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운항 위한 결항·지연, 이용객의 합리적 포용 필요
- 하지만 비정상 운항에 대한 항공사의 성실한 안내 의무가 전제되어야
항공기 운항은 매우 많은 변수에 의해 좌우된다.
인간이 창조한 위대한 발명품이지만 비행기는 날씨가 조금만 나빠도 이착륙할 수 없을 정도로 외부 환경에 매우 민감하고 취약하다.
특히 수많은 승객을 수송하는 상용 항공기의 경우는 더욱 민감하고 엄격하게 운항여부가 결정된다. 운항관리 업무에 종사했던 시절, 이렇게 항공기 띄우기가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항공기 운항에는 안전운항을 위해 항공기 성능을 담보하는 것과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와 기준 등이 촘촘하게 규정되어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조종사 근무시간이다. 기본적인 신체조건이 좋아도 비행근무시간이 길어지면 집중력이 떨어지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안전운항을 위해 근무시간에 제한을 두는 이유다.
항공상식 조종사 비행근무시간과 항공편 지연 상관 관계
항공위키 조종사 수에 따른 비행근무시간
어제(7일) 중국 광저우를 출발하려고 했던 인천행 대한항공 여객기가 악천후 상황에 처했다. 12시 40분 출발 예정이었던 대한항공 866편은 승객을 모두 탑승시킨 채 날씨가 회복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기상을 회복되지 않았고 출발이 지연되면서 오후 4시를 넘겼다. 4시간 가까이 기내에서 대기하던 승객들은 조종사 비행근무시간 초과로 결항한다는 안내와 함께 오후 4시 50분 경 비행기에서 내릴 수 밖에 없었다. 날씨는 시간이 지나 회복되어 비행가능한 조건이 되었지만 조종사의 비행근무시간이 초과된 뒤의 날씨였기에 항공기 출발은 불가능했다.
상황만 보면 어쩔 수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기상이라는 것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언제든지 출발하기 위해서는 승객을 기내에 탑승시킨 채 대기할 수 밖에 없다. 대기하는 동안 승객을 하기시키지 못한 것 또한 이 때문이었던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또한 광저우는 단거리로 퀵턴(Quick Turn) 스케줄이기 때문에 광저우 현지에 체류 조종사가 없었기에 대체 조종사 확보가 어려워 결항을 결정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승객에 대한 항공사의 관심과 배려 부족이다.
항공 이용객은 항공사와는 달리 정보가 부족하다. 왜 항공기가 지연되는지 알 수 없으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 지 알 수 없다. 항공사의 안내와 배려가 필요한 이유다. 날씨 때문에 출발 예정시각이 정확하지 않아 알 수 없는 상황이더라도 적어도 조종사 근무시간 제한은 항공사가 이미 알고 있는 정보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기다릴 수 있고 이후에는 어떻게 될 지 예정사항을 안내해야 한다. 그래서 법적으로도 타막 딜레이 등에 대해서는 도중에 정기적으로 지연 사유와 현황을 설명해야 하고 2시간이 넘는 경우에는 음식물을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국제선의 경우 이 타막 딜레이를 4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 이상 지연이 예상된다면 승객을 반드시 하기하도록 하고 있다.
전해진 바에 따르면 항공사는 승객들에게 조종사 근무시간 제한으로 결항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안내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항공사 역시 기상으로 인한 근무시간 초과로 결항이 불가피했다는 해명만 들려올 뿐 승객들에게 이러저러 하게 안내했다는 소식은 없다.
비단 이번 경우만 이런 것은 아니다. 항공기 지연, 결항 상황을 만나면 어디서든 이런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항공 이용객이 문제인 것일까?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해당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주체는 항공사 뿐이다. 항공사의 안내가 충실했다면 대부분 줄어들 수 있는 불만이다.
항공기 운항은 안전이 최우선이다. 어떤 경우에도 안전에 지장을 주는 운항을 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서비스를 받는 대상은 물건이 아니다. 아무 설명없이도 그저 입 다물고 기다려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지연 사유와 진행·예정사항을 충분히 설명해 승객이 상황을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이런 항공사의 성실함이 전제된다면 항공 이용객 역시 안전운항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는 신뢰로 이해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