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항공사들의 주 수익원은 여객에게 판매하는 항공권이다. 화물의 경우에는 화물 항공권(?, 실제는 화물 운송요금)이 수익원의 대부분이다.
하지만 항공사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주 수익원으로 여겼던 항공요금이 하락하고, 그에 따라 수익 규모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되었다.
항공사들은 항공요금을 대신할 수 있는 다른 수익원을 찾기 시작했고, 그 중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기내 면세품이다. 국가에 내야 하는 세금을 고스라니 제하고 상품을 구입할 수 있으니 해외 여행을 하는 여행객들에게는 그 동안 군침만 흘렸던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면세품을 구입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는 공항이다. 보안검색을 마치고 출국심사를 받고 나면 눈 앞에 수 천가지 면세 상품이 여행객을 기다린다. 오죽하면 공항에 조금 일찍 나오는 이유가 공항 면세점에서 면세품 구입하기 위해서라는 이야기를 듣기 어렵지 않을 정도다. 공항 면세점을 둘러보다 보면 한 두시간 훌쩍 지나가고 자칫하다가는 상품 구경에 정신이 팔려 항공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대한항공 A380 기내 면세품 전시공간
그런데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상품을 고르고 골라 구입했는데, 낭패감을 맛보는 경우가 있다. 항공기를 탑승하고 나서 승무원이 제시하는 면세품 가격을 보고 나서인 경우가 바로 그때다. 이런! 면세점에서 산 가격보다 기내 면세품이 더 싸다?
도대체 이유가 뭐야? 왜 항공기 기내 면세품이 공항 면세품보다 싼건데?
우연히 기사를 보니 기내 면세품이 공항 면세품보다 싼 이유를 환율이라고 언급했다. 공항 면세점은 환율에 따라 그때 그때 환율 변동 사항을 적용해 판매할 수 있지만, 항공사는 기내 면세품 목록을 미리 만들고 가격을 명시하고, 적어도 1개월 정도는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환율이 떨어지면 공항 면세점 상품가격보다 더 싸진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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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에서 면세품 판매하는 승무원
그런데 이건 좀 바보같은 논리다. 기사에서는 환율이 떨어지는 경우를 언급하며 기내 면세품이 더 싼 이유를 말했지만, 반대로 환율이 올라가는 경우는 왜 설명하지 않는지... 논리적이지도, 적합하지도 않은 이유다.
기내 면세품이 공항 면세품보다 더 싼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항공사에게 있어서 면세품 수익은 부가 수익이다. 비행 중 식사 등 필수적인 서비스를 하고 나면 승무원에게는 다소의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 항공사들은 이런 시간적 여유를 활용해 면세품을 판매한다. 즉, 기내 면세품을 판매하려는 목적으로 승무원을 운영하지도, 항공기를 띄우지도 않는다는 얘기다. 항공기를 띄우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여유와 공간을 이용해 면세품을 판매하는 것이니 그에 따른 투입 비용도 크지 않다.
반면 공항 면세점은 말 그대로 면세품을 판매하기 위해 들어선 시설물이고, 인력도 그 목적으로 채용한다. 즉 면세점에서 판매되는 면세품은 국가 세금만 제외될 뿐 그 구입, 전시, 판매에 필요한 모든 비용은 다 면세품 가격에 포함된다. 당연히 상대적으로 부가 인력, 공간을 사용하는 기내 면세품보다 비쌀 수 밖에 없다.
또 한가지 이유는 항공사들이 의도적으로 공항 면세품보다 저렴하게 가격을 책정한다는 데 있다.
기내라는 협소한 공간에서 판매할 수 있는 면세품의 종류는 다양하지 못하고, 그 수량도 많지 않다. 즉, 공항 면세점과 같은 가격을 책정하거나 비싸다면 이용객들이 굳이 불편한 기내에서 면세품을 구입할 필요가 없어진다. 자유롭게 이것저것 물품 만져가며, 테스트 용품도 사용해 가며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공항 면세점을 더 선호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항공사들은 정기적으로 공항 면세품 가격을 조사해 단 몇푼이라도 저렴한 가격을 책정한다.
항공사 온라인 등을 통해 기내 면세품을 미리 주문한다면 항공사 입장에서는 이미 확보된 상품을 '기내'라는 공간에서 '전달'만 하면 되므로 더욱 더 가격을 내릴 여지가 생긴다.
기내 면세품의 단점이라면 상품의 종류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데 있다. 따라서 다양한 상품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서 구입할 것이냐, 미리 마음 속에 정한 상품을 더 싸게 구입할 것이냐에 따라 공항 면세점 혹은 기내 면세점이라는 구입처가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