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컬럼

입석 항공권 등장, 보편적인 항공권 형태로 발전할 수 있을까?

마래바2009.07.08 15:06Views 15225Comment 0

지금은 사라진 풍경이 되어 버렸지만, 명절 때면 기차표를 구하기 위해 서울역에 장사진을 치던 광경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모처럼의 고향 방문을 위해서는 길에서의 밤샘도 감수했던 시절이다.  물론 요즘은 인터넷 등 통신 환경 발달로 사전 예약 등이 도입됨에 따라 이런 풍경은 옛 기억이 되어 버렸지만 말이다.

이렇게 밤샘을 해서도 기차 좌석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마지막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좌석이 아닌 입석 기차표라도 구하는 것이었다.  비록 몇 시간을 서서 이동해야 하지만 고향으로 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입석 기차표는 감지덕지 했었다.

좌석에 비해 형편없이 불편한 만큼, 입석 기차표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이런 기차 입석표의 추억이 항공권으로 돌아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얼마 전 중국의 Spring 항공이 입석 항공권(Standing Room Tickets)을 판매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었다.  사실 이 기사를 처음 접했을 때는 항공사들이 이것 저것 추진을 위해 타진해보는 정도라고 느꼈다.  특히 중국 항공사가 추진한다는 말에 '이거 가십거리 아냐' 라는 생각이 강했으니 말이다.

입석 항공권을 판매하겠다고 선언한 라이언에어와 중국 스프링항공

입석 항공권을 판매하겠다고 선언한 라이언에어와 중국 스프링항공

그런데 다른 기사를 보니 이 Spring 항공이 입석 항공권 판매를 낙관하는 이유가 중국의 고위 관리자가 항공사를 통해 직접 입석 항공권을 추진해 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는 것인데, 이를 통해 현실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한 유럽의 유명한 저가 항공 라이언에어의 최고경영자인 Michael O'Leary는 이 중국 Spring 항공의 입석항공권 (Standing Room Tickets) 시도를 참신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라이언에어(Ryanair)도 입석 항공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미국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과 Standing Room 설치를 위한 디자인 협의에 들어갔다고 한다.  항공기내에 안전벨트가 달린 수직바를 설치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데,  항공부문 안전 기준을 완벽하게 충족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라이언에어는 입석 항공권을 비행시간 2시간 이내 구간에서 상당히 효율적일 것이며, 이를 통해 기존 항공기보다 승객이 20-30퍼센트 더 많이 탑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2년 후에는 입석 항공권이 본격적으로 선보이게 될 전망이다.

그런데 입석 항공권이라는 것이 그렇게 효과적일까?  그리고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일까?

당장은 그리 효과적인 것도 아니고, 모든 항공사에게 필요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안전 문제가 최대 현안은 아니다.  수직봉에 안전벨트를 설치해 운영한다는 생각은 항공기 제작사의 충분한 검토를 통해 안전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에어버스에서는 이 Standing Room 용 장비(?) 디자인을 선보인 바도 있다.  이런 논의가 조금 더 활성화된다면 본격적으로 더 나은 다른 방법을 찾게 될지도 모르고 말이다.

가장 큰 문제는 항공기 탑재능력이 부족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현재 운항되는 모든 항공기는 좌석 수에 따른 승객 수와 부치는 수하물, 그리고 화물 탑재 능력을 고려해 생산된다.

즉, 현재 항공기들은 설치된 좌석 수만큼의 승객 무게를 고려해 만든 것인데, 위 라이언에어 주장처럼 20-30퍼센트 승객이 더 많이 탑승하게 된다면 항공기는 승객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게 될 우려가 크다.  이렇게 되면 부치는 수하물이나 화물량을 줄일 수 밖에 없는데, 이게 일반 항공사 입장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일반 항공사들은 승객을 태우고, 그에 따른 수하물, 화물 등을 전부 탑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치는 수하물을 없앨 수도, 화물을 줄이기도 쉽지 않다.  결국 이런 입석 항공권은 항공기 탑재능력을 고려한다면 부치는 위탁 수하물을 최소화해서 항공기에 탑재하는 무게를 줄여야 그만큼 승객을 더 태울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에어버스가 제안한 입석 좌석 디자인

에어버스가 제안한 입석 좌석 디자인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라이언에어처럼 부치는 수하물에 전부 요금을 부과해 그 양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부치는 위탁 수하물을 없앨 수 밖에 없다.  라이언에어나 다른 저가 항공들은 저렴한 항공권을 무기로 이런 위탁 수하물 서비스를 축소하거나 없애는 데 비교적 용이할 수 있다.  비행 시간도 비교적 짧은 1-3시간 정도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일반 메이저 항공사들 입장에서는, 항공여행의 필수 요소라 할 수 있는 승객과 위탁 수하물 중 하나인 위탁 수하물을 없애기는 쉽지 않다.  승객들의 반발은 물론이거니와 장거리 구간을 운항하는 비행에서 승객들이 수하물 없이 여행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입석 항공권의 목적이 조금 더 저렴한 항공권을 통해 많은 승객을 유치한다는 것이라고 한다면 일반 항공사들은 굳이 입석을 만들어 가면서까지 저렴한 항공권을 판매할 이유가 별로 없기 때문에 입석 항공권은 저가 항공에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물론 입석 항공권이 보편화되는 분위기를 고려해, 항공기 제작사가 (탑재능력이) 더 나은 항공기를 만들어 내거나, 항공 수요가 폭증해 항공기 공급좌석이 부족해지는 상황이 된다면, 일반 항공사에게까지 입석 항공권이 일반화될 가능성은 있다 하겠다.

