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컬럼

싱글 파일럿 (Single Pilot) 시대 올 수 있을까?

마래바2014.12.17 15:23조회 수 2042댓글 3

기술의 발전은 눈부실 정도로 빠르고 변화의 폭도 크다. 조금만 태만해도 경쟁의 흐름에서 뒷 물결로 밀릴만큼 빠르다.

항공 분야도 마찬가지다. 오늘(12월 17일)이 바로 라이트 형제에 의해 동력비행이 인류 역사상 최초로 이루어진 날이다. 불과 100년 조금 지난 지금, 머나먼 우주로 우주선 로켓을 쏘아 올리고 다른 행성을 탐험할 만큼 항공우주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초기 항공시대에만 해도 인간의 시력과 손, 그리고 판단력을 통해 조종되었으나, 이제는 첨단의 자동화 기술 덕분에 아파트 만한 거대 항공기가 단지 조종사 2명에 의해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간다.

며칠 전(12월 15일) 미국 Rockwell Collins 사는 NASA 의 협력 파트너로 싱글 파일럿 운항 프로그램(Single Pilot Operation Program)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항공업계는 기술 발전과 함께 다가올 미래의 조종사 부족 등을 고려할 때 싱글 파일럿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다만 이는 기술적인 문제로만 치부될 수 없고 정책과 인식 변화 등이 수반되어야 한다." Rockwell Collins 연구 부사장인 John Borghese 은 이렇게 말하며 다가올 1인 조종사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우리 주변에는 자동화 기술 발전으로 무인 자동차, 무인 전투기, 드론 등이 눈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항공업계의 예측으로는 향후 20년 간 항공교통량은 현재의 2배가 될 전망이나 그에 따른 조종사는 태부족하게 된다. 보잉은 향후 20년간 553,000명의 신규 조종사가 필요하다고 전망한다.

이번 Rockwell Collins 의 1단계 연구는 지난 5년간에 걸친 것으로, 한 명의 조종사로 항공기 운항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항공기에 탑승하는 조종사(Pilot)는 1명이지만, 통신기술과 가상화 기술 등을 접목해 지상에 부조종사(Co-Pilot)를 운영한다. 이 부조종사는 지상에서 여러 항공기를 모니터링하다가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가상화(Virtual) 기술을 이용해 해당 항공기의 조종사와 협력해 실제 부조종사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싱글 파일럿 시대 올 수 있어

전문가들은 싱글 파일럿에 대한 이런 연구는 '충분히 가능한 새로운 영역(reasonably new area)'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향후 10여년 정도의 짧은 시간안에 급격한 변화나 싱글 파일럿 적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전망을 내 놓고 있다.

싱글 파일럿이 가능하려면 우선 현재의 민간 항공기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1970년대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Boeing)과 에어버스(Airbus)는, 당시 조종사 3인 체제(Three Pilots)로는 조종사 부족 상황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항공 시스템 개발을 통해 항공기관사(Flight Engineer)를 없앴다. 그래서 현재의 2인 조종사 체제로 항공기를 조종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을 1인 체제로 바꾸려면 그에 걸맞는 항공 시스템 환경이 갖춰져야 하고, 현재의 항공기로서는 불가능한 얘기일 수 밖에 없어, 항공기 Pilot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3인에서 2인으로의 변화까지 근 20년이 걸린 것을 생각하면 싱글 파일럿으로의 변화는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할 지 모른다.

하지만 난제로 꼽히는 것 가운데 가장 큰 것은 기술 보다는 '인식과 정책의 변화를 가져오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항공사고는 치명적이기 때문에 만일의 상황에 대한 백업(back-up)이 필요하며 그 백업의 대표적인 자원이 조종사라는 것이다. 한 명의 조종사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싱글 파일럿 체제로는 근본부터 해결책이 없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 완벽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해도 사람들 마음 속에 있는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하면 정책의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

