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사 항공기에 탑승하는 조종사는 누구?
비행기를 타다 보면 희안한 장면을 보는 경우가 있다.
에어부산 항공기에 간혹 제주항공 조종사들이 탑승해 있는 걸 볼 수 있다.
평범한 복장으로 탑승하면야 아무도 모르겠지만 버젓이 제주항공 조종사 복장(유니폼)으로 에어부산 비행기 일반 좌석에 탑승해 있는 장면은 조금 낯설고 이상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는 자사 항공기가 해당 구간에 없거나 시간이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걸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어지간하면 소속 항공사 비행편을 이용하겠지만 특정 공항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자사 항공편이 아예 없는 경우이거나 있다해도 시간대가 맞지 않아 불가피하게 먼저 이동해야만 할 때에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은 국내 노선망이 풍부하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자사 항공기에 탑승하니 이런 경우가 거의 발생하지 않으나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등은 국내 노선망이 적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자주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조종사) 승무원들이 타사 항공편을 이용할 때도 당연히 요금을 지불한다. 물론 항공사간 협약에 의해 다소 할인된 요금을 적용받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조종사 스케줄은 돈이고 비용이다.
이렇게 다른 항공사 항공편에라도 조종사를 탑승시키는 이유는 자사 항공편 운영 때문이다. 항공기 운항에 필수적인 것들이 여럿 있겠지만 그 중에 조종사라는 업무(Post)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조종사가 없으면 비행기는 지상에 서 있을 수 밖에 없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든 조종사를 비행기에 효율적으로 태워 비행시켜야 한다. 시간이 곧 돈이고 조종사 스케줄이 곧 시간이다. 조종사 스케줄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하루 한편 비행으로 그칠 수도 있고, 하루 3편까지 비행할 수도 있다. 조종사 100명이면 충분할 것을 조종사 스케줄을 효율적으로 운용하지 못하면 자칫 110명, 120명 조종사가 필요하게 될 수도 있다.
국내에서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에게 이런 현상이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종종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런던에 있는 여유 조종사가 파리 - 인천행 항공편 비행을 위해 런던 - 파리 구간의 에어프랑스나 영국항공 항공편에 조종사 복장으로 탑승하는 경우 등이다.
조종사를 일컫는 표현 중의 하나로 데드헤드 크루(Deadhead Crew)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조종사가 다음 비행편 조종을 위해 다른 공항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조종사가 아닌 승객처럼 항공기에 탑승하는 것을 말한다. 물론 자사 항공기에 탑승할 때는 조종사 신분으로 처리된다. (이때만 데드헤드 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타사 항공기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순수한 승객(Passenger) 신분이 되는 것이므로 조종사 복장을 하고 있다는 것 외에는 일반 승객과 똑같은 신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항공권도 구입해야 하고, 다른 여타의 혜택이나 의무사항 역시 일반 승객과 같다.
만약 여러분이 국내 저비용항공사 항공기 안에서 이렇게 타 항공 조종사가 승객처럼 앉아있는 것을 보게 된다면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걸 이해하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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