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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을 위한 전략이었던 사우스웨스트의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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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비용항공사 공식으로 새로운 길 제시했다는 평가
세계에서 가장 신뢰를 받는 항공사는 어딜까?
신뢰도를 측정하는 기준을 기업의 영업수지와 그 연속성으로 본다면 단연코 미국의 사우스웨스트항공을 들 수 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영업실적은 2014년에도 흑자로 나타났다. 이제는 단순히 사우스웨스트항공이 흑자를 냈다는 것은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그 흑자 행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뉴스거리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2014년에도 흑자를 기록함으로써 42년 연속 흑자라는 감히 어떤 기업도 흉내낼 수 없는 기록을 쌓아가고 있다.
항공소식 사우스웨스트, 42년 연속 흑자 기록 이어가(2015/01/25)
이런 놀라운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사우스웨스트의 저력은 어디에 있는 걸까?
여러가지 성공요인이 있겠으나 경영층의 적절한 전략과 확신감 넘치는 추진력, 그리고 그에 대해 보여주는 사우스웨스트항공 구성원들의 전적인 신뢰가 그 바탕이라 할 수 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에는 "10분 회전(10 Minutes Turn) 전략"이 있었다. 이 10분 전략은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초기 파산의 위기에서 벗어나 성공의 발판을 삼는 중요한 계기인 것은 물론 '저비용항공(Low Cost Carrier)이 어떻게 해야 한다' 라는 방향까지 제시하게 된다.
본격적인 상업비행을 시작한 다음 해인 1972년, 사우스웨스트항공은 큰 위기에 봉착했다. 16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던 것이다. 이 경영 위기는 사우스웨스트항공이 보유하고 있던 항공기 4대 중 한 대를 시장에 매각했을 만큼 급박한 상황으로 몰고 갔다.
사업을 시작한 지 1년도 안돼 항공사 문을 닫아야 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항공기 4대로 운영하던 스케줄을 3대로는 도저히 맞출 수가 없었다. 당시 지상작업 운영(Ground Operation) 총괄 부사장이었던 빌 프랭클린(Bill Franklin)은 항공기 3대로 기존 스케줄을 감당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고 그가 발견한 것이 바로 '10분 회전(10 Minutes Turn)' 방법이었다.
사우스웨스트항공 회장 허브 켈러허와 '10분 회전'의 주인공 부사장 빌 프랭클린
'10분 회전' 이란 항공기가 도착해 손님이 하기하는 시점부터 기내 청소와 각종 물품 보급, 수하물 탑재와 승객 탑승하여 문닫고 출발하기 까지의 모든 과정을 '10분' 안에 끝내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이 모든 과정을 끝내는데 얼추 한 시간은 걸린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던 당시 사우스웨스트 담당자들은 고개를 내 저었다.
당시 젊은 직원이었던 댄 존슨(Dan Johnson) 역시 이 말도 안되는 방식에 반기를 들었지만, 빌 프랭클린의 표정은 단호했다. 그는 테이블을 두들겨 가며 '니가 그걸 못하겠으면 회사를 그만둘 수 밖에 없고, 나는 그걸 해낼 직원을 끝까지 찾아내겠다!' 며 물러설 수 없음을 역설했다. 물론 해고하겠다는 으름장은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해고 당하지는 않았다.
담당자와 직원들은 하나같이 이 '10분 회전' 방식을 구현해 내기 위해 머리를 맞대었다. 그들에게 있었던 것은 항공기는 지상에 있는 시간이 최소화되어야 하고 비행기의 임무는 하늘에 늘 떠 있어야 한다는 그 명제 하나 뿐이었다.
이들이 '10분 회전'에서 찾아낸 성공 방정식은 '멀티태스킹(Multi-Task Job)'과 치열함(Desperate)' 이었다.
빌 프랭클린이 승무원들을 모아놓고 '우리가 10분 회전이라는 이 방식을 성공시킨다면 우리는 전설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해 낼 겁니다.' 라는 말에 책임 승무원 샌드라 보건(Sandra Bogan)은 두말 없이 할 수 있고, 하겠다고 화답했다.
