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확실하고 변화가 많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해외여행에서 여행사 역할은?
- 더 이상 항공권 판매 대행 수수료가 주수익이 안되는 시대 흐름 바꾸기는 어려워
- 누구보다 다양하고 많은 해외여행 정보, 안심 여행의 든든한 동반자 등 적극적인 여행업계 변화 있어야
너무 길었다.
지난 2년 가까운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 경제, 사회의 근간을 흔들어 버렸다.
지금까지 당연시 여겨왔던 것들의 상당 부분이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됐다. 당연히 얼굴 마주보고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것처럼 여겼던 것들이 서로 각자의 자리에서 원격 회의를 통해 서로의 생각들을 맞춘다. 교실이나 강의실에 모여 진행하던 학습과 교육은 이제 자기 혼자 모니터 앞에 해드폰을 낀 모습으로 일상화됐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변화는 여행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우려 때문에 사람들의 모임과 접근이 어려워지다 보니 여행도 당연히 코로나19 시대에는 금기시된 것 중 하나였다. 국제선 항공편을 띄울 수 없는 항공사들은 물론이거니와 여행사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여행사들은 모두 개점휴업 상태를 면하지 못했고 종사자 대부분은 강제 휴업이나 휴직에 들어갔다. 아예 여행업계를 떠난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나마 조금의 자금력이라도 있었던 대형 여행사들은 근근히 연명하고 있다지만 소규모 여행사들은 그야말로 폐점 이상도 이하도 아닌 상황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했던가?
어느덧 길고 길었던 코로나19 터널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백신 접종은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60-70% 접종률을 보이며 집단면역 수준에 오르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그리고 동남아 국가들이 서서히 자국 국경 문을 열고 있다.
들려오는 소식에 따르면 위드 코로나(With COVID-19)로 접어들면서 해외여행 항공편 문의가 최근 몇 백퍼센트씩 급증했다고 한다. 아직은 구체적인 일정 등을 확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아! 이제 갈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을 예상하기에 부족하지 않다.
여기서 한 가지, 여행업계는 지금이 기회이지 않을까 싶다. 체질을 바꾸는 기회 말이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여행사의 주 수익원은 항공권 판매, 여행 커미션 정도였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서면서 항공사들은 여행사에 지급하던 항공권 판매 수수료(발권 대행 수수료)를 폐지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항공사의 일방적인 발권 수수료 결정은 잘못'이라며 항공사의 행태에 제동을 걸었지만 세계적인 흐름을 180도 예전으로 다시 되돌리긴 어려워 보인다. 기본적으로 항공권 판매 대행 수수료를 여행사 주 수익으로 삼기는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단체 여행객을 면세점, 식당 등으로 돌린 커미션을 얻는 싸구려 단체 여행도 어려운 시대이다. 그러면 여행사의 미래는 없는 것일까?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해외여행은 어떤 모습일까를 그려보면 여행사의 새로운 역할을 만들어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2000년대 들어서 여행의 주요 흐름 중 하나가 GIT(Group Inclusive Tour)에서 FIT(Free Independent Travel)로의 변화이다. 2000년대 이전만 해도 해외여행이 자유롭게 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여서 해외여행이라고 하면 대부분 단체여행이었다. 그러던 것이 정보 습득이 자유로워지고 온라인 구매 환경이 조성되면서 개별여행 형태로 변화했다.
이런 개별여행 형태가 일반화된 것도 항공사들이 여행사에 지급하던 항공권 판매 대행 수수료를 폐지하게 된 환경 중의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전까지만 해도 항공사들이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는 영업(판매)이 불가능했었지만 시대가 바뀌고 여행 형태가 바뀌면서 항공사들의 직접 판매 비중이 커졌고 상대적으로 여행사 의존도는 떨어지게 됐다.
최근 코로나19 시대의 끝무렵에 들어서면서 해외여행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처럼 간단히 떠날 수 있는 시대는 아니다. 비자면제협정이 중단된 나라도 여럿이고 설사 무비자 입국이라고 해도 추가로 요구하는 것들이 많아졌다. 특히 코로나19 관련한 예방 접종을 증명하고 현재 비감염 상태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기도 한다. 또한 나라마다 서로 다른 요구사항이나 조건 속에서 외국 방문객들을 맞으려고 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외국 여행 정보는 다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엄청난 변화가 생긴 것이다. 이를 개인이 이곳저곳 확인하며 정보를 얻기에는 어려움이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최근 그리고 당분간의 해외여행은 개인이 알아서 항공권 구매하고 항공기를 타고 여행하는 형태보다 여행사를 통해 집단으로 여행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여행사는 코디네이터(Travel Coordinator) 역할이 더 강조되어야 하지 않을까? 단순히 항공권 대행 발권 수준에서 벗어나 여행 일정 전반을 조율하고 각종 문화상품이나 액티비티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여행 콘텐츠를 구성해 준다면 누구라도 쉽게 여행사의 문을 두드릴 것이다.
또한 낯선 외국을 여행하는데 어느 누구보다 많은 정보와 해결방안을 가지고 있는 곳이 여행사이다. 마치 여행자 보험처럼 해외 여행에서 겪을 수 있는 적지 않은 어려움들을 미리 예측해 해결방안을 준비하고, 또 실제 곤란한 상황을 24시간 어디서든 도움주고 해결하는 적극적인 역할은 어려울까?
항공여행에서 겪을 수 있는 항공권 문제나 수하물 사고 등을 중간에서 조정해 주고 호텔 등 숙박시설에서의 문제 역시 대안을 제시하거나 직접 해결해 준다면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해외여행에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이 더욱 강화되지 않을까 전망해 본다.
단체여행의 경우라면 그저 일정표대로 이동하며 수박 겉핡기 식의 여행이 아니라 진정한 여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은 어떨까? 이동 후 현지에서 충분한 시간과 자유로움을 허락해 그 시간과 장소를 만끽할 수 있다면 단체여행이라고 해도 개별여행 못지 않은 즐거움과 흥미를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항공업계가 기본 항공권 운임은 저렴하게 하면서도 각종 옵션 상품을 내놓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여행사도 보다 다양한 정보로 언제나 쉽게 여행에 나설 수 있게 하고, 실제 여행에서는 안심하고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여건을 유료 옵션으로 제공하는 등, 토탈 여행 코디네이터(Total Travel Coordinator)로서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