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일본 국토교통성 장관의 하네다공항 허브화 추진 발언과 일본항공 파산 선언 이후 일본 항공산업 전체를 새롭게 재편하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하네다 공항에 비록 야간 시간대이긴 하지만 국제선인 미주 노선 항공편 운항을 허가했다. 본격적인 하네다 공항 살리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저녁 혹은 새벽 시간대 하네다 공항으로 연결되는 인천-하네다 노선에 이전과는 달리 미주행 연결 승객들에게 새로운 미주행 루트가 생기게 되는 셈이다. 많지는 않겠지만 어느 정도 국내 항공사들 미주행 노선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자 하네다 공항 허브화에 내심 불편한 속내를 가졌던 나리타 공항도 또 다른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나리타 공항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013년까지 일본 최초의 저비용항공사(LCC, Low Cost Carrier) 전용 여객터미널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니혼게이자 신문 보도에 따르면 나리타 국제공항은 최대 200억엔(약 2,600억원)을 토입해 2013년 봄까지 저비용항공사 전용터미널을 건설키로 하고 이르면 내년(2011년) 봄 공사에 들어간다고 한다. 전용 터미널 위치는 현재의 1, 2 여객터미널 부근으로 알려져 있으며, 경비 절감을 위해 단층(1층) 구조가 될 것이라고 한다.
과연 나리타 공항에 저비용항공사 운항이 활성화 될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저비용항공의 특징을 알지 않으면 안된다. 저비용항공은 철저히 항공기 운항에 소요되는 비용 구조를 간략화 시킴으로써 비용을 줄이는 것이 기본 컨셉이다. 항공기 착륙료는 물론이고 공항 여객터미널 각종 시설을 이용함에도 최대한 비용을 낮추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저비용항공의 가장 큰 무기인 저렴한 항공권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성공적으로 운영 중인 저비용항공사들은 주로 시 외곽지역에 있는 작은 공항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착륙료가 싸고 시설 이용료가 저렴하기 때문에 도심으로의 이동에 다소 불편하지만 싼 티켓 맛에 기꺼이 저비용항공을 이용하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나리타 공항은 오사카 간사이 공항과 더불어 공항 착륙료 등 시설 이용료가 살인적으로 비싸기로 유명한 곳이다. 인천공항에 비해 2배가 넘는 착륙료를 받는 공항이 바로 나리타 공항이다.
그럼 다른 시설 이용료는 저렴할까? 글쎄다. 나리타 공항이 만약 저비용항공 유치를 위해 파격적인 조건으로 사용료를 내려 준다면 가능하겠지만, 이 경우에도 다른 항공사들의 반발을 감수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만약 항공기 운항에 필요한 사용료를 낮춰줄 수 없다면 저비용항공이 나리타 공항으로 운항할 리 만무하다. 도심으로 연결하는 데 불편한 데다가 이용료까지 저렴하지 않다면 항공요금을 낮추기 힘들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외면으로 드러난 나리타 공항의 저비용항공 유치 계획은 이것 뿐이다. 어떻게 유치할 지, 또 그 혜택으로 어떤 당근을 제시할 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그 성패를 뭐라 속단하기는 힘들다.
다만 확실한 것은 현재 상태라면 저비용항공이 나리타를 선택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다. 이 약점은도 나리타 공항이 바보가 아닌 이상 충분히 알고 또 다른 계획을 세우고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인천공항도 현재의 평가나 위상에만 안주해서는 안될 것이다. 일본 당국과 항공업계는 일본항공 파산 이후 다양한 항공 진흥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지금 당장은 일본 공항들에 비해 한 발 앞선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인천공항이라지만, 그 경쟁력이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경쟁력 전체를 대표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일본은 하네다 공항의 허브화와 나리타 공항 활성화, 이 두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 하고 있다. 우리가 한시라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