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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조건부 승인이면 차라리 각자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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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한
  • 대안 항공사 없는 상황에서 운수권·슬롯 반납은 국가 항공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 커
  • 항공기 못 띄우면 전체 사업량 축소 불가피, 이는 다시 인력 구조조정 유발
  • 통합이 1+1=2 아닌 1.5 가능성 우려, 되려 국가 항공산업 경쟁력 퇴보한다
  • 통합 후 시너지 효과 적고 늘어난 부채 감당해야 할 대한항공, 차라리 통합 포기하는 편이 나아

결국 예상대로 공정위는 조건부 승인으로 의견을 모았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 의향을 표명한지 꼭 1년 만이다. 6월까지로 예상했던 심사를 연말까지 미루며  검토한 끝에 해를 넘기기 직전 모은 결론인데, 양사의 합병은 현재 조건으로는 안된다는 것이다.

두 기업의 결합이 시장 경쟁 제한성이 있다는 이유다. 일부 노선에서 통합 대한항공이 100%를 차지하는 독점 노선이 있는가 하면 그 외에도 다른 경쟁사를 압도해 시장·가격을 주도하며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두 기업의 결합은 결국 공정한 시장 경쟁에 지장을 초래하고 소비자에게 돌아갈 이익을 빼앗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독과점 등을 해소하거나 경쟁 제한성을 해소하는 조치를 하지 않으면 결합을 불허하겠다는 얘기다. 그 방안으로 공정위는 운수권·슬롯 반납을 대표적인 해소 방안으로 꼽았다.

 

학계와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판단을 미리 짐작이라도 했듯 운수권, 슬롯 반납 등의 조건을 걸면 안된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항공산업은 제조업 등과는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률적인 독과점 잣대를 대기 어렵고, 자칫하면 국가 항공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운수권 반납은 국가의 자산을 낭비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으며 결국에는 소비자의 선택권이 줄어들 수 있다.

운수권은 국가간의 합의에 의해 만들어지는 항공기 운항 권리이다. 대부분은 서로 동등한 권리를 주고 받는 것이기 때문에 당사국간의 운항편 횟수 등은 동일하거나 같은 수준이다. 국가는 획득한 운수권을 자국 항공사에 배분하고 조정한다.

그런데 만약 통합 대한항공의 운수권을 (일부) 회수한다면 그냥 우리나라 항공편 운항 횟수만 줄어들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에 양사를 대신할 만한 중장거리 노선 운항 항공사는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결국 국적사는 기울어진 운동장(운항 횟수 차이)에서 외항사(외국 항공사)와 경쟁해야 한다.

이 운수권은 다른 나라에 넘길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감소한 운항편수는 자칫 운임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우리 국민·소비자의 선택권은 오히려 줄어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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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부 승인은 경쟁력 상실, 차라리 각자도생이 낫다

 

또한 해외 공항 슬롯 상실 우려가 크다.

슬롯(Slot)은 특정 공항의 특정 시간대에 출도착할 수 있는 권리(기득권)를 말한다. 공항의 수용능력을 넘는 항공교통량이 예상되는 공항의 경우에는 슬롯은 수억을 주고도 살 수 없을만큼 중요한 권리이다. 일례를 들어 싱가포르의 경우 창이공항은 빈 슬롯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우리나라와 항공자유화협정이 체결되었기에 특별한 승인 절차없이 취항할 수 있지만 운항 가능한 시간대를 찾기 어렵다.

신생 에어프레미아가 연말 싱가포르 취항을 추진했지만 여객기 운항에 유리한 시간대를 찾기 어려웠다. 코로나19 상황 때문이기도 했지만 결국 에어프레미아는 여객 운송 대신 운항 시간대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항공화물 수송 운항편을 띄웠다. 밤 8시 30분에 출발해 싱가포르 현지에 새벽 2시경에 도착하는 시간대를 받았다.

 

문제는 항공편이 일정 기간 운항을 하지 않거나 정해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슬롯 권리(기득권)를 상실하게 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제시한 '사용하지 않으면 잃는다(USE IT OR LOSE IT RULE)' 원칙이 대부분 공항에서 통용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해외 현지 상황을 고려해 국토교통부와 협의 후 이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운수권 회수로 항공기 운항이 불가한 그 시점부터 당장 현실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대안을 찾기 어렵다. 즉 슬롯은 운수권과 불가분 관계에 있기 때문에 해결책(슬롯 권한 유지)을 찾기는 어렵다.

더욱이 항공자유화협정 체결 국가/지역의 경우에는 운수권 반납 → 슬롯 상실로 바로 이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외국 항공사들이 취항 기회를 늘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사업량 축소로 인한 구조조정 우려가 커진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했을 당시 가장 중요하게 내건 것 중 하나가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였다. 한진그룹의 역사를 보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능 부분이다. IMF나 911 테러 당시에도 사활을 거는 상황까지 몰렸지만 인위적인 해고 등은 없었기 때문이다. 사업량을 유지하면 양사의 중복 인력 규모가 크지 않다는 판단이었기에 가능한 부분이기도 했다.

그러나 운수권 반납과 슬롯 상실은 불가피하게 사업량 축소로 이어진다. 사업량 축소는 중복 혹은 잉여인력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리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했다지만 사업량이 축소되는 상황으로 몰리면서까지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대한항공 내부에서는 자신들도 구조조정 대상이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피어나고 있다. 열심히 일한 죄 밖에 없고 회사 사정도 나쁘지 않은데 경쟁사(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인해 자신들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면 과연 양사의 통합이 필요한 것인가에 의문이 든다. 특히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하나도 득이 될 것 없는 조건이다. 경영권 분쟁과 맞물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했다지만 그것은 다분히 총수 일가의 개인적인 문제다. 대한항공의 기업 경쟁력과 생존 방향을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누구도 넘보기 힘든 강력한 화물 경쟁력과 사업 전략으로 슬기롭게 파고를 넘고 있다. 여러가지 시장 상황에 부합해 사상 최대 실적(영업이익 기준)을 기대하는 분위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날로 부채비율은 커지고 부실해지는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것이 어떤 이득이 될 것인가 다시 한번 되물어봐야 한다. 2019년 말 1300%대였던 부채비율이 지난 9월 말에는 3800%대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배임 등으로 기내식 자금 부담이 약 3천억 원, 법인세 누락으로 약 970억 원 등 돌발부채까지 등장했다. 인수 후 대한항공이 감당해야 할 부채와 부담이 더욱 커졌다는 뜻이다. 돈을 지불하고 인수하는 것이 아닌 그냥 줘도 받기 힘든 상황이 됐다.

 

공정위가 이런 결정을 내림에 따라 해외 경쟁 당국 역시 그냥 승인을 내줄 가능성은 더욱 작아졌다. 현재 필수 신고국(미국, 유럽연합, 중국, 일본)과 임의 신고국(영국, 호주)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지만 당사국의 결정보다 완화된 결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기업 통합은 '1+1'로 '2' 혹은 그 이상을 기대하는 것이지만 이런 조건부 승인을 통한 사업량 축소는 자칫 '1+1=1.5'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대한항공 입장에서야 1.5로 확장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국가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 항공 경쟁력은 퇴보할 수밖에 없다.

이럴 바에는 통합을 철회하는 것이 낫다. 아시아나항공은 주 채권자인 산업은행 산하에 두고 정상화를 시켜야 한다. 경영권 욕심에 가득한 오너 일가가 물러났기 때문에 합리적인 기업 경영이라면 아시아나항공이 정상화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다만 시간과 자금이 필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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