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꽝" ~~~
오늘 또 대포같은 소리가 들렸다.
성수기인지라 그런지 요즘은 심심치 않게 이런 폭발 소리가 들린다.
여기까지 읽으면 내가 있는 현장이 전쟁터인 줄 착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이곳은 파리 샤를드골공항 여객 터미널이다. 파리의 국제관문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얘기다.
공항에 총들고 활보하는 군인은 인천공항처럼 남북이 대치된 긴장 속에 있는 국가들에게서만 볼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이곳 파리 샤를드골공항만 해도 총을 휴대하고 2-3명 씩 짝지어 돌아다니는(?) 군인들 모습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터미널 외곽이 아니라 항공이용객들이 넘치는 터미널 안에서의 풍경이다.
이들은 주로 대테러 목적으로 운용된다고 한다. 즉, 공항 청사 내에서 벌어질 수 있는 테러를 사전에 예방해 이용객의 안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앞에서 말한 폭발 소리는 무엇일까?
공항 터미널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항공 여행에서 필수적인 것 중 하나인 짐들로 넘쳐난다. 하지만 간혹 주인없이 혼자 덩그러니 방치되는 짐들도 간혹 눈에 띈다. 앞서 얘기한 샤를드골공항에 순찰 중인 군인들은 그런 짐이 곧 테러에 이용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아니 자칫 방치된 짐 안에 폭발물이 설치되어 있을지도 모른기 때문이다.
주인없는 짐(무주 수하물)이 발견되면 군인들은 해당 지역 반경 약 50-60미터 정도를 봉쇄하고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한다. 만약 그 위치가 항공사 탑승수속 카운터 앞이라면 모든 탑승수속을 중지시키고 승객들은 외곽으로 모두 대피시킨다.
그리고 폭발물 감시반으로 보이는 군인들이 투입되고, 내용물을 확인하나 직접 열어보지 않는다. 혹시 여는 과정에서 폭발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들은 방치된 짐의 크기에 따라 방호막(일종의 방탄 덮게)으로 짐을 감싸고 폭약을 설치해 해당 짐을 폭파시킨다.
짐의 크기에 따라 폭발 정도도 달라져, 심지어는 온 청사 안이 떠나갈 정도의 큰 폭발음을 내기도 한다. 해당 현장에 직접 접근할 수 없어 현장을 직접 촬영할 수는 없었지만 마치 지뢰 제거작업 같은 풍경이라고들 전한다.
파리 샤를드골공항에서 짐 소홀히 간수하다가 자칫 공중에 산산 분해될 수도 있으니 주의하는 게 좋겠다. 자기 가방은 필히 본인 시야 안에 두고 관리해야 한다.
그리고 혹시 샤를드골공항을 이용하다가 천둥치는 폭발음을 들리더라도 너무 놀라거나 당황하지는 마시길.. (이렇게 말해 놓고도 나도 놀라긴 한다. ㅎㅎ) 폭발시키기 전에는 분명히 주변을 블록(폐쇄)하고 그로인해 사람들로 엄청 혼잡해 질테니 폭발음을 들릴 것을 미리 예상하는 게 좋겠다. 참고로, 그렇다고 매일 이런 폭발음이 들리는 건 아니다. 어떤 날은 하루에도 2-3건 발생하기도 하고, 일주일에 한두번 발생하기도 하니 말이다.
하여튼 파리 샤를드골공항에서 짐 잘못 간수하면 영원히 못 찾을 수 있다. 공중분해 되어 버렸을 가능성이 매우 매우 매우~ 크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