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옷차림을 이유로 탑승거절에 무슨 문제가?
- 항공여행 옷차림에는 나름 시대적 배경 영향
- 항공사, 직원 옷차림은 까다롭게 적용하곤
항공여행이 일상처럼 아무렇지도 않은 시대가 되었다.
비행기를 탄다는 것이 그리 흔지 않았던 시절이 불과 20년도 안됐다고 보면 참 빠르게 시대가 변했다는 생각이다.
최근 해외 항공 관련 소식 가운데 비행기 타는데 복장, 옷차림 문제로 이슈가 되는 것을 드물지 않게 본다. 짧은 핫팬츠나 가슴골 패인 옷을 입었다고 항공기 탑승이 거절되거나 공격적이고 저속한 문구가 있는 옷 역시 항공기 탑승에 지장을 초래하곤 한다는 소식이다.
항공 해프닝 가슴골 패인 옷 입었다고 항공기에서 쫓겨나(2017/2/3)
항공 해프닝 바지 너무 짧아 비행기 못타.. 잠옷 입고 탑승(2016/6/1)
항공 해프닝 공격적, 음란한 티셔츠 때문에 비행기에서 쫓겨난 승객(2015/3/25)
항공소식 콴타스, 복장 불량하면 라운지 이용 못한다(2015/3/24)
항공칼럼 사우스웨스트항공, 의외로 보수적?(2012/6/16)?
급기야는 며칠 전 미국에서 10대 소녀가 레깅스, 이른바 몸에 달라붙는 쫄바지를 입었다는 이유로 항공기 탑승이 거절됐다는 소식은 해외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항공 해프닝 레깅스 소녀 탑승 거절한 유나이티드항공 곤욕(2017/3/27)
▩ 옷차림 요구는 이전 생각의 흔적?
왜 항공사들은 승객의 옷차림을 간섭하는 것일까? 어떤 옷을 입던 무슨 상관이길래 옷차림을 이유로 항공기 탑승을 거절한다는 것일까?
여기에는 나름 시대적, 역사적 배경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항공교통이 가장 발달한 지역 가운데 하나인 미국도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항공기를 탄다는 것은 나름 부(富)를 가진 사람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특히 항공 초기 시절에는 돈 많은 부자나 귀족급(?)들이 항공기를 타는 것이어서 그들의 문화가 고스란히 배어있다고 할 수 있다. 퍼스트, 비즈니스니 하는 클래스 구분 역시 이런 문화적 배경에서 비롯되었다.1) (항공상식 역마차와 퍼스트클래스, 그리고 에티켓 이야기)
그러다 보니 당시 그들의 옷차림, 복장 등의 문화가 그대로 항공여행 문화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당시를 보여주는 여러 사진 속에서도 대부분 항공기내 모습은 사뭇 정갈(?)한 옷차림을 한 승객이 대부분이다.
1970년대 항공기내 승객 옷차림은 대부분 정장
▩ 환경에 따라 생각도 바뀌어야 하나, 명확한 기준 어려워
하지만 시대는 변하고 패션도, 옷을 바라보는 가치관도 변했다. 한때는 미니 스커트가 미풍양속을 해치는 것으로 지탄을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개성을 나타내는 평상복 수준이 된 것처럼 말이다. 레깅스 역시 마찬가지다. 처음 등장했을 때는 에어로빅 등 운동할 때나 착용하는 것으로 인식했지만 어느덧 일상에서도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옷차림이 된 것이다.
그러면 항공사들은 왜 일상적인 옷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유로 항공기 탑승을 거절하곤 하는 것일까? 여기엔 다분히 전통적인 생각과 문화가 여전히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함께 체류해야 하는 공간에서 옷차림 역시 개인의 취향만을 존중할 수는 없다는 '통념' 때문일 것이다.
드레스코드(Dress Code)는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된다. 학교에서는 교복을 입고, 파티에는 그에 걸맞는 정장 등의 옷을 입도록 하며, 업무 협상 자리에 반바지를 입고 나타나는 것을 꺼리는 것 역시 드레스코드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사회적 통념'이라는 것이 기준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알고 있고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사회적 통념이다. 일상에서 평범하게 통하는 생각인 것이다. 그럼 항공기에 탑승하는 복장에 대한 것이 이 '사회적 통념'을 따라야 하는 것이냐하는 물음이 생긴다. 만약 따른다 하더라도 어디까지가 '사회적 통념'에 해당하느냐 하는 물음에는 누구도 쉽게 답하기 어렵다.
대부분 항공사들은 대부분 눈쌀이 찌푸려지지 않을 정도의 옷차림, 그래서 누가 봐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면 항공기 탑승을 제지하지는 않는다. 사회적 통념은 시대에 따라 바뀌고 있으며, 항공여행이라는 것이 더 이상 격식을 차려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고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 항공사 직원(가족)에게는 드레스코드 요구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공사들이 항공기 탑승 시 드레스코드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직원 항공권을 소지한 항공사 직원들을 대상으로는 여전히 드레스코드를 요구한다. 요즘은 많이 약해졌다고 하지만 직원용 항공권을 소지하고 항공기에 탑승할 때 (주로 미국) 항공사들은 드레스코드를 적용한다. 반바지나 슬리퍼 차림으로는 자칫 탑승이 거절되곤 한다. 정장 차림까지일 필요야 없지만 적어도 품위를 해치지 않을 정도의 옷차림을 요구하는 것이다.
