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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아픔을 만들지 않기 위해 (제주항공 2216편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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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래바
  • 애간장이 끊어지는 아픔에도 유족들, 사고 수습에 임한 관계자·공무원에 감사
  • 억측과 무책임한 보도, 유족 아픔을 키우고 분열 조장

있어서는 안될 일이 발생했다.

지난해 말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며 분주했던 연말, 항공기 추락사고로 179명이 희생되는 사고가 무안공항에서 벌어졌다.

연말 휴식을 취하고 태국에서 귀국하던 제주항공 2216편 여객기가 무안공항 착륙 직전 조류충돌 등이 발생하면서 동체착륙활주로를 벗어나 외곽 시설물에 충돌하면서 대형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사고로부터 일주일 지난 오늘(5일) 무안공항에서는 사고 희생자 179명의 시신 인도 절차가 마무리되었다. 

하늘이 무너지고 앞이 캄캄해지는 슬픔을 가슴에 안고도 유족들은 오늘 일주일 동안 사고 수습을 위해 사력을 다해온 정부 각부 공무원들과 지자체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박한신 유가족 대표는 오늘 당국 브리핑이 끝난 뒤 정치인 뒤쪽에 서있던 국토부, 보건복지부, 행안부, 경찰청, 소방청 등 공무원들에게 잠시 앞으로 나와 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저희 청구에 욕도 많이 먹고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다"며 말을 꺼낸 뒤 "이 분들이 저희를 도와 주셨다. 집에도 못 가시고 최대한 도와주셔서 정말 빨리 수습을 하게 됐다"며 다른 유족 대표와 함께 공무원들에게 머리 숙여 인사했고, 이에 국토부장관을 비롯한 공무원들도 '맞절'로 유족들의 마음에 화답했다.

이번 사고 경위, 원인과는 관계 없이 사고 수습을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관계자들은 최선을 다해 사고 수습에 임했고 유가족들 역시 이성적으로 대응했다. 가족을 잃은 슬픔을 알기에 내 일, 내 가족의 일처럼 사력을 다해 사고를 수습했고 유가족들은 애끓는 아픔과 고통 속에서도 사고 수습을 지켜봤다.

아픔을 이기지 못한 유족들의 다소 무리하다 싶은 감정 분출에도 성의를 다했고 이 모습에 유족들은 사고 수습에 대해 신뢰를 가지기 시작했다. 무리한 요구와 억측이 사고 수습에 도움이 되지 않음은 물론 자칫 분열과 다툼만 커질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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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을 일으킨 원인과 배경, 그리고 책임 소재는 철저히 파악해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와 같은 사고는 또 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스위스 치즈 모델에서도 알려주는 것처럼 사고 예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다중의 안전 장치를 갖추기 위해서는 문제점과 취약점 파악이 최우선되어야 한다. 제도적 사항은 물론 사회문화적인 의식까지도 개선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타인의 슬픔에 조롱과 비아냥은 사람이 해서는 안될 일이다. 내 가족이 사고를 당해도 비아냥 섞인 말을 내뱉을 수 있을까? 온라인이라는 보이지 않는 숲에 자신을 감추고 내뱉는 한 마디는 유족에게 칼이 되어 날아가고, 우리에게는 참을 수없는 분노를 만들어 낼 뿐이다.

허위 소문과 희생자를 비하하는 말을 퍼뜨린 이를 붙잡아 들은 말은 '그저 뉴스를 보고 생각 없이 글을 썼다'는 진술이었다. 인간 모두가 선할 수는 없겠으나 SNS, 온라인 세상이 된 현대에는 이들의 거짓된 말 한 마디가 많은 사람들을 아프게 하고 심지어 죽음으로 몰아가기도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더욱 조심해야 할 부분은 언론이다. 공식 언론은 물론이거니와 1인 미디어, 단체 등 각 부문에서 제기하는 사고와 관련된 다양한 추측과 분석은 본질을 흐리게 하기 쉽다. 

활주로가 짧아서 사고가 났다, 소방차가 동체착륙 대응 준비를 안했다는 둥 억측이 난무했다. 2800미터 활주로가 인천공항, 김포공항 등과 비교하며 짧아서 사고가 났다는 식의 보도가 봇물처럼 넘쳐났다. 국토부가 활주로 길이가 사고의 원인은 아니라고 말했지만 보도의 방향은 바뀌지 않았다.

각 공항마다 규모와 기능이 다르고 이에 따라 이착륙 가능 항공기가 정해지고 그에 적합한 길이의 활주로가 건설된다. 활주로 길이에 따라 이착륙 가능 항공기종이 정해지는 것이다. 즉 이에 적합하지 않은 항공기종은 아예 운항을 하지 못한다. 인천공항, 김포공항은 대형 기종이 운항하기에 적합한 공항이다. 무안공항은 제주항공 B737-800 기종이 이착륙하기에 적합한 공항이었기에 활주로 길이는 논외의 대상인 것이다.

소방차가 동체착륙 대응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것 역시 앞뒤 상황을 알고 이해해야 한다. 사고기가 복행한 후 다시 동체착륙하기까지 불과 3분이었다. 메이데이 선언 후 소방대는 출동 대기에 들어갔지만 동체착륙에 대응하기 까지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어느 언론도 이런 저간의 사정은 보도하지 않았다. 그저 대응하지 못했다는 사실만 전달해 마치 대응에 잘못이 있었던 것처럼 보도했다.

아울러 전문가라는 인사들의 인터뷰를 통해 단지 '추정'에 불과한 분석들을 쏟아냈다. 공항 시설, 조종사, 관제사, 당국 등에 대해 누구는 이런 것이 부족했고, 하지 않았고, 이런 점은 완벽했다 라는 식의 개인 주장을 마치 진실, 사실인 것처럼 보도했다. 

늘 그랬듯이 어떻게 하면 자극적인 내용을 보도할 수 있을까, 누구를 죄인으로 몰아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할 수 있을까, 호응을 얻을 수 있을까, 특종을 터뜨릴 수 있을까에 온갖 노력을 다하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가지 아픔과 슬픔을 겪지만 때로는 사고나 현상 그 자체보다 오히려 주변에서 이에 대해 왜곡하는 목소리, 눈빛 등이 더 큰 고통 당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제발 아픔을 후벼 파지 말자. 그리고 뭔가 프레임을 씌워 편을 가르지 말자. 자극적인 내용을 밝힌다 해서 사고 사실이 바뀌지 않으며 유족의 아픔이 사그러들지 않는다. 

철저한 조사를 통한 진실 파악과 미래에 또 다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노력, 그리고 슬픔 속에 있는 유족에 대한 진심어린 위로만이 더 큰 아픔을 만들어내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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