어쨌거나 '한번 한다면 하는' 저가 항공 대표주자 라이언에어가 입석 항공권을 들고 나온만큼 머지않은 미래에 항공기에서도 입석을 구경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


Not yet rating.

Rate your experience

0 Rate up
    • Font Size
모바일 기기, 기내 엔터테인먼트 대신한다 (by 마래바) 저가항공, 그 성공 공식과 박리다매 효율성의 비밀은? (by 마래바)
Comment 0

Leave a comment Use WYSIWYG

Author Password
작년 말 성탄절 새벽에 벌어진 미국 항공기에 대한 테러 시도가 다행히 불발로 끝나긴 했지만, 이로 인한 항공업계 여파는 만만치 않다. 우선 미국행 항공편에 대...
2010.01.05 View 10348 마래바
비행기는 매우 편리한 교통수단이지만, 다른 어떤 교통수단에 비해 까다롭고 복잡하다. 한번 하늘로 날아 오르기 위해 거쳐야 하는 절차나 준비해야 하는 규정들...
2009.12.24 View 9093 마래바
현재 세계 민간 항공기 시장은 에어버스(Airbus)와 보잉(Boeing)이 양분하고 있다. 브라질의 엠브레어, 캐나다 봄바디어 등이 민간 항공기를 제작 판매하고 있기...
2009.12.23 View 10769 마래바
항공사 여승무원을 바라보는 느낌 중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뭘까? 전 세계를 누비는 자유로움? 도도한 콧대? 세련된 복장의 멋진 모습? 여러가지 느낌을 가질 ...
2009.12.11 View 12363 마래바
바야흐로 세계는 하루 생활권이 되어가고 있다. 물론 아직 완전한 하루 생활권이라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항공노선 잘 구성하면 하루 만에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
2009.11.24 View 9670 마래바
요즘 새 정부 들어서면서 생겨난 논란 가운데, 우리들 피부에 와닿는 이야기꺼리가 바로 영어교육에 관한 것 아닌가 싶다. 영어 몰입교육이다, 영어 숭배정책이다...
2009.11.22 View 9501 마래바
며칠 전 인천공항에 대한 외국인의 호감에 대해 포스팅 했다. 그 글은 단순히 개인 블로그에 게재되었던 내용으로 인천공항에 대한 개인적 호감과 느낌에 불과했...
2009.11.10 View 16987 마래바
항공업 특히, 항공사의 비즈니스 특징 중의 하나가 현금 흐름 (Cash Flow)이 좋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상품은 물건 구매와 동시에 현금(Cash)이 확보되나, 항공사...
2008.10.27 View 15685 마래바
항공 여행이 일반화된 지금, 많은 사람들이 비행기를 이용한다. 더 이상 신기한 교통수단이 아니다. 탑승권을 발급받고 출국 심사를 마친 다음 탑승구에서 대기하...
2009.10.31 View 9375 마래바
해외 여행을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곳이 있다면 그곳은 다름아닌 공항이다. 물론 바닷길 도 있긴 하지만 그 양은 미미하니 일단 제외.. ^^ 공항.. Airport...
2009.10.15 View 14536 마래바
현대는 광고(廣告)의 시대다. 경제 활동의 기본 모티브 중의 하나가 광고 아닐까? 아마도 기본 욕구를 제외하고는 가장 큰 모티브일 듯 싶다. 적절한 상품이 필요...
2009.10.13 View 9402 마래바
우리나라에도 저비용항공사가 본격적으로 등장해 항공 소비자들은 폭 넓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우리나라 최초의 저비용항공사인 한성항공의 운항 중...
2009.10.12 View 8996 마래바
비행기는 하늘을 나는 물건이다. 이 말은 위급한 일이 생겼다고 해서 자동차가 갓길에 차를 세우듯 공중에 잠시 멈춰둘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 긴급한 자동차를 ...
2009.10.02 View 9603 마래바
버스 등 다른 교통수단도 마찬가지겠지만, 항공교통은 비행기만 있다고 해서 마음대로 하늘로 띄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항공운송은 특히 국가 간 이동의 대표 ...
2009.09.21 View 11673 마래바
저가항공은 저가항공 다워야 경쟁력을 가진다. 저가항공의 가장 큰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저렴한 항공권이다. 그러나 대책없는 저가 항공권 정책은 항공사의 수익...
2009.08.24 View 15302 마래바
휴가철이다. 태양이 작렬하고 있다. 요즘 국내선 항공편, 특히 제주 노선 항공편은 그야말로 미어 터질 정도다. 항공사에서 다수의 임시편을 증편했음에도불구하...
2009.08.04 View 10561 마래바
라이언에어가 또 논쟁의 불씨를 지피기 시작했다. 예전엔 기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었으나, 최근엔 기내에서 담배를 피우도록 허용하는 항공...
2009.08.01 View 15372 마래바
그리 오래된 얘기도 아니지만, 한 때 장거리 항공여행 편에는 카드를 놀이기구로 제공하던 시절이 있었다. 승객 모두에게 제공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원하는 승객...
2009.07.30 View 8597 마래바
지금은 사라진 풍경이 되어 버렸지만, 명절 때면 기차표를 구하기 위해 서울역에 장사진을 치던 광경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모처럼의 고향 방문을 위해서는 길에...
2009.07.08 View 15225 마래바
저가 항공사의 출현이 눈부시다. 우리나라만 해도 한성항공을 시작으로 제주항공, 이스타, 부산에어, 진에어 등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애경 그룹이라는 든든(?)...
2009.06.30 View 13104 마래바
Prev 1... 3 4 5 6 7 8 9 10 11 12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