 되면, 그대로 비행할 수는 없으므로 다시 되돌아 와야 한다. 이때 엄청난 무게의 연료 때문에 그대로는 착륙이 불가능하다. 비상착륙을 위해서 연료를 공중에 다 버려야 하는데, 이 연료 손실액은 더욱 엄청나다. 수천만원에 이르게 된다.
여기서 간과하기 쉬운 것이 하나 있는데, 이 장난 전화로 인한 피해가 항공사에게만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결정적으로 해당 항공편을 이용하는 승객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한다. 외국 업체와 수출입 협상 차 정시에 출발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차질을 빚게 되면 그 피해 금액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가 된다. 또 다른 승객들에게 각각 얼마나 다양한 사연들이 있을 지 예상하기조차 힘들다.
장난전화, 손해배상으로 이어져..
또한 1시간만 지연돼도, 전체 승객이 입는 피해 또한 금액으로 환산하기 힘들 정도가 된다. 그러기에 시간이 황금이라는 이 시대에는 더더욱 있어서는 안될 장난전화인 것이다.
게다가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조성함으로써 안전 운항에도 심대한 위협이 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동안은 이런 폭파 장난 전화에 대해 훈방 등에 그치는 것이 대부분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사건은 항공사가 대단히 적극적으로 대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직적인 피해는 물론이었겠지만, 더 큰 이유는 아마도 모방 범죄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을 것이다. 올초만 하더라도 폭발물 위협 장난전화가 한번 나타나자, 그 기사를 접한 사람들에 의해 연속적으로 3-4건의 장난 전화가 발생했던 적이 있어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번 판결이 항공기 폭파 장난전화에 대한 인식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까? 장난 전화 모방심리를 없앨 수는 있을까? 아마도 단번에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다. 내가 연못에 던진 돌맹이 하나로 인해 얼마나 많은 개구리의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지 제대로 인식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어쨌거나 폭탄 따위의 장난전화는 하지 말자. 패가(敗家)까지는 아니더라도 망신(亡身)은 충분히 당할 수 있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