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항공 기세가 거세다.
우리나라만 해도 저비용항공이 진에어, 에어부산,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티웨이 등 5개나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 항공시장에 비해 저비용항공 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생각은 들지만 자연스런 생존경쟁 속에서 살아남는 저비용항공은 나름대로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항공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나라 중 하나인 일본은 그동안 저비용항공 시장에서 무풍지대였다 할 수 있다. 일본항공(JAL), 전일본공수(ANA) 양사 체제가 오랫동안 이어져 왔고 여기에 만족했기에 구태여 저비용항공이 뛰어들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일본 저비용항공 시장 진입을 알린 ANA 와 AirAsia (2012년 8월 개시 예정)
하지만 한때 세계 최대항공사라는 타이틀을 갖기도 했던 일본항공의 파산 선언은 일본 항공업계에 충격과 함께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일본 경제, 특히 시장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갈라파고스 라고 불리기도 한다. 외부 변화와는 상관없이 일본 내부 여건이 자율적, 폐쇄적으로 움직여왔기 때문이다.
항공시장 특성상 지금까지 폐쇄적이었던 특성은 어쩔 수 없었으나 이제는 변화할 수 밖에 없는 시대가 되었다. 어느 나라든 머지않아 오픈스카이 등으로 자국 항공시장을 외국 항공사에게 내 주어야 하는 시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 국내 항공시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 크다. 그래서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 항공사들이 일본 시장에 진출하려고 애쓰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 흐름을 이제 일본도 더 이상 거스르지 못하게 되었다.
전일본공수(ANA)가 지난 7월, 이미 말레이시아의 에어아시아와 함께 저비용항공(가칭 에어아시아재팬)을 설립(2012년 8월 운항 개시)하기로 결정하자, 급기야 오늘(16일) 일본항공(JAL)도 호주항공 콴타스와 손을 잡고 저비용항공(제트스타재팬)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역시 2012년 운항 개시 예정이다)
일본항공(JAL)의 이번 설립 결정은 다분히 전일본공수(ANA)의 선제 공세에 대한 대응으로 보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일본 항공시장이 개방되면 일본 항공사들의 주 수익원 중 하나인 국내선 시장을 외국 저비용항공사들에게 내 주어야 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항공도 2012년 운항을 목표로 콴타스와 함께 제트스타재팬 설립
대형 항공사들이 자회사 형식으로 저비용항공 설립을 추진하는 이유는 대형 항공사가 갖는 자체적인 한계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커질대로 커져버린 덩치, 거기에 고객들이 기대하는 서비스와 다양성 등을 포기할 수 없으므로 항공 요금을 낮출 수 없고, 다른 저비용항공사와의 가격 경쟁에서는 도저히 상대 안되는 수준이니 시장 전략을 바꿀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기존 대형 항공사는 고객의 서비스 욕구를 다양하게 채워주면서 비교적 고가의 항공요금 시장을 유지하고, 자회사 저비용항공은 단순 운송 서비스에 만족하는 또 다른 시장을 개척하는 등 서로의 역할을 달리하며 각각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항공과 전일본공수도 마찬가지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기존 서비스와 가격 수준을 유지하는 한, 일본 내부 경쟁에서는 물론이거니와 밀려드는 외국 저비용항공의 공세를 막아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 동안 갈라파고스 섬처럼 폐쇄적이고 움직일 줄 모르던 일본 항공시장에도 변화의 파도가 밀려들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 일본을 중심으로 한 근거리 노선이 한국, 일본 저비용항공의 사정권에 들어가게 되므로 우리나라 저비용항공 또한 본격적으로 일본 시장에 관한 한 기존 대형 항공사가 아닌 저비용항공사와 본격적인 경쟁을 벌이게 된다.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사들이, 오래 기간 노하우와 경쟁력을 키워 온 외국 저비용항공과의 경쟁에서 승자로 남을 지, 아니면 역사의 한 페이지로만 남을 지는 혁신적인 전략과 비전에 달려 있다 할 것이다. 현재와 같은 단순히 조금 저렴한 요금 수준만으로는 이들을 상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