항공상식 비행기 탈 때 옷 점잖게 차려 입으면 좋은 이유 한가지
직원용 항공권은 무조건 대기(Waiting), 좌석 남을 경우만 탑승
며칠 전 논란이 된 레깅스 소녀 탑승 거절 사건 역시 일반 승객이 아닌 직원용 항공권을 소지한 경우라는데서 비롯됐다. 당시 주변에서 이를 SNS에 올리면서 이슈를 만들어낸 사람은 탑승 거절된 대상이 직원 가족이라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일반 승객에게 그런 어처구니(?) 없는 잣대를 들이밀어 항공기 탑승을 거절했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럼 항공사 직원용 항공권을 소지하면 꼭 드레스코드를 지켜야 하느냐 하는 의견도 나올 수 있다. 문제는 직원용 항공권의 가격에 있다. 90% 혹은 그 이상 할인된 항공권이기 때문에 일반 승객과는 다르며, 항공사들은 이를 일종의 직원 복지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운임을 거의 지불하지 않는 일종의 혜택(Benefit)이기 때문에 일반 승객과는 다른 기준(좌석이 남을 경우에만 탑승 가능하고 다른 일반 승객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 일반적이다.
일반 승객 옷차림을 이유로 탑승을 거절하는 것은 매우 민감한 문제다. 어디까지가 모두가 용인하는 부분이고 용인할 수 없는 수준이냐를 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레깅스 차림이 일반적이냐 그렇지 않으냐 역시 판단하기 어렵다. 일상에서 보이는 레깅스는 대부분 위에 치마나 긴 상의로 일부가 가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해당 사건에서도 레깅스 위에 치마나 다른 옷을 입으면 탑승가능하다고 했다).
국가와 지역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인식 자체가 다르므로 당시의 많은 사람들이 수영복 비슷한 레깅스 옷차림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면 레깅스 역시 항공기 탑승에 문제를 일으킨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 사회적 인식(통념)이 어디까지인지 판단하는 것이 풀기 어려운 문제다.
그래도 옷차림은 편하되 깔끔하고 점잖은 편이 좋다. 하다 못해 업그레이드 대상이 된다고 해도 복장 등을 이유로 제외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업그레이드 결정이 순수한 항공사 재량이므로 이를 가지고 뭐라 말할 수 없는 것처럼, 항공사 재량인 직원용 항공권 소지자 탑승여부 역시 일반 승객의 잣대로 해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1) 실제 비싼 항공료를 지불한 귀족급들만 이용하던 항공교통에 이코노미클래스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투어리스트클래스(Tourist Class)가 도입된 것은 1953년이 되어서였다. 그리고 그 보다 20% 더 저렴한 이코노미클래스는 1958년에 도입되었다.
#항공사 #옷차림 #드레스코드 #복장 #탑승 #탑승거절 #레깅스 #직원용 #항공사직원 #Staff #DressCode #항공기
미국 쪽 인터넷에서는 난리가 났어지요.
레깅스 입었다는 이유로 어린 소녀를 항공기에 태우지 않았다고 해서 말입니다.
제법 지명도 있는 사람들까지 이를 싸잡아서 유나이티드항공을 비난하고 나서고, 인터넷에서는 각종 비난과 억측이 난무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에 대한 비판 역시 적지 않습니다.
미국인들 가운데 21%만 SNS 사용하는데 이들이 전 국민, 전체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도 아니고 정확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감정적인 대응이 대부분이라고 말입니다.
https://edition.cnn.com/2017/03/27/opinions/united-airlines-leggings-opinion-cevallos/index.html
https://www.daytondailynews.com/news/things-know-about-united-airlines-leggings-incident/6uVTCuQKAiP61KTn5wasKI/
분명히 직원 항공권을 가지고는 여러가지 제약, 특히 드레스코드 관련해서는 비교적 엄격한 것이 미국 사회인데, 이런 객관적 사실은 뒤로 미루고 무작정 비난만 하고 나섰으니...
미국이라는 나라 역시 인터넷 상에서는 그 파급력 때문에 사실과는 관계없는 내용들이 확대 재생산되며 악화되는데 다른 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며칠 지나고 나니 미국 언론들도 제대로 된 사실을 전하기 시작하는군요..
https://www.denverpost.com/2017/03/28/united-airlines-is-right-to-enforce-friends-and-family-dress-code/
우리나라 언론들보다 낫네요.. 우리나라 언론들은 자신들이 잘못 전했거나 간과했던 부분들을 다시 정정해 전달하는 경우가 드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