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항공사의 영업방식은 간접 판매였다.
항공사가 아무리 지점을 많이 늘리고 영업망을 확충한다해도 전국, 전세계를 대상으로 모든 지역을 커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으로 생겨난 것이 여행 대리점이다.
대리점은 고객을 대신해 항공 스케줄을 예약하고 항공사 대신 항공권을 판매하며 대행 수수료 등의 수익을 얻는다. 항공사는 직접 투자해야 하는 인력, 비용 등을 감안해 직판(직접판매) 대신 여행 대리점을 통한 간판(간접판매)으로 지점 확장과 같은 효과를 얻는 상호 윈윈(Win-Win) 관계에 있었다.
하지만 점차 통신과 네트워크가 발전하고 항공권 형태, 여행의 패턴이 변하면서 항공사와 여행 대리점 간의 역할과 구도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고객이 굳이 여행사를 통하지 않아도 손쉽게 스케줄을 알아보고 항공권을 구입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항공칼럼 항공사와 여행사는 악어와 악어새? (2007/04/20)
이전과는 달리 고객이 여행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항공사의 문(홈페이지, 콜센터 등)을 두드려 예약, 항공권 판매가 늘기 시작한 것이다.
세일즈를 위해 많은 여행 대리점을 확보하는 것이 항공권 판매의 주요 전략이었기에 경쟁적으로 여행 대리점에 주는 판매 수수료를 높게 유지했었고, 오히려 항공사에서 직접 판매하는 항공권 가격이 여행사 판매가격보다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항공상식 왜 항공사보다 여행사 티켓이 더 싼 걸까?(2008/07/01) )
이런 구도를 유지하던 항공사와 여행사 간의 관계가 결정적으로 2000년대 중반 항공권 형태가 변경되면서 급격히 변화되기 시작했다. 종이항공권에서 이티켓으로의 변화는 여행사의 존재 의미를 조금씩 갉아먹기 시작한 것이다.
이티켓의 판매 비중이 높아가면 갈 수록 한푼이라도 수수료를 아껴야 하는 입장인 항공사로서는 더욱 더 직접 판매 (이티켓) 비중을 높이게 되었다. 이런 구도를 결정적으로 가속화시킨 것은 저비용항공사였다. 비용을 최대한 낮춰야 하는 저비용항공사 입장에서 이티켓(e-Ticket)이야 말로 구세주와 같은 판매 방식이었다.
여행 대리점을 거치지 않고 고객으로 하여금 항공사 홈페이지, 시스템 등을 이용해 직접 구입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고객 입장에서도 인터넷 등을 통해 얻은 풍부한 정보를 바탕으로 항공사 홈페이지에서 직접 예매, 구입할 수 있고 가격도 오히려 더 싸게 구입하게 되니 굳이 여행사를 찾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저비용항공의 득세는 항공권 판매 패턴을 바꿔놓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0년대 후반 들어서면서 저비용항공 시대를 열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저비용항공을 표방하면서도 그들의 판매방식은 이전 대한항공, 아시아나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여행사를 중간에 끼는 간판 방식을 유지했던 것이다. 그러니 항공권 가격이 낮춰질리 만무했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에 비해 아주 조금 저렴한 수준의 항공권만 판매했던 것이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서면서 어느 정도 저비용항공으로의 정체성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그 대표주자가 제주항공이었다. 5개 저비용항공사 중에 가장 크기도 했지만, 결정적으로 그들의 영업, 운영 방식에 있어 저비용항공의 모범사례라 불리는 라이언에어나 사우스웨스트항공을 그대로 모방하는 등 벤치마킹에 열심이었다.
항공칼럼 제주항공, 저비용항공 시장 분위기 선도(2014/08/28)
오늘 발표한 제주항공의 자사 직판(직접판매) 성과와 흐름은 이런 항공권 판매 패턴 변화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2013년 4월 25% 였던 국제선 항공권 직판 비율이 2015년 4월에는 42%를 넘어섰다. 즉, 제주항공이 판매하는 국제선 항공권 10매 중 4매는 제주항공 홈페이지나 콜센터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의미다. 대한항공이 2014년 기준 13% 국제선 직판비중, 아시아나항공이 8.4% 였던 것과 비교해도 제주항공이 월등히 높은 직판 비율을 보이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에어아시아의 직판 비중은 84%에 이른다. 즉 저비용항공일 수록 직판 비중은 높고 간접판매는 최소화한다. 직판비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수익성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잠정적으로 직판 비중을 국제선, 국내선 모두 70%까지의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여행 패턴이 기존의 단체여행에서 개별, 개인여행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개별 여행이 늘어날 수록 여행사에 의존하기 보다는 스스로 여행 스케줄을 짜고 항공권을 구입하는 비중이 늘어난다. 이런 변화의 흐름에 여행사(대리점)는 빨리 올라타야 한다. 사람들의 여행패턴이 개별 여행이 많아질 수록 항공권 판매에 집중하기 보다는 여행 전문 코디네이터 역할 등 또 다른 수익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체여행 패턴이 갑자기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므로 단체여행과 개별여행 패턴 모두 아우르는 역할 변화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