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는 적절한 재화(비용)를 지불하고 그에 상응하는 물적, 정신적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항공 운송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항공편 날짜를 정하고(예약), 항공권을 구입하면 항공사와의 정식으로 운송 계약이 이루어진 것을 의미한다.
일반 상품과는 달리 항공 좌석이라는 상품은 재고를 남기지 않는다. 나중에 뒀다 판매할 수 있는 재고라는 개념이 없는 셈이다. 설사 좌석이 비었더라도 한번 항공기가 운항하고 나면 상품(좌석)은 소멸된다.
그래서 항공사들은 이런 좌석을 한 좌석도 남기지 않고 판매하려고 갖은 애를 다쓴다.
지난 번 포스팅한 DBC 라는 '탑승거절에 따른 보상금' 이야기도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최대한 많이 판매하려다 보니, 항공사들은 조금씩 초과 예약을 받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도 예약한 모든 승객이 비행기 타려고 나타나면 어쩔 수 없이 일부 승객은 비행기를 이용하지 못하게 된다.
여기서 발생하는 보상금이 바로 DBC(Denied Boarding Compensation) 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보상금이라는 것이 항공사마다 제각각이면 승객들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항공교통 수단을 이용하려다 피해(?)를 보는 소비자(승객)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소비자(승객) 권리장전'이라는 것으로 국가 차원에서의 기준을 제시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소비자 피해보상'과 비슷한 개념이긴 하지만, 조금은 항공 분야에 특화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EU)도 이런 '항공 소비자 권리장전(Passenger Rights)'을 선언하고, 역내에 취항하는 모든 항공사들이 강제적으로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관련 링크 유럽(EU) 항공 소비자 권리장전 (Passenger Rights)
이 권리장전(Passenger Rights)은 지체 부자유로 인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되어 있으며, 항공편 탑승거절, 결항, 장시간 지연 및 수하물 등에 대해 입은 피해를 강제 규정으로 보상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이 권리장전에서도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발생한 승객 불편이나 피해에 대해서까지 보상하도록 하고 있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항공편 결항(Cancellation)의 경우에도 14일 이전에 결정된 것에 대해서는 보상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 장거리 노선에서 4시간 이상 지연되는 경우에는 음식, 숙소, 전화 서비스 등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 마저도 불가항력적 외부 요인으로 발생한 경우에는 제외되어 있다.
어쨌거나 현대는 소비자의 시대다.
소비자는 자신의 권리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자신이 당한 현실이 피해인지 판단할 수 있고, 또 그에 대한 보상을 정당하게 요구할 수도 있다. 위에 링크한 홈페이지는 유럽에 한정된 것이긴 하지만 미국 등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므로, 해당 지역을 항공 여행하는 경우라면 미리 한번쯤은 읽어두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소비자의 권리만큼이나 의무 또한 중요하다 할 것이다. 특히 예약을 하고도 공항에 아무런 연락없이 나타나지 않는 승객은 소비자의 권리를 주장할 자격이 없다. 예약 문화가 성숙되지 않는 한 항공사는 초과예약이라는 편법(?)을 사용할 것이고, 결국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또 (다른) 소비자일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