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위대한 항공 개척자들, 돈을 위해 날았나?

상주니2020.06.08 16:52조회 수 475댓글 0

  • 무착륙 대서양 횡단, 태평양 횡단 비행 모두 거액의 상금 걸려
  • 불안전한 비행 기술에 대한 투자와 무모하다 할 도전을 이끌어낸 거액의 보상금

항공업계에 있으면서도 거대한 비행기가 이륙하는 장면은 여전히 신기하고 경이롭다.

'비행기 = 하늘을 나는 것'이라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면서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1903년 라이트 형제의 동력비행 이후 초기 항공 개척자들에게 비행은 미지의 세계에 목숨을 건 모험이었으리라. 어느 것 하나 안전을 담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비행에 나설 때마다 비행사들은 죽음을 각오했을 것이다. 라이트 형제 역시 직접 비행을 테스트하면서 수많은 추락과 사고로 죽음의 고비를 넘겼다.

역사는 이런 모험과 무모하다 할 정도의 도전으로 새로운 자취를 만들어간다. 그중의 하나가 항공 개척 시기 아무도 날아보지 않은 곳으로의 비행이나 장시간 비행 기록이었을 것이다.

 

▩ 무착륙 대서양 횡단 비행에 25,000달러 상금

찰스 린드버그(Charles Lindbergh), 그는 사상 최초의 단독 대서양 횡단 비행이라는 도전으로 항공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기술적으로 담보할 수 없었던 프로펠러 비행기로 33시간 넘게 비행한다는 것이 1920년대 시절에는 불가능처럼 여겨졌다.

찰스 린드버그는 지금으로부터 90여 년 전, 미국 뉴욕(루스벨트 필드)에서 이륙해 33시간 29분 비행한 끝에 프랑스 파리 르부르제 비행장에 착륙하며 '무착륙 대서양 단독 횡단 비행'이라는 역사적인 기록을 남겼다.

소형 단발 비행기(세인트루이스 정신, Spirit of St. Louis)에 비행시간, 항속거리를 늘리기 위해 비행기 중량은 최소로 줄였다. 예비 조종사도 없었고 낙하산 등도 탑재하지 않았다. 조명탄, 무전기 등도 일체 배제했고 먹을 것조차 최소한으로 탑재했다. 대신 연료는 최대한 많이 실었다. 조종사 앞쪽에 추가 연료통을 장착한 탓에 가린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잠망경을 달았다. 비행 중 날개와 동체에 생긴 얼음과 싸워야 했고 구름에 갇혀 방향을 잃을 뻔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누구도 교체해 주지 않는 비행시간 33시간 내내 잠을 깨워가며 혼자 비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spirit_of_st_louis_le_bourget.jpg
파리 르부르제 비행장에 착륙한 '세인트루이스 정신'(1927년)

 

이렇게 죽음을 무릅쓴 도전 끝에 그는 프랑스 파리에 무사히 도착했다. 그가 이렇게 무모하다 할 정도의 비행에 도전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하늘을 날고 싶은 인간의 욕망과 비행에 대한 도전 정신이 이를 가능하게 했겠지만 비행을 하자고 결심하게 만든 이유 가운데는 돈에 대한 것도 있었다.

원래 이 대서양 횡단 비행은 뉴욕 호텔의 거부였던 프랑스 출신 오티그(Raymond Orteig)가 1919년 비행에 성공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25,000달러 상금을 내 걸면서 시작되었다. 지금 화폐 가치로 약 50만 달러에 해당하는 거액의 상금이었다.

당시 적지 않은 비행사들이 이 상금을 노리고 비행에 도전했다. 찰스 린드버그의 비행 10여 일 전에 프랑스의 샤를 낭주세(Charles Nungesser)와 프랑수와 콜리(Francois Coli)가 비행을 시도했다가 이륙 직후 추락해 사망하고 말았다.

린드버그도 이 사고 소식을 접해 자신도 최악의 경우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비행에 나선 것은 상금 그 자체도 매력이 있었지만 가장 큰 것은 화제성 때문이었다. 오티그가 상금을 내 건지 8년이 되도록 아무도 대서양 횡단 비행에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누가 비행에 성공해 상금을 획득할 것인지 세간에 관심이 고조되었다.

