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규 항공사 진입 등 치열해진 LCC 시장, 자연스럽게 운임 하락 이끈다
- 유료 부가 서비스에 대한 인식 변화 시 운임 하락은 더욱 가속화
국내 저비용항공시장이 본격 형성된지 근 10년이 되어간다.
제주항공이 2006년 저비용항공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초기 역할은 매우 미미했다.
2008년 진에어, 에어부산이 가세하고 이듬해 이스트항공도 LCC 시장에 명함을 내밀었고 국내 원조 저비용항공사 한성항공의 뒤를 이은 티웨이항공이 2010년 본격 운항을 시작하면서 국내 저비용항공시장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10년이나 지난 지금에도 소비자들은 국적 저비용항공사 항공요금이 그다지 싸다고 여기지 않는다. 유럽이나 미국 등 유명 LCC들이 단 돈 몇 달러, 몇 유로 항공권을 판매하는 것과 비교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제 국적 LCC 항공운임 수준은 외국 LCC와 비교할 때 비교적 높은 편인 것이 사실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여행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굳이 엄청나게 저렴한 요금을 제시하지 않아도 항공기 좌석 채우는데 문제가 없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다. FSC에 비해 단돈 얼마 정도만 싸도 LCC 경쟁력은 충분했다.
그러나 점차 LCC 시장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요구는 외국 수준의 그것을 원했다. 현명하게 준비만 하면 정말 싼 요금으로 항공기를 이용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을 요구했다. 국내 LCC 들도 항공 운임을 점차 인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무작정 싼 항공권만을 제공할 수 없으므로 이를 만회할 수 있는 유료 부가 서비스들을 점차 늘리기 시작한다.
10년 전에만 해도 국적 LCC 대부분은 항공권 외에 유료 서비스는 전무했다. 수하물, 기내식, 심지어 환불, 취소 수수료도 극히 미미했다. 그러나 운임 인하 요구가 거세지면서 무료 수하물은 사라지기 시작했고 기내식을 유료화했고 이런 저런 명목의 수수료를 추가하기 시작했다.
그럼 현재 우리나라 LCC 유료 부가 서비스는 어느 수준일까? 전체 매출 가운데 부가 서비스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 결론을 먼저 얘기하지만 이제 시작 단계로 세계 평균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부가 서비스 매출 비중이 비교적 높다는 제주항공 조차도 전체 매출의 10%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부가 서비스를 내놓으며 초기보다는 비중이 증가하기는 했지만 이제 겨우 7.9%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진에어는 지난해 5.4%에 불과하다. 저비용항공이 활성화된 미국이나 유럽 LCC가 30~40%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매우 크다.
항공소식 국적 LCC, 해외 저비용항공 부가수익 구조와 거리 있어(2018/9/19)
이것을 반대로 말하면 항공운임이 외국에 비해 아직도 높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항공권 수익으로 벌어들일 수 있으니 유료 부가 서비스 확대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제 시장 변화는 또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 LCC 시장에 적어도 1-2개 신생 항공사가 더 생겨날 전망이다. 3수 도전 중인 플라이강원을 비롯해 에어로K, 에어프레미아, 에어필립 등이 LCC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빠르면 다음달 사업면허 부여 항공사가 확정될 예정으로 국내 LCC 시장은 7-9개 항공사의 격전장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10년 국내 LCC 시장은 폭발적으로 커져왔다. 6개나 되는 저비용항공사(LCC)와 2개 대형 항공사(FSC)가 공존하는 이런 항공시장은 다른 나라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지만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이 폭발적인 여행 수요였다.
그러면 최근 10년 항공시장 성장을 이끈 여행수요가 결정적으로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2-3년 내에 여행 수요는 일정 부분 한계에 이르러 그 성장폭이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시장이 확대되지 않으면 경쟁이 치열해진다. 치열한 시장에서 살아남은 강한 경쟁력은 결국 고급 서비스와 값싼 요금으로 나뉠 가능성이 크다. 장거리 스케줄의 강점과 무료 서비스로 무장한 FSC에 비해 LCC가 내밀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카드는 가격이다. 항공 운임이 하락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된다는 것이다.
LCC들이 항공 운임 하락 경쟁을 벌이면 나타날 현상은 부가 유료 서비스의 확대다. 값싼 운임을 만회할 거의 유일한 수단이 부가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항공 운임 외 서비스는 거의 모두 유료화될 가능성이 크다. 무료 위탁 수하물은 사라질 것이고 기내식은 모두 유료화된다. 예약, 발권, 환불, 취소, 좌석지정 등은 물론 공항에서 탑승수속 시 수수료를 받을 것이고 좌석 변경 등 거의 모든 이벤트마다 수수료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이런 점을 볼 때 우리나라 저비용항공 운임은 더욱 하락하고 부가 서비스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부가 수익이 적어도 전체 매출의 20% 수준이 되는 시점까지 급격히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가운데 가장 먼저 나타날 현상은 수하물 유료화다. 현재 국적 LCC 대부분 일부 특가 운임을 제외하곤 대부분 무료 위탁수하물을 허용한다. 현재 유료 수하물 수익으로 벌어들이는 부가 수익은 그리 크지 않다. 제주항공은 부가 매출의 약 20%, 진에어는 불과 10% 수준이다. 외국 유명 LCC 들이 60-70%를 수하물에서 부가 매출을 올리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저비용항공을 선호하는 현명한 소비자라면 앞으로 다가올 본격적인 저비용항공 시대를 적절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우선 유료 부가 서비스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수수료 등 부가 수익이 없으면 절대 값싼 항공권은 등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우선 값싼 항공권을 기본으로 하고 본인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만 골라 선택하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항공권을 구입하고, 부치는 수하물은 가능한한 줄이고, 웹(온라인)체크인, 탑승권 사전 인쇄 준비, 좌석은 꼭 필요하지 않으면 배정하는 대로 받으며 스케줄은 변경하지 않는 등 저렴하게 여행하기 위한 마음의 여유를 준비한다.
또 한가지는 혹시 있을 수도 있는 불편함에 대한 포용이 필요하다. 항공편 결항, 지연에 대한 보상이나 대체 서비스 등이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FSC 항공 운임이 상대적으로 비싼 이유도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을 대비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기억한다면 말이다.
현재의 절반 수준 정도 항공 운임을 향후 2-3년 후 정도에 기대해 보는 것은 무리일까? 불가능하지 않다. 신규 항공사 진입으로 인한 치열한 국내 LCC 경쟁, 여행 수요의 성장 정체 등이 예견되는 만큼 항공권 가격은 하락할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양질의 분석글이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