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의 성과에 대해 화제다.
당초 흑자로 전환되기까지 어느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사들이 서로 약속이나 한듯 모두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진에어의 경우에는 3분기 매출액 354억원 영업이익 68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나타냈다.
제주항공이 49억원, 이스타항공도 40억원을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어느 특정 항공사에 머물지 않고 있으며 에어부산 역시 적지않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들 저비용항공이 정식으로 출밤한 지 불과 2-3년 밖에 안되는 기간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적이다. 누가 한국 항공시장이 작다고 했는가 반문할 만큼 우리나라 항공시장 성장과 크기에 놀랍다.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의 놀라운 성장은 경기 호황 덕분
그럼 과연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이 과연 안정적 성장 단계에 접어 들었는가? 이 질문에 개인적으로 다소 부정적이다. 왜냐하면 현재의 상황이 결코 항공시장이 정상적으로 성장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비용항공이 경쟁력이 있어서 성장한다기 보다는 요즘 경기상황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항공여행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도대체 항공권을 구할 수 없다' 는 푸념이다. 세계적 경기 불황에서 가장 먼저 벗어난 우리나라는 요즘 수출입도 호황이고 그에 따라 기업 여건이 좋아지고 개인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서 지난 몇년 간 힘들었던 생활을 한꺼번에 보상 받고자 하는 분위기다.
부동산 경기도 그리 좋지 않다 보니, 부동산 재산 증식을 위한 미래 투자보다는 현재를 즐기려는 경향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사들도 가까운 국제선에 취항하면서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해외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 것도 이런 분위기를 가속시키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경기 여건(호황)이 언제, 어떻게 변할 지 예측하기 힘들다.
만약 경기가 지금과 다르게 불황으로 접어들 경우 가장 먼저 타격 받는 부문은 유흥 쪽이다. 의식주와 관련된 필수적인 부문을 제외하고 가장 먼저 지출을 줄일 부문이 여행 등 즐길거리인 것이다. 현재 분위기만을 기준으로 사업을 확대하거나 미래에 대한 장밋빛 기대감만 가지고 시류를 따를 경우 자칫 여행수요 감소로 인한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우리나라 항공 전문인력이 그리 풍족하지 않다는 점이다. 아니 현재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다. 조종사도 부족하고, 승무원은 물론 정비사 그리고 공항에서 항공기 작업과 승객 서비스를 위한 인력도 부족하다. 늘어나는 저비용항공과 일반항공사 수요를 맞추기 힘들 정도다. 또한 충분히 훈련되지 못한 항공인력이 현장에 투입되었다가 안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저비용항공의 가장 큰 경쟁력, 가격!
저비용항공사들은 항공 노선 등 사업을 확대하는 것 못지 않게 전문인력 양성과 확보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특히 조종사와 정비사 수급 문제는 장차 항공사간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 마저 있다.
또한 경기 여건을 많이 타는 여행 수요보다 비교적 영향을 덜 받는 비즈니스 수요를 확대하는 데도 중점을 두어야 한다. 저비용항공 특성상 비즈니스 수요를 창출하기 쉽지 않은 측면은 있으나 비즈니스 수요가 많은 노선을 선택해 운항편수를 늘리는 것도 일정한 비즈니스 수요를 확보하는 방법 중 하나다.
여행 수요에 대해서도 단순히 항공기로 실어나르는 단계만 생각할 게 아니라 그 이후 교통수단 혹은 위락 시설과의 제휴 등을 통해 단순히 항공권 가격만 다운시킬 것이 아닌, 저비용항공을 이용할 때 얻을 수 있는 부가 혜택에 대해서도 집중적인 개발이 필요할 것이다.
올해 만의 성과를 보고 지나치게 공격적인 사업 확장보다는 항공 전문인력 양성, 안정적인 시장 개척 등 내실을 다져나가는 것이 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특히 현재보다 더욱 더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은 에어아시아 정도 만이 한국을 운항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경쟁력 있는 외국 저비용항공이 추가로 운항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의 가격 경쟁력만 놓고 본다면 이들 외국 저비용항공을 당해낼 수가 없다.
지금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을 이용하는 수요는 대개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간' 저렴한 가격에 매료된 측면이 크다. 그렇다고 한다면 우리나라 저비용항공보다 더 저렴한 운임을 제공하는 항공사가 나타나면 주저없이 항공사를 바꿔 탈 수 있다는 얘기다.
저비용항공이 부지런을 떨어야 할 시기는 한창 호황기인 지금이다. 그것도 장밋빛 미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최악의 경우를 염두에 둔 경쟁력 확보 만이 불확실한 미래에 살아남는 길일 것이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지금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사 숫자는 다소 과한 편이다. 대형 항공사가 노선을 대폭 양보하지 않는 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