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초의 비행 시뮬레이터 'Link Trainer', 1929년 등장
- 시뮬레이터, 조종사 비행 경험 증진 및 비정상 상황 대처 능력 배양 위해 필수
시뮬레이션(Simulation),
~처럼 보이게 하는 것, 흉내내는 것 정도로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우리 말보다 영어 단어 자체의 이해도가 더 높을 정도로 익숙한 표현이다.
무언가 실제 동작이나 행위가 이루어지기 전에, 상황을 가상해 놓고 어떠한 반응이나 결과가 나올 것인지 예측하기 위해 가상으로 시행해 보는 것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항공산업에서 가장 대표적인 시뮬레이션 분야는 조종사 훈련에 사용되는 비행 시뮬레이터(Flight Simulator)다. 실제 비행기를 몰고 비행하는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고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비용과 시간의 제약 때문에 충분한 훈련을 쌓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그래서 100%는 아니지만 실제 비행과 유사한 경험을 쌓게 하고 대응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시뮬레이터 비행훈련은 실제 비행 못지 않게 그 경험을 인정해 준다.
이런 비행 시뮬레이터는 1920년대 후반에 등장했다.
1904년 태어나 16세에 비행을 배우기 시작해 조종 면허를 딴 Edwin Albert Link는 비행 훈련량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날씨가 조금만 나빠도 비행할 수 없었고, 비행 강사의 시간이 여의치 않아도 비행훈련을 받을 수 없는 현실이 불만스러웠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혼자 비행훈련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 그는 부친이 운영하는 주크박스, 오르간 공장(The Link Piano and Organ Company)에서 일하면서 힌트를 얻었다. 오르간용 패달과 전기 펌프로 구동되는 것을 보고 비행기의 움직임, 자세 제어와 관련된 조종간을 떠올렸다.
그는 1920년대 후반 비행자세와 센서 등을 제어할 수 있는 조종석과 조종장치를 갖춘 장비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첫 프로토타입에 사용된 공압 시스템 대부분은 부친의 오르간 공장에서 사용된 시스템을 개조해 적용했다. 계기를 보고 비행하는 법, 계기비행 조건에서 현재 위치 확인, 착륙 접근을 위한 안전한 방법 등을 익히고 훈련할 수 있었다.
그는 특허 출원과{1} 함께 개발한 시뮬레이터 Link Trainer를 Link Flying School에서 운용하기 시작했고 몇몇 비행학교도 이를 도입했다. 조종사 훈련이 필요한 미 육군항공대(USAAF) 앞에서 시연하기도 했지만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경영이 어려워지자 놀이공원에 놀이기구 대용으로 판매하기도 했다.
Link Trainer를 세상에 알리는 결정적 계기는 1934년이었다. 미 육군항공대는 정부와 우편물 수송 계약을 맺고 항공우편을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항공우편은 정해진 일정에 맞춰 수송해야 하는데 계기비행 등에 익숙치 않은 조종사들이 악천후 등 악조건 속에서 비행하다가 80일도 안되는 기간 동안 12명이나 사망한 것이다. 고민하던 미 육군항공대는 이전에 시연했던 Link Trainer를 기억해 냈고 다시 검토해 조종사 계기비행 훈련 목적으로 대당 3,500달러 시뮬레이터 6대를 도입했다.
실제 비행훈련에 투입해 그 효과가 증명되자 이 시뮬레이터(Link Trainer)를 도입하는 곳이 급격히 늘어나 미국과 연합국 대부분 비행학교에서 사용하는 표준 장비가 되어 버렸다. 2차 세계대전(1939년~1945년) 기간 중 Link Trainer는 1만 대 이상 제작되어 50만 명 이상의 훈련에 이용됐다.
초기 제작된 Link Trainer는 청색 몸통에 노란색 날개를 장착해 비행기 형태를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후반기에 제작된 Link Trainer는 생산기간 단축을 위해 날개와 꼬리가 설치되지 않아 달랑 비행기 몸통만 있는 형태였다. 날개 없는 청색 몸통 모습 때문에 '블루박스(Blue Box)'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Link Trainer 생산
초기 모델(C-3)을 개량한 AN-T-18(Army Navy Trainer model 18) D2 모델은 캐나다, 영국공군을 위해 생산된 모델로 가장 널리 보급되었다. 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여러나라 국가 조종사 훈련에 사용되었으며 특히 영연방 항공훈련계획에 공식적으로 포함될 정도로 그 효과를 인정받았다.
Link Trainer는 비행기의 3축 운동과 비행계기를 그대로 재현해 낼 수 있었다. 실속 직전 상황, 랜딩기어 과속, 회전하면서 추락하는 동작 등의 조건 등을 만들어 낼 수 있었기 때문에 조종사들이 실제 비행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상황을 미리 훈련할 수 있었다. 또한 불투명한 캐노피를 장착해 외부가 보이지 않는 야간비행 상황을 재현해 계기비행 및 항법훈련에 유용했다.
조종사가 Link Trainer로 훈련하는 과정은 교관과 함께 진행됐다. 강사가 비행기의 회전, 기울임, 바운스 기능 등을 제어하여 극심한 난기류 상황을 만들어내고 Link Trainer에서 조종사는 그에 대응해 훈련하는 형태였다. 조종사가 제어한 상황과 비행기록 등은 강사 테이블 위에 기록되어 이후 어떠한 점이 잘못됐는지 피드백도 가능했다.
시뮬레이터 훈련
현재 항공사들이 운용하는 비행 시뮬레이터는 비싼 것은 수백억 원까지 할 정도로 고가의 장비다. 그럼에도 시뮬레이터를 도입하는 이유는 조종사의 비행품질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을 줄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비행과 거의 유사한 상황을 통해 조종사들의 몰입감과 현장감을 극대화시켜 주기 때문에 시뮬레이션 훈련 만으로도 어느 정도 경험치를 키울 수 있어 훈련 경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뮬레이터를 운용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 탄생 배경과 맞물려 있다. 즉 난기류, 엔진 문제 등 비정상 상황에 대한 대응 능력을 키우는데 이만한 방법이 없다. 시뮬레이터는 사고가 날 일도 없을 뿐더러 평생 한두 번 겪을까 말까 하는 드문 상황을 언제든지 재현해 이를 극복하는 훈련을 할 수 있게 해준다.
항공법에서도 시뮬레이터 훈련으로 쌓은 비행을 인정해 조종사의 자격유지 실적(경력) 중 하나로 포함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아시아나항공 A380 항공기 운항이 멈춰서자 조종자격 유지를 위해 시뮬레이터 훈련이라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에게는 A380 시뮬레이터가 없었고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다른 나라에서의 훈련도 어려워지면서 조종사 자격상실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항공소식 코로나 사태, 운항 면허 상실하는 조종사 급증 전망 ·· 비행 절벽(2020/4/9)
- ^ 특허(1930년) : Combination Training Device for Student Aviators and Entertainment Apparatus(US1825462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