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종사 수는 항공편 비행 시간에 따라 달라
- 두 명에서 많게는 4명까지, 객실 어디선가 쉬는 조종사도 있어
만약 현재 기준으로 전 세계 어디든 한번에 날아갈 수 있는 항공기가 있다면 비행시간은 얼마나 나올까?
지구 둘레가 약 4만 킬로미터라고 하니 지구 반대편까지의 거리는 약 2만 킬로미터 정도라고 가정하고, 민간 제트 항공기가 시속 800킬로미터로 비행한다면 약 25시간을 단번에 날아가야 지구 정반대편에 도달할 수 있다. 게다가 비행기가 직선으로만 날아갈 수 없으니 이것까지 감안하면 27-28시간 정도는 날아가야 한다.
10시간 비행하는 것도 지겹고 피곤한데, 한번도 안쉬고 27-28시간, 하루 꼬박하고 몇 시간을 더, 그 좁은 기내에서 지낸다고 생각하니 끔찍하기까지 하다.
우리나라 항공노선 중에 가장 장거리 구간은 인천 - 상파울로 노선이(었)다. 물론 단번에 상파울로까지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미국의 로스앤젤레스를 경유해서 비행한다. 이때 걸리는 시간은 25시간이 넘는다.
이 항공편을 탑승하는 조종사는 인천에서 상파울로까지 비행하는 것일까? 25시간 동안 꼬박?
아니다. ^^;;
인천에서 출발한 조종사는 중간 경유지인 로스앤젤레스에서 내린다. 그리고 그곳에 체류 중이던 다른 조종사가 다시 그 비행기를 로스앤젤레스에서 상파울로까지 조종해 날아간다.
왜 이렇게 조종사를 중간에 교체하는 것일까?
그건 다름아닌 안전한 비행을 목적으로 한 법적 규정 때문이다.
일반 승객이야 25시간 여행시간이 지겹고 피곤하겠지만, 중간에 잠을 잘 수도, 가볍게 움직이면서 휴식을 취할 수도 있지만, 조종사는 좁은 조종실 안에 갖혀 꼼짝할 수 없다. 그리고 잠을 자지도 않는 상태에서 25시간을 날아갈 수는 더더욱 없는 노릇이다.
민간 항공기 조종사는 비행근무시간이 법적으로 정해져 있다.
피곤한 상태에서 항공기 조종은 안전한 비행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일정한 시간을 벗어나 비행하는 것은 법적으로 엄격히 금지되어 있는 것이다.
그럼 기본적으로 조종사는 몇시간 비행할 수 있는 걸까?
민간 항공기는 조종사 혼자 조종하는 법이 없기 때문에 2명을 기본으로 한다면 최대 13시간까지 비행(근무)할 수 있다. 참고로 여기서 비행근무시간이란 공항에 출두해 비행을 위한 브리핑을 시작한 시각부터 따지기 때문에 실제 비행할 수 있는 시간은 10시간 정도다.
이 정도 비행시간으로 날아갈 수 있는 노선은 인천을 기준으로 동남아를 아우르는 지역까지가 일반적이다.
그럼 저기 유럽이나, 미국처럼 비행시간이 10시간을 훨씬 넘는 곳은 어떻게 하나?
이런 경우에는 조종사 한 명이 더 탑승한다. 3명이 한꺼번에 조종실에 들어가 비행하는 것은 아니고, 2명이 비행하는 동안 나머지 한 명은 일반 객실이나 벙크에서 휴식을 취하고, 적당한 시간이 지나면 휴식과 조종을 순차적으로 교대하며 비행한다.
이렇게 3명이 비행하는 경우에는 최대 16시간까지 비행(근무)할 수 있다. 물론 실 비행시간은 브리핑 시간을 제외하면 13시간 내외다.
세계에서 가장 긴 항공노선은?
자, 현존하는 항공노선 중 가장 비행시간이 긴 노선은 어딜까?
2010년 현재, 가장 긴 항공노선은 싱가포르 - 뉴욕 구간을 비행하는 싱가포르항공 편이다. 비행시간이 자그마치 18시간이 넘게 걸린다.