결국 린드버그는 비행에 성공했고 단순히 상금을 가져가는데 그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탓에 미국의 국민적 영웅이 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 태평양 무착륙 횡단 비행에도 거액의 상금

그럼 태평양 무착륙 횡단 비행은 누가 처음일까?

미국 곡예 비행사 출신 클라이드 팽본(Clyde Pangborn)은 부조종사이자 재정 지원자인 휴 헌든(Hugh Herndon)과 함께 세계일주 비행 기록에 도전한다. 1929년 '미스 비돌(Miss Veedol)'이라는 비행기로 뉴욕을 출발했던 그들은 러시아 비행 중 중간 기착지인 하바롭스크에서 기체가 손상되면서 신기록 도전은 무산되고 말았다.

그러던 차에 그들에게 일본 아사히신문사에서 내건 이벤트 소식이 전해졌다. 사상 최초의 태평양 횡단 비행에 상금 25,000달러를 걸었다는 소식이 그것이었다. 태평양 횡단 비행을 준비하고자 일본에 도착한 그들은 입국서류 미비 등으로 억류되었지만 태평양 횡단 비행에 도전하러 왔다는 주장에 일본이 이를 받아들여 풀어주었다.

단 한 번의 비행 기회를 살리기 위해 그들은 연료 탑재량을 늘리기 위해 찰스 린드버그가 했던 것처럼 그들도 비행기 중량을 줄였다. 낙하산, 구명조끼는 물론 무전기도 버렸다. 심지어 그 둘은 신발도 신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무게를 줄이기 위해 랜딩기어(바퀴)마저 떼어 버리기로 했다. 도착지 미국의 해변에 동체착륙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이처럼 무모했던 선택이 태평양 횡단 비행을 가능케 한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비행기 바퀴의 경우 무게 자체도 부담이지만 비행 중에 바람을 맞아 항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속도를 저하시키는 것은 물론 연료도 더 소모시키기 때문이다.

 

Miss_Veedol.jpg
미국 서부 위내치 해변에 동체착륙한 '미스 비돌'(1931년)

 

1931년 10월 4일, 그들은 미스 비돌을 몰고 일본 아오모리 현 사무로시 해안을 이륙했다. 3시간여 지난 후 그들은 계획대로 랜딩기어마저 떼어 버렸다. 그들은 린드버그가 비행했던 대서양 비행구간보다 3,200킬로미터나 더 긴 8,850킬로미터를 비행해야 했다. 

40여 시간이 지난 뒤 미스 비돌은 미국 시애틀 상공에 도착했다. 하지만 짙은 안개 때문에 위내치(East Wenatchee) 해변으로 목적지를 바꾸었다. 그곳은 팽본의 고향이었고 익숙한 지형에 착륙이 비교적 용이할 것이라 판단했던 것이다. 결국 그들의 선택은 적중했고 위내치 해변 모래사장에 랜딩기어 없이 동체착륙에 성공했다.

당시 태평양 횡단 비행에는 아사히 신문사 외에도 일본항공협회가 내건 10만 달러, 미국 시애틀 사업가들이 내놓은 28,000달러 상금도 걸려 있었다. 그러나 팽본과 헌든은 상금 일부밖에 획득하지 못했다. 일본항공협회 10만 달러 상금은 일본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받지 못했고 '시애틀 출발 일본 착륙'이라는 조건에 부합지 않는다는 이유로 28,000달러 상금도 받지 못했다.

 

항공 개척 시기 수많은 비행사들이 대양 횡단비행 도전에 나선 것은 단순히 돈 때문에 나타난 성과는 아니다. 하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도전을 외롭게 감행하기란 쉽지 않다.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이들에게 상금이라는 것이 이들의 도전의식에 방아쇠를 당겼던 것이다.

오티그가 내걸었던 25,000달러 상금은 무착륙 대서양 횡단 비행에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어 모을 수 있었고 많은 분야에서 비행 기술 개발에 40만 달러(추정)에 이르는 다양한 투자를 끌어내는 계기가 되었다. 팽본과 헌든의 태평양 횡단 비행 역시 상금이 없었다면 랜딩기어를 떼어내는 무리수를 두어가며 비행에 나서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항공 개척 시기의 비행 도전은 비행사들의 무한한 도전정신과 함께 분명 거액의 상금 역시 적지 않은 역할을 했음은 틀림없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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