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중의 하나가 ‘승무원’이다. 그것도 예쁘고, 친절한 여승무원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인지 승무원이라는 직업에 대한 선호도는 대단히 높다. 승무원 모집 경쟁율이 보통 수 십에서 수 백대 일까지 높은 편에 속한다.
승무원이라는 영어 명칭으로는 보통 ‘Flight Attendant’ 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해도 ‘스튜어디스(Stewardess)’ 라는 명칭이 더 흔했다. 물론 지금도 이 명칭을 사용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면 왜 ‘스튜어디스’ 라는 명칭은 사용하지 않고 점차 사라지고 있는 걸까?
먼저 스튜어디스(Stewardess)의 남성 명칭인 스튜어드(Steward) 어원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겠다.
영어 사전에 보면 스튜어드(Steward)를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다.
- 다른 사람의 재산을 관리하는 사람
- 다른 사람의 재산을 책임지고, 구매, 유지하며 하인들을 관리하는 사람
- 클럽, 식당 등에서 테이블, 주류, 종업원을 관리하는 피고용인 하녀, 웨이터 등을 감독하는 사람
- 배, 기차, 버스 등에서 승객의 편의에 책임을 진 피고용인
- 항공기 탑승 도우미
- 특정한 기능을 감독하거나 조직하는 사람
'스튜어드(Steward)'는 유럽 중세시대에 재산을 관리하는 중요한 직책을 부르는 명칭이었다. 당시에는 ‘Stigweard’ 라고 불렀는데 stig 는 고어(古語)로 ‘돼지우리’를 뜻하고, weard 는 ‘파수꾼’을 의미했다. 즉 중요한 재산이었던 돼지, 그 ‘우리를 관리하던 관리인’, '청지기' 정도의 뜻이었던 것이다. 지금도 청지기정신을 의미하는 표현으로 'Stewardship' 이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시대가 바뀌면서 영주의 장원이나 저택에서 피고용인 즉, 하녀나 요리사, 청소원 등을 관리, 감독하고 재산 관리나 회계 일도 맡아 하는 직책으로 바뀌었다. 이 명칭이 시간이 흐르면서 stiward, steward 로 변했고, 배나 기차 등에서 승객 편의를 책임지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 steward 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되었으며 그것이 비행기로도 이어지게 된 것이다.
스튜어디스(Stewardess)는 남성을 뜻하는 스튜어드(Steward)에 여성 접속사(-ess)를 붙힌 표현이다. 1960년 후반까지 ‘스튜어디스’ 라는 용어는 여승무원을 뜻하는 일반적인 표현이었으나, 1967년 한 권의 책 출판이 스튜어디스라는 용어를 이상한 뉘앙스로 만들어 버리는 기폭제가 된다.
Eastern Airlines 스튜어디스 출신 미국인 여성 2명(Trudy Baker 와 Rachel Jones)이 자신들의 체험담을 토대로 ‘Coffee, Tea or Me?’ 라는 책을 출판했다. 제목부터 묘한 느낌을 자극했다. ‘뭘 드시겠어요? 커피? 차? 아니면 나?’ 이런 의미인데, 기내에서 흔히 음료수를 제공하는 표현인 ‘Coffee or Tea?’ 를 빗댄 표현이다. 그 내용 역시 흥미를 자극하는 스캔들을 소재로 한 내용이 담겨져 있어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은 2명의 전직 승무원 이야기를 소재로 재구성한 저자 Donald Bain 의 약간의 상상력이 가미되며 실제 체험담으로 보기에는 다소 과장되었다고 할 수 있다.
어쨌거나 이 책은 큰 인기를 끌게 되었고, 항공사들은 발빠르게 그 인기를 이용해 마케팅을 벌여 대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미국 내 여성단체들은 항공사가 여승무원을 성상품화 한다고 맹렬히 반대하며 비난했고, 급기야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되기도 했다. 그러면서 스튜어디스는 왠지 남녀를 차별하는 듯한 용어로 인식되어갔고, 급기야 1990년대 Political Correctness (말의 표현이나 용어의 사용에서, 인종·민족·종교·성차별등의 편견이 포함되지 않도록 하자는 주장) 분위기와 겹치면서 스튜어디스(Stewardess)라는 용어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분위기가 되어 버렸다. African American, Chairperson, Spokesperson 이라는 표현이 새롭게 태어난 것과도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논란의 당사자였던 항공업계 역시 스튜어디스라는 용어가 가지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피하고자 대체 용어를 찾기 시작했고 선택한 것이 바로 ‘승무원(Flight Attendant)’ 이다. 이후부터는 승무원을 칭하는 표현으로 남녀 가리지 않고 'Flight Attendant' 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되었다.
하지만 비 영어권에서는 아직 남녀를 구분해 사용하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프랑스는 남승무원은 ‘스튜아흐드(Steward)’로, 여승무원은 ‘오테스들레흐(hôtesse de l'air)’를 사용한다. ‘오테스’는 호스테스(Hostess) 즉 ‘여주인’을 의미하는 것으로 결코 부정적인 의미는 아니다.
표현과 용어는 시대를 반영하기 때문에 변할 수 있다. 스튜어디스라는 용어 또한 우연치 않은 사건과 시대 분위기로 인해 남녀 차별, 구별 등을 뜻하는 이상한 뉘앙스로 바뀌어 버린 탓에 영어권 지역에서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표현이 되어 버렸다.
참고로 스튜어디스 라는 용어를 비호감 표현으로 만들어버린 주인공인 논란의 주인공인 ‘Coffee, Tea or Me?’ 라는 책은 1967년 이래 현재도 재출판되어 판매되고 있다. (논란을 불러 일으킨 장본인/책에는 여전히 스튜어디스라는 표현이 사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