"승무원 여러분, 이제 여러분은 할 수 있습니다. 그렇죠?"
"물론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Yes Sir' 뿐입니다."
'그(빌)는 대단한 사람이었습니다. 신의 위엄같은 것을 모두에게 전달하는 카리스마가 있었습니다. 그와 함께 일하면 뭔가를 해 낼 것만 같았습니다.' 사우스웨스트항공 탄생과 함께 승무원 생활을 시작했던 그녀는 이렇게 회상했다.
지상 직원들은 자신에게 맡겨진 업무 한가지가 아닌 여러 업무를, 시간에 따라 맡아야 했고 조종사는 그라운드 타임(Ground time)을 줄이기 위해 램프(계류장 지역)로 내려가 정비사의 업무를 함께 했다. 객실승무원과 조종사들은 심지어 기내 청소는 물론 탑승구에서 손님 맞이에도 참여했다. 마지막 손님이 탑승할 때 쯤이면 조종사는 신속히 조종실로 돌아와 비행 준비를 했다.
승객의 시선에서 보면 아주 이상했다. 탑승수속 카운터에서 봤던 직원이 탑승구에서도 보였고, 탑승구에 있던 직원이 어느새 기내 승무원 업무를 하고 있었다. 어쩌면 데자뷰 현상을 느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당시 산업이 분업화되고 각자 맡은 일만 하던 대량 생산방식이라는 분위기에 익숙해있던 입장에서는 마치 한 사람이 모든 것을 하는 듯한 '이상한' 모습이었던 것이다.
사우스웨스트는 이 '10분 회전'(정시 출발)을 지키기 위해 누구도 기다려 주지 않았다. 늦게 도착한 승객은 항공기를 놓칠 수 밖에 없었다. 심지어 당시 사우스웨스트항공 최고 경영자였던 허브 켈러허(Herb Kelleher)마저 항공기에 늦게 도착했다는 이유로 그냥 내버려두고 항공기가 출발해 버린 일도 있었다. (아래 1982년 광고에서 볼 수 있는 켈러허가 비행기를 놓치는 장면은 연출이긴 하지만 실제 존재했던 사건이기도 했다.)
이봐, 나 켈러허라고!
심지어 항공권, 탑승권도 탑승구에서 확인하지 않고, 일단 비행기에 태워 출발한 후 기내에서 항공권 확인이 이루어졌다. 이렇게 함으로써 항공기가 들어와서 다시 나가는데 까지의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었으며 항공기 3대를 가지고도 4대의 스케줄을 소화해 낼 수 있었다.
이런 턴어라운드를 줄이는 전략이나, 직원 한 사람이 여러 업무를 수행하는 등의 멀티업무 방식은 이후 태어나는 거의 모든 저비용항공사들이 모방하고 따라하는 전략이 되어, 이제는 마치 저비용항공이라면 이런 것을 당연히 해야만 하는 고전적인 원칙처럼 되어 버렸다.
물론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이렇게 '10분 회전' 전략을 강조하고 추진했어도 매번 성공할 수만은 없었다. 하지만 이들이 이때 불가능할 거라 여겼던 것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성취감과 이때 쌓았던 경영진과 구성원 간의 신뢰는 이후 사우스웨스트항공이 무엇을 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 넣기에 충분했다.
각종 서비스과 규제가 늘어나고 거쳐야 할 절차들이 늘어난 현재,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더 이상 '10분 회전' 방식을 적용하지 않는다. 아니 불가능하다. 하지만 다른 항공사들이 여전히 아무리 빨라야 30-40분 걸리는 턴어라운드(Turn-Around)시간을 사우스웨스트항공은 25분만에 해 내고 있다. (참고로 일반 항공사(FSC)들은 B737 기준으로 50분 정도를 턴어라운드 시간으로 운영한다.)
현재 적용 중인 25 Minutes Turn
'10분 회전' 방식을 고안하고 현실에서 구현해 냈던 빌 프랭클린(Bill Flanklin)은 88세의 나이로 이달 이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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