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간 자칫 좌석 등받이를 뒤로 젖힐 수 없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좌석 등받이 사건으로 인한 항공기 회항, 비상착륙이 있었다고 전했는데 그것이 단지 일회성, 희귀한 사건이 아닌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상다반사 스피리트항공, 등받이 젖혀지지 않는 고정 좌석 자랑
이 사건 (8월 24) 하나만 드물게 발생했던 것이 아니다.
그 이후 8월 27일 마이애미 - 파리 운항 중이던 아메리칸항공 62편에서는 앞자리 승객이 등받이 뒤로 젖히는 것에 불만을 제기하던 뒷자리 승객을 달래려 하던 승무원이 승객에게 곤욕을 당하면서 인근 보스턴으로 회항했으며, 9월 1일에는 뉴욕 - 플로리다 비행 중이던 델타 2370편이 뒷좌석 승객이 고함을 지르고 욕설을 퍼붓는 상황이 지속되자 잭슨빌로 회항하는 등 좌석 등받이로 인한 갈등 사례가 속속 알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기본적으로는 좌석 간 간격 (피치) 이 너무 좁기 때문이다. 거기에 좌석 등받이를 뒤로 젖히게 되면 뒷좌석 승객의 불편함과 답답함은 심해지며 승객들은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그 동안은 에티켓, 기내 예절 차원에서 앞좌석 승객도 뒷좌석 승객의 불편함을 배려해 조심하는 분위기였으나, 최근에는 자신의 편안함만 생각하는 이기주의가 늘면서 승객 간 다툼이 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쯤 되자 항공사들은 대책 수립에 골몰하고 있다. 일부 항공사들이 소위 무릎보호대라고 불리는 Knee Defender 기내 사용을 금지하기도 하나, 이것 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인식되면서, 새삼 스피리트항공과 알리지언트항공 등 저비용항공 정책이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그것은 스피리트항공과 알리지언트항공이 등받이가 젖혀지지 않는 고정식 좌석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다 못해 고속버스, 리무진 버스에도 등받이가 뒤로 젖혀지는 좌석인데 반해 이들 항공사를 이용할 때는 좌석 등받이를 뒤로 젖히는 것은 꿈조차 꾸지 말아야 하지만, 오히려 이것이 승객 간 다툼을 근본적으로 예방하는 방법이 되고 있는 것이다.
스카이스캐너 설문 조사 결과 (2013년)
지난 2013년 스카이스캐너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승객 10명 중 8-9명은 좌석 등받이를 뒤로 젖히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뜻을 밝히고 있을 정도로 좌석 등받이로 인한 기내 스트레스는 만만치 않다.
비행 중 좌석으로 인한 승객간 갈등과 다툼이 증가하면서 다른 항공사들 역시 근본적인 대책 강구에 나설 조짐이다. 당장은 고정식 등받이 좌석을 설치하겠다는 항공사가 추가로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등받이 고정식 좌석이 보다 많은 좌석을 더 설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알려지면서 항공사들이 조심스럽게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ICAO 에 따르면 평균 항공기 1,300 편마다 1명 꼴로 행패를 부리는 승객 (Unruly Passenger) 이 발생하고 있으며,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이런 통제 불가능한 승객의 증가와 아울러 좌석 등받이 문제로 발생하는 승객들 간에 다툼이 늘면 늘수록 결국 항공사에게 고정식 등받이 좌석을 설치할 빌미를 만들어 주게 될 것이고 이는 결국 우리 이용객의 불편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일차적으로는 이익만 생각하는 항공사를 탓해야 하지만, 남을 배려하는 것이 결국은 나를 위하는 것임을 모르고 욕심 부리는 이용자들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