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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기, 특별기를 띄우는 항공사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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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한

지난 주말 네팔에 들이닥친 강력한 지진으로 인한 수많은 인명피해와 재산손실이 발생했습니다.

너무나 강력한 지진이었기에 네팔 사회 전체의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을 정도이고, 이후 계속 이어지는 여진으로 인한 공포 역시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교민과 여행객, 그리고 방문객들은 서둘러 네팔을 빠져 나오고 있습니다만, 한꺼번에 몰린 통에 공항은 아수라장이고, 자국 국민들을 실어나르기 위한 항공편 증설과 카트만두공항의 수용 한계 때문에 매우 혼잡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항공기가 카트만두공항 상공에 2-3시간 씩 체공(Holding)하는 건 다반사고 급기야 연료 부족으로 인근 공항으로 회항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현재 네팔을 운항하는 국적기는 대한항공 뿐입니다. 평소 주 2회 인천과 카트만두공항을 운항해 왔으나 네팔을 빠져 나오려는 승객이 적체되어 있어 정상적인 항공편만으로는 감당이 안되는 수준입니다. 그래서 정부와 대한항공은 협의를 거쳐 특별기를 추가해 운항에 들어갔습니다.

이번에는 아직까지 별다른 악소문이 나오고 있지 않지만, 이런 특별기를 띄울 때마다 나오는 괴소문이 있습니다. 다름아닌 항공요금에 대한 것입니다. 급박한 비상상황에 내 몰린 승객들에게 엄청난 폭리를 취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평소 항공요금과 비교해 수배에 달하는 요금으로 항공권을 강매하고 있으며, 이런 요금을 지불하지 못하는 사람은 항공편을 이용할 수 없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해 때로는 국가가 항공사로 하여금 전세기를 띄우도록 하고 그 비용은 국가가 이용객들로 하여금 사후에 정산하도록 하기도 합니다. 리비아 사태 때는 이렇게 해 놓고 나중에 이용객들이 돈 못내겠다고 해서 말썽이 나기도 했습니다.

 

대한항공 전세기 B787-8

 

이런 특별 전세기 관련해서 몇 가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선, 비싼 항공요금으로 폭리를 취한다는 비난에 대한 것입니다.

이는 전적으로 항공요금, 아니 기본 경제개념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나온 것 아닌가 싶습니다. 항공요금을 정상가격에 제돈 내고 이용하는 개인은 별로 없을 겁니다. 비즈니스 출장 등으로 급하게 이용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비싼 (할인되지 않은) 정상요금으로 항공편을 이용하지는 않겠지요.

항공요금은 언제, 어떤 조건으로 구입하느냐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입니다. 가까운 일본 노선을 놓고 볼 때도 싸면 10만 원대지만, 비싼 경우에는 50-60만 원까지 가격대가 다양합니다. 하지만 우리 일반인들에게는 10만 원대 항공권 혹은 그보다 조금 더 비싼 정도의 20-30만 원 정도가 적정한 요금이라고 인식되기 쉽습니다.

그런데 위와 같이 비상상황이 되어 갑작스럽게 항공권을 구해야 하는 경우에는 할인 항공권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와 같습니다. 특히 엄청난 사람들이 몰려 좌석이 부족해 지는 상황이라면 그나마 있던 할인 항공권은 자취를 감추고 맙니다. 또한 항공권 가격은 IATA에 이미 공시되어 있고 판매처도 항공사는 일부이고 대부분은 각 대리점과 여행사를 통해 판매되므로 가격을 통제하기란 불가능해 집니다. 즉, 할인되지 않은 최고 가격(정상가격)으로 판매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전후 사정을 알지 못하는 이용객들은 항공사가 비상상황과 다급함을 악용해 장사(?)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곤 합니다. 마음 같아서야 공짜로 비행기 띄워줬으면 좋겠지만, 민간 기업이 그럴 리는 없겠지요. (손해를 봐도 좋다는) 철저한 희생의 마음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비단 기업만 그런 것인가요? 아닙니다. 우리 사회, 아니 인간이 존재하는 환경에서는 어느 누구도 '나는 그렇지 않아, 나를 희생할 수 있어!' 라고 자신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흔히 기업에게만 이런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거죠.

 

다음은 이중성에 대한 문제입니다.

예전 어느 블로그에서 이런 내용을 본 적이 있습니다. 대한항공이 일본 지진 때는 구호물품이다 지원비다 해서 지원해 주고선, 특별기를 띄우고 받아야 할 돈에 대해서는 악착같이 지급보증까지 요구를 했다고 비난했습니다. '일본은 돕고, 한국인에게는 돈 요구하는 대한항공' 이라는 감정적인 제목을 달았더군요.

뭔가 잘못 생각해도 한참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누구를 도와줬다고 해서 다른 모든 경우에도 다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지 궁금했습니다. A 골목길에서 구걸하는 이에게 도움을 준 사람은 B 골목길에서 가게를 열어 장사를 해도 무료로 제공해야 하는 건가 봅니다. 도움을 준 건 준 기부인 것이고, 장사는 비즈니스입니다. 이걸 혼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하나는 여유 기재의 부족으로 인한 리스크 부담입니다.

