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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이 아닌 기내에서 음식 맛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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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압, 온도, 소음 등이 영향을 준다
항공기술의 발달로 이제 하루 정도면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갈 수 있다.
이런 장시간 비행하는 동안에 식사는 꼭 필요한 것이어서 장거리 비행의 경우 보통 두번 이상 기내에서 식사를 하게 된다.
아무리 항공사들이 맛있어 보이는 사진을 보여주며 기내식을 자랑하고 홍보하지만, 지상에서 먹는 것만큼은 아니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 중의 하나는 기내에서 제공하는 기내식은 즉석에서 만들지 못하고 대부분 만들어진 음식을 데우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바로 만들어 낸 음식 맛과 비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지는 방식과는 상관없이 항공기 안이라는 환경 때문에 기내식의 실제 맛을 정확하게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어떤 이유 때문에 같은 음식이라도 기내에서 먹으면 맛이 없다고 느껴지는 걸까?
1. 기압 때문에 후각과 미각이 둔해진다.
보통 항공기는 3만5천피트 내외의 고도에서 비행한다. 이때 기내 기압은 생활(?)에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로 지상과 비슷한 기압을 유지하지만 지상과 똑같지는 않다. 대개 8천 피트 정도의 기압 상태를 기내에 적용한다. 지상과 같은 기압으로 맞추면 좋겠으나 그렇게 하려면 항공기 동체를 지금보다 훨씬 더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항공기 중량이 무거워지고 효율성도 떨어지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나마 무리없이 지낼 수 있는 8천 피트 (대략 백두산보다 약간 낮은) 높이 정도의 기내 기압과 외부 기압을 견디도록 항공기를 설계한다.
이렇게 8천 피트 고도의 기압 상태로 장시간을 보내면 몸이 붓게 된다. 우리 신체는 지상 기압에 견디도록 적응되어 있기 때문에 8천 피트 고도의 (낮은) 기압 환경에서는 자연스럽게 몸이 붓게 되는 것이다.
항공상식 비행기 장시간 타면 손발이 붓는 이유는?(2009/03/05)
기압이 낮아지고 습도가 떨어지는 환경이 되면 후각과 미각도 둔해진다. 이런 기내 환경에서 오래 지내면 우리 신체의 미각 중 짠맛과 단맛을 느끼는 감각세포의 능력이 떨어지게 되는데, 조사에 따르면 약 30%까지 감지 능력이 저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흥미로운 사실은 신맛, 매운맛, 쓴맛에 대해서는 감각 능력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이다.
기압(Pressure)과 습도(Humidity)의 저하는 짠맛, 단맛을 느끼는 감각능력을 떨어뜨린다.
2. 소음(Noise) 역시 감각능력을 감소시킨다
미국 코넬대학교 연구진(Robin Dando, Kimberly Yan)은 소음과 맛을 느끼는 감각과의 상관관계를 알려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실험 대상자들을 대상으로 단맛, 짠맛, 신맛, 매운맛, 감칠맛 등을 느끼는 음식물을 제공하고 기내와 유사한 수준의 소음상태(80+ 데시벨)에서 취식하도록 했다.
그 결과 짠맛, 신맛, 매운맛 등은 맛의 강도를 제대로 느낀 반면 단맛의 경우에는 맛을 강도를 훨씬 약하게 느꼈다. 즉 소음 상태에서는 단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추가로 흥미로운 사실이 밝혀졌는데 감칠맛은 소음 환경에서 오히려 그 맛의 강도를 더 강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시끄럽다니깐! 입맛 떨어지게..
지금까지 소음(Noise)이 음식 맛을 느끼는 감각을 떨어뜨린다는 주장이 몇 차례 있었으나, 이번 실험을 통해 그 (잠정적인) 원인까지 밝혀낸 연구결과로 국제 학술지에 정식으로 등재되었다.
소음(Noise)은 단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게 한다.
3. 기내 온도 또한 맛을 떨어뜨리는 원인이다.
기내 온도는 시원하다 싶을 정도로 다소 춥게 유지된다. 왜냐하면 추울 때는 담요 등으로 보완할 수 있지만, 더우면 해결책이 없기 때문이다. 기내 공기는 일정 시간을 주기로 외부에서 받아들여 외부로 다시 배출하게 되는데, 렌지에 데워져 제공된 기내식이 따뜻하게 오래 유지되지 못하고 금방 식혀진다. 또한 추운 실내 온도는 몸을 움추러 들게 하며 음식 맛을 제대로 느끼는데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
항공상식 항공기 기내가 다소 춥게느껴지는 이유(2009/06/10)
결국 음식의 맛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단맛과 짠맛을 기압과 습도가 낮고 소음이 많은 항공기내에서는 정확히 느낄 수 없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 때문에 기내식에는 지상에서 제공되는 음식보다 더 많은 소금과 당분이 더해져야 한다. 그래야 지상에서 느끼는 것과 같은 정도의 짠맛, 단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맛있다고 느껴지는 기내식은 역설적으로 더 달고, 더 짜다는 의미다.
항공사들은 이런 연구 결과와 현상들을 바탕으로 약 8천피트 정도의 기압 상태와 소음 상태에서 어떻게 하면 맛있는 기내식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고민한다. 최근에 밝혀진 바로는 단맛이나 짠맛도 중요하지만 입 안에서 느껴지는 감칠맛(Umami, うまみ)이 음식의 맛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 감칠맛은 기압과 습도 환경에서도 맛의 강도가 변하지 않으며 오히려 소음 속에서 감칠맛을 더 강하게 느낀다는 연구 결과는 기내식이 나가야 할 방향 중 일부를 제시한다.
기내에서 마시는 토마토 쥬스는 지상에서보다 훨씬 맛있다
실제 기내에서 제공되는 음료 중에 맥주와 함께 토마토 쥬스가 선호되고 있는데, 토마토 쥬스는 감칠맛(Umami)을 내는 대표적인 음식 재료다. 최근 항공사들은 단맛과 짠맛을 적절히 사용하되 토마토와 같이 감칠맛을 느끼게 하는 음식 재료를 이용한 기내식 개발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항공여행팁 기내에서 마시는 최고의 음료는?(2014/05/01)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떤 기내식이든 지상에서보다 맛있게 느껴진다. 여행에 대한 즐거움과 기대감은 다소 둔해지는 미각도 훌륭하게 부활시키는 마법의 힘을 발휘하는가 보다.^^
참고 Scientists Find A Surprising Reason Why Airplane Food Tastes Bad: Cabin No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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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성능이나 기술적으로는 대형 항공사 B737 이나 LCC B737 이나 차이가 없을텐데요?
소형 프로펠러 비행기라면 모를까요.. 예전에 제주항공이 초기 시절 Q400 항공기는 소음이 좀 심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굳이 가능성 찾자면 오래된(?) 비행기라 기내 인테리어가 조금 덜덜 거리는 현상을 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자동차 연식 조금 지나면 차내 소음 증가하듯이 말입니다.
아니면 정비 소홀(?)로 인한 엔진 소음 증가? 글쎄요 가능성이야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그런 가능성은 일반 항고사들에도 있는 것이라..
그리고 비행기 소음문제는 좌석 선택에 따라서 차이가 많이 날듯하네요... 날개 주변 좌석이 앞이나 뒤쪽 자석보다 소음이 다소 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