10여년 전, 화물 항공사 FedEx 는 8시간 이상 비행 노선에 조종사 2인 체제를 적용하려고 했었다. 현재 규정으로도 그렇지만 8시간 이상 비행 노선에는 조종사가 3명이 필요하다. 2명 조종업무, 1명 휴식을 번갈아 하는 비행근무 체제다. FedEx 는 위험성이 큰 육지 위 비행이 아닌 해상 비행을 대상으로 이 2인 체제를 적용하려 했으나 노조 등에서는 바닷가 - 바닷가 공항이 맞닿아 있는 형태의 노선이 아닌 대륙 내에 있는 공항으로의 2인 체제 비행은 사고 발생 시 육지의 많은 인명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결국 FedEx 의 이런 시도는 무위로 돌아갔다. 법적인 규제 뿐 만이 아니라 인식의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초기의 이런 항공업계 연구는 비용절감이 주 목적이었으나 최근에는 그 양상이 바뀌어 가고 있다. Rockwell 의 이번 연구 또한 변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비용 절감이 아닌 조종사 부족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여전히 노동계에서는 항공업계가 조종사들에게 더 이상 많은 보수를 주려 하지 않으려는 이유, 즉 비용 절감이 이런 싱글 파일럿 연구의 가장 큰 이유라며 반박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언젠가는 싱글 파일럿 시대가 올 것이라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 의견을 같이한다. 이미 현재의 비행시스템 발전 방향이 단순한 비행(Flying)에서 잠재적인 위험 요소(Risk) 등을 염두에 둔 자동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점을 들어 싱글 파일럿 가능성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체제를 밑바닥부터 새롭게 재설계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언급한다. 단순히 항공기 시스템의 발전 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 속 불안감 마저 해결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노력들이 부족한 상황에서, 충분한 연구와 개발, 안정성이 검증되지 못하고 '조종사 부족 시대를 맞을 가능성'과 함께 어쩔 수 없이 '싱글 파일럿 체제를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떠밀려 들어가게 될 가능성을 전문가들은 가장 우려하고 있다.

싱글 파일럿 (Single Pilot), 조종사 1명 시대... 혹시 이를 막연한 미래의 신기술 환경 정도로만 치부했었다면, 이제는 조금 더 심각하게 연구와 해결책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게 된 시점이지 않을까 싶다.

그러고 보니 항공업계의 괴짜 라이언에어의 회장 오리어리(O'Leary)의 주장이 갑자기 현실적으로 들려오며, 선구자적인 시각을 가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항공소식] 조종사 한 명만 태우자는 라이언에어(2010/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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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여행정보 선정, 2014년 항공 화제 Top 10 A380 초대형 항공기 미래, 밝지 않아
  • 2014.12.21 01:20
    지금같이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발전하는 세상이니 결국은 시간이 문제일것 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인식이 가장 걸림돌이며 소형기종은 관계없지만 대형 여객기의 경우는
    liability가 관건일것입니다.
  • 2014.12.21 01:22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게재해주신 내용 아주 인상적이네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무인자동차와 비슷한 맥락으로 접근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한다 해도 기계의 특성상 항상 수반되는 비정상 상황에 대한 대책이 충분히 갖추어지지 않는 이상 실질적 도입에 큰 장애물이 될 것 같습니다.

    원격링크를 통한 무인조종 지원... 2중/3중 혹은 그 이상의 다중 통신망 구성을 통해 접속안정성을 높인다 해도 유사시 칵핏 안에서 직접적인 제어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부조종사를 대체하기엔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또한, 자동조종장치의 진보를 통한 개선된 자가진단 및 탁월한 위험요소 대응능력을 갖춘 모듈로 조종사에게 획기적인 업무량 감소효과를 가져다준다 해도 이 역시 근본을 따지자면 사람과 같은 독자적 지성체가 아닌, 그렇게 보이도록 설계된 기계장치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liability에 따른 차이는 있겠으나 언젠가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 @높이나는새
    마래바글쓴이
    2014.12.22 10:15
    네, 의견 공감합니다.
    무인 전투기의 추락, 사고율이 더 높은 이유도 실제 칵핏에서 느낄 수 있는 현장감 등을 원격으로는 느낄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 취약점인 것 같습니다. 단순히 조종 기술을 알려주거나 정보를 전달하는 도움 정도로는 많이 부족하겠지요..
    어쨌거나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니, 좀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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