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영역이라는 것이 있다.
대부분 종교에 관련된 내용이지만, 일반적인 우리 주변에서도 이런 현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 중의 하나가 '항공기 나이 많을 수록 사고 많다' 라는 편견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편견이 믿음의 영역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새 비행기 헌 비행기' 마케팅이 본격적으로 벌어진 1990년 말 부터다. (항공칼럼 자신들이 했던 일은 까맣게 잊은 듯한 아시아나항공 )
이 덕분에 이미지를 중요시 하는 항공 서비스업 특성 상, 제대로 된 정보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미 믿음의 영역으로 자리잡은 '새 비행기 안전, 헌 비행기 위험' 이라는 인식은 바뀌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런 불신을 피해가려 항공사들은 차라리 신 기재 도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믿음의 영역으로 자리잡은 새 비행기, 헌비행기
그래서 몇 가지 자료를 통해 굳건히 믿고 있는 정보나 인식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전하고자 한다.
1900년대 초부터 시작된 항공분야에서 무수히 많은 사고와 인명 희생이 발생했다. 이 모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 어려워 가장 많은 희생자를 발생시킨 항공사고 100개를 기준으로 사고와 기령 간에 관계가 있는지 알아 보았다.
제작 2개월된 Lion Air 사고 항공기(2013년)
가장 큰 희생자를 낸 항공사고는 일명 '테네리페 참사'로 불리는 1977년 네덜란드령 카나리아 제도 테네리페공항에서 벌어진 KLM 항공기와 PanAm 항공기 간의 충돌사고다. 이 사고로 두 비행기에서 583명 사망이라는 참혹한 결과가 발생했다.
이 두 항공기의 나이(기령)는 어느 정도였을까?
하지만 기령과 항공사고 사이에는 상관관계 없거나 미약
사고 당시 두 항공기는 모두 B747 기종으로 KLM 항공기는 생산된지 5년, PanAm 항공기는 7년이었다. (항공상식 사상 최악의 항공사고 Top 10 )
혹시 이렇게 물을 지 모른다. 그건 조종사와 관제탑간의 교신 등 인적인 문제였지 항공기 나이나 성능, 고장 등의 문제가 아니었다고.. 맞다. 그러니까 항공기 나이를 사고의 위험성으로 몰아가서는 안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단일 항공사고로는 가장 많은 520명 희생자를 냈던 1985년 일본항공 사고는 항공기 기체 문제로 발생한 사고였으나 사고 당시 기령은 불과 11년이었다. 이 사고는 그 이전 테일스트라이크(Tail Strike)로 인한 기체 손상을 제대로 정비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결론 내려졌다. 이 역시 항공기 나이 문제가 아니라 정비와 그 이후 후속조치의 문제였다.
지금까지 발생한 최악의 항공사고 100건(대)에 대한 기령 현황이다.
기령(년) | 0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6 | 27 | 36 | - | 계 |
사고 건수 | 5 | 5 | 8 | 1 | 5 | 7 | 7 | 9 | 3 | 3 | 6 | 5 | 2 | 2 | 5 | 1 | 3 | 3 | 3 | 2 | 1 | 2 | 4 | 1 | 2 | 1 | 2 | 1 | 1 | 100 |
10년 이내 기령 항공사고 건수 | 59 | 11 ~ 20년 기령 항공 사고 건수 | 27 | 21년 이상 기령 항공사고 | 14 |
물론 이 데이터가 기령과 항공사고의 관계를 전부 설명해 주지는 못한다. 항공기 연식이 오래되면 될 수록 비행하는 실제 항공기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단순한 수치 비교 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나이가 많아 사고를 많이 낸다'는 얼토당토하지 않은 믿음을 갖기에는 너무나 많은 의문점을 가지게 하는 데이터는 아닌가 싶은 것이다.
지금도 수 많은 항공 전문가들이 항공기 사고가 기령과는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설명하고 있지만,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그 말에 귀기울이려 하지 않는 모습이다.
국가가 나서서 근거없이 불안감 조성
지난 5월, 항공안전에 책임 주무기관인 국토교통부는 국내 항공사들을 '겁박(한 것으로 추정)'해 '제작 20년 이상된 항공기 조기 퇴출' 이라는 자율(?) 협약을 맺도록 했다. 과연 자율(?)인지 의심가는 건 물론이고 항공교통에 책임을 져야 할, 그리고 올바른 인식을 갖도록 계도해야 할 국토교통부가 오히려 '오래된 비행기는 위험해'라는 인식을 공식화하는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했다는데 할 말이 없다.
또 한술 더떠 최근에는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가 항공사 홈페이지 등에 항공기 안전정보를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했다. 다음 달(2015년 8월 1일)부터 시행되는 이 안전정보 표시 내용에는 항공기 등의 제조년월, 안전점검 일자 및 결과, 대수리·대개조 승인일자 및 결과, 피해발생에 대한 보상기준 등이 포함되어 있다
결국 항공 이용자가 자신의 항공편 이용 시 이 비행기가 생산된 지 몇 년 지났는지를 알게 하겠다는 것이다. 연식이 오래된 비행기와 그렇지 않은 비행기를 소비자가 미리 알고 선택하는 부분으로 넘기겠다는 것이다.
이미 관련 사이트를 통해 모든 항공기/비행기의 연식이 공개되어 있어,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태여 항공사 홈페이지에 항공기의 연식을 표시하도록 하는 데는 '오래된 비행기 위험하다' 라는 그들 스스로의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항공 소비자 역시 이런 인식에 동화될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이 아닌 사람들이 국민을 대상으로 잘못된 편견을 갖도록 하는 등 국가기관이 나서서 몰아가고 있다.
하긴 저비용항공이 무엇인지, 세계적 흐름이 어떤지, 무엇이 소비자를 위한 것인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판단력으로 내린 이번 결정이니 무얼 기대하겠는가? 이번 결정이 미칠 영향에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항공칼럼 무엇이 더 소비자를 위한 것인지 모르는 공정위 (저비용항공 환불정책 관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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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카페에서 회원모집 하려 별의별 이상한 헛소리하고 다니는
곳도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