진짜 먼 거리다. 18시간이 넘는 거리를 논스톱으로 날아간다니 대단하긴 하다.
이 정도 거리를 비행할 수 있는 기종은 에어버스의 A340-500 항공기 밖에 없다.
그럼 이렇게 긴 비행시간이 걸리는 항공편은 어떻게 조종사를 태워야 할까? 이런 경우에는 대개 조종사 4명이 탑승한다. 기장, 부기장 각각 2명이 탑승해 2명이 조종실에서 비행하는 동안 나머지 2명은 객실 혹은 벙크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서로 맞교대해 휴식과 비행을 바꾸게 된다.
이렇게 조종사 4명이 탑승해 비행하는 경우에는 20시간까지 비행(근무)할 수 있다.
조종사는 피곤하지 않아도 일정 시간 이상 비행하지 못해..
앞서도 얘기했지만 조종사들의 비행시간은 법적으로 제한을 받는다.
아주 간혹이지만, 항공기에 정비가 발생하거나, 날씨가 나빠 항공기가 지연되는 경우, 바로 이 조종사 비행근무시간이 초과되어 해당 항공편이 취소되거나 장시간 지연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들어 10시간 비행하는 항공편에 조종사 2명이 배정되는데, 날씨가 나빠 3-4시간 지연되는 경우에는 자칫 비행근무시간 13시간을 초과하기 쉽다. 이렇게 되면 그 조종사들은 아예 출발조차 할 수 없게 된다. 그냥 집에 돌아가서 쉬어야 한다.
그럼 새로운 조종사들이 나와야 하고, 준비하고 다시 비행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족히 4-5시간이 더 걸린다.
이렇게 되니 정작 날씨는 좋아져서 비행할 수 있는데, 조종사가 없어 (정확히는 조종사의 비행시간이 초과될 것 같아) 비행하지 못하는 웃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승객들은 아무 죄없이 7-8시간을 마냥 기다려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물론 항공사에서 이렇게 어설프게 바보처럼 일처리 하지는 않는다.
항공편이 지연될 것 같으면,해당 조종사에게 미리 휴식을 주거나 다른 대체 조종사를 미리 수배해 놓는 등의 조치를 취해 가능한 최악의 사태를 예방하는 일련의 조치를 취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가항력적인 상황을 만나는 경우가 없다고는 할 수 없으니, 이게 조종사 비행시간과 관련된 딜레마 중의 하나다.
혹시 항공편을 이용하실 때 해당 항공편 비행시간을 알 수 있다면 여러분이 타고가는 항공편 조종사가 몇 명인지 짐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략 8-9시간 이내 항공편에는 조종사가 2명, 12-13시간 정도 항공편에는 조종사가 3명, 그 이상 비행하는 항공편에는 조종사가 4명 탑승한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혹시, 비즈니스나 퍼스트 클래스에 승객 같지 않은 수상(?)한 사람(예를 들어 제복을 입었다든지, 아니면 잠만 자는 승객이라든지)이 있다면 대개 휴식을 취하는 조종사일 경우가 있으니 너무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지 마시길.. ^^;;
(이 글은 항공부문, 특히 공항에 근무하는 분들에게 더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간혹 직원들조차 이 항공편이 무슨 이유로 지연되는 지 모르는 경우도 있더군요. 배경을 알아야 고객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이 가능하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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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기의 경우 화물칸에 매트리스 깔고 쉬기도 한다는 말에 ㅋㅋㅋㅋㅋ.....
화물 비행기는 기내식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한 1인
화물기에도 기내식이 탑재됩니다.
다만, 객실승무원이 없는 관계로 여객기의 퍼스트 클래스와 같이 순서에 따라 메뉴가 구성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조금 나쁘게 말하면 도시락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아주 괜찮은 수준..) 해장국과 햇반이 실리기도 하고요..
앞서 말한대로 승무원이 없기 때문에 조종사가 직접 데워 먹거나 합니다. 커피도 직접 끓여 마시고, 간혹 설거지도 한다고 하네요 ^^;;
여기 항공기 기장 블로그에 관련 (화물기) 글이 있네요. ^^
https://blog.daum.net/30percentoff/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