보통 항공사의 기재 운영은 움직이지 (비행하지) 않는 항공기가 없도록 항공기 운항 스케줄을 최적화해 항공기 가동율을 높입니다. 항공기가 지상에 있다는 것은 그냥 돈을 쏟아 버리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항공기나 스케줄이라는 것이 100% 안정될 수 없고 경우에 따라 고장이나 날씨로 인한 결항 등 비정상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항공사는 이런 비정상 상황을 대비해 항공기 스케줄을 시간단위로 쪼개어 대체기를 투입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일종의 5분 대기조인 셈입니다.

하지만 이런 5분 대기조 용 항공기를 특별기 등으로 차출해 버리면 비정상상황을 대비할 예비기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됩니다. 이 때 항공기 고장이나 날씨 등으로 결항 혹은 지연되면 고스란히 그 영향을 감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대체할 항공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특별기, 전세기를 띄우는 항공사는 이런 리스크를 안고 가야 합니다. 남아 도는 비행기를 띄우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번 네팔 지진 사태가 나고 나서 정기노선을 운영하는 대한항공은 특별기를 띄우고 있다고 합니다. 과연 대한항공이 이익을 보려고 띄우는 걸까요? 지금 이 사태에 네팔에 가고자 하는 (여행, 방문) 수요가 있을까요? 아닙니다. 구호 등의 목적으로 네팔에 가야 하는 극히 일부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텅텅 비워 운항해야 합니다. 물론 네팔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항공편은 꽉꽉 들어 차겠지요. 통 틀어서 절반 탑승률만 기록하게 될 겁니다. 보통 BEP가 70% 정도의 탑승률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특별기 띄워 이익을 보지는 못하리란 것을 대한항공이 바보가 아닌 이상 알고 있을 겁니다. 사회적 의무감이 더 큰 작용을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일부에서는 '땅콩회항'으로 인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려는 행위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만, 이전의 사례에서도 늘 자원해서 지원해 왔으니 그런 의도는 아닌 것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설사 그런 의도가 있다 하더라도 잘 하는 것은 잘 하는대로 칭찬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잘못했을 때 꾸중과 비판이 필요한 것처럼 말입니다.

 

Profile
고려한

 

 

하늘이 그리운 남자 사람입니다.

oiiiio@지메일

작성자의 다른 글
댓글
8
  • B77W
    B77W
    내댓글
    2015.04.30
    정말 좋은 글입니다...혹시 괜찮으시다면 글쓰신 분 표기하고 이 글을 퍼가도 될까요?
  • B77W
    고려한
    작성자
    2015.04.30
    @B77W 님에게 보내는 답글
    어디로 가져가시는 지 링크를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신대로 출처와 글쓴이를 표기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 관제탑장
    관제탑장
    내댓글
    2015.04.30
    금일 오전 플라이트레이더를 통해 KE9695편이 네팔 상공을 10바퀴 이상 선회한 뒤, 무사히 카트만구공항에 착륙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1시간여 뒤에 다시 이륙을 하더군요. 아마도 무사히 우 리나라 국민들을 태우고 오는 듯합니다. 마지막까지 안전하게 귀국하길 기원합니다.
  • 관제탑장
    지나갑니다
    지나갑니다
    내댓글
    2015.04.30
    @관제탑장 님에게 보내는 답글
    평상시 같으면 10바퀴 선회하는 공항, 목적지로는 아예 출발시키지 않을 겁니다. 10바퀴 선회하는 공항은 굉장히 착륙조건이 좋지 않은 위험한 공항이라는 증거니까요.
    이렇게 운항한 것은 사명감이나 의무감 때문이라는 생각에 동의 합니다.
    10바퀴 정도 혹은 그 이상 선회를 각오하고 출발시켰다면 연료는 최대치로 탑재했을 가능성이 크겠네요.
  • dicar
    dicar
    내댓글
    2015.05.01
    대한항공은 우리나라에 없어서는 안될 우리의 날개가 맞습니다
  • 높이나는새
    2015.05.03
    마래바님의 좋은글 감사하게 보구갑니다.
  • 높이나는새
    마래바
    2015.05.03
    @높이나는새 님에게 보내는 답글
    ? 제가 쓴 글은 아닙니다 ㅎㅎ
    내용은 충분히 동감합니다.
    비단 이건 뿐 아니더라도 온라인 상에서 정말 단편적이고 즉흥적인 생각과 표현들이 난무한다는 데서는 말이죠
  • 동감
    동감
    내댓글
    2015.06.17
    글 내용 완전 동감합니다.. 물에 빠진 사람 건져냈더니 보따리 내놓으라 한다 한다는 속담이 생각나네요~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사람성격은 비슷하나봅니다.) 리비아는 좀.. 그랬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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