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에 대해 일부 국가에서 경쟁제한 우려 표명"
- 경영권 위기 사라진 대한항공, '조건부승인'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 통합 무산 시 아시아나항공 독자생존이라는 고난의 길로 나서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과 관련해 일부 국가에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항공사의 통합은 "시장 경쟁이 제한될 수 있어 무조건 승인은 어렵다"는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윤관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정위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공정위는 "주요 외국 경쟁당국의 심사는 아직 많이 진행되지는 않은 상황이며 실무적으로는 경쟁제한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 있다"고 밝혔다.
일부 국가에서 두 회사 사이의 중복노선과 관련된 경쟁제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과거 사례를 비추어 볼 때 무조건 승인은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는 것이다.
이번 인수합병은 우리나라, 미국, 유럽연합, 중국, 일본 등 9개 필수신고 국가에서승인을 모두 받아야 하는 것으로 어느 나라에서 우려를 표명했는 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들 필수 신고국가 가운데 터키, 대만, 태국에서는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했다.
현재 상황이라면 외국 당국에서 이번 인수합병을 그냥 승인하기 보다는 특정 사업부문을 축소하거나 조정하라는 '조건부승인'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우리나라 공정위는 외국 경쟁당국이 내건 조건으로 인해 이중규제가 될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외국 당국 경쟁제한 우려
다만 일각에서는 만약 경쟁당국이 통합 대한항공의 사업부문을 조정하거나 축소 또는 매각하라는 조건부승인을 제시할 경우 대한항공이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결정 이면에는 대한항공 경영권 문제가 걸려 있었기 때문에 코로나19라는 위기의 상황에도 합병이라는 카드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수용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따라서 외국 당국이 내건 조건이 무리하다고 판단할 경우, 합병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시작했던 에어캐나다와 트랜셋의 통합도 올해 초 유럽연합의 불승인으로 결국 무산된 사례가 있다. 에어캐나다 내부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두 항공사 통합이 자칫 모두를 부실로 내몰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했고 통합 무산을 오히려 다행이라고 여기는 분위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이 내건 조건부합병을 핑계삼아 에어캐나다가 통합을 자연스럽게 무산시켰다는 분석도 있다.
우리나라 상황과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으나 대한항공이 코로나19 사태 속에 무리라는 평이 나오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한 것은 다분히 경영권 문제 때문이기에 두 항공사의 통합이 대한항공 입장에서 과연 최선이었느냐에 대한 물음표는 여전히 가지고 있다. 경영권 문제도 어느 정도 사라진 현 상황에서 대한항공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외국 경쟁당국이 내건다면 '울고 싶은 아이 뺨 때려주는'식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만약 이런 시나리오대로 흘러갈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산업은행 산하로 편입돼 독자생존의 길에 들어설 수밖에 없다. 당장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만한 기업이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대한항공에 인수합병시키는데 투입된 자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혈세가 더 투입되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에서는 이번 공정위 설명이 다분히 기업결합심사 지연에 대한 변명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6월로 예정했던 일정이 10월까지 연구용역을 연장해 연내 결과가 나오기 어렵게 되면서 조속한 심사 진행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외국 경쟁당국의 상황을 끌어들이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외국 경쟁당국 입장에서는 기업결합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심의하는데 신중할 수밖에 없어 '우려' 등의 표명을 먼저 꺼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기에 심사 지연에 따른 부담·압박감을 덜기 위해 이런 외국 상황을 넌지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