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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석 항공권 등장, 보편적인 항공권 형태로 발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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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래바

지금은 사라진 풍경이 되어 버렸지만, 명절 때면 기차표를 구하기 위해 서울역에 장사진을 치던 광경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모처럼의 고향 방문을 위해서는 길에서의 밤샘도 감수했던 시절이다.  물론 요즘은 인터넷 등 통신 환경 발달로 사전 예약 등이 도입됨에 따라 이런 풍경은 옛 기억이 되어 버렸지만 말이다.

이렇게 밤샘을 해서도 기차 좌석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마지막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좌석이 아닌 입석 기차표라도 구하는 것이었다.  비록 몇 시간을 서서 이동해야 하지만 고향으로 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입석 기차표는 감지덕지 했었다.

좌석에 비해 형편없이 불편한 만큼, 입석 기차표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이런 기차 입석표의 추억이 항공권으로 돌아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얼마 전 중국의 Spring 항공이 입석 항공권(Standing Room Tickets)을 판매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었다.  사실 이 기사를 처음 접했을 때는 항공사들이 이것 저것 추진을 위해 타진해보는 정도라고 느꼈다.  특히 중국 항공사가 추진한다는 말에 '이거 가십거리 아냐' 라는 생각이 강했으니 말이다.

 

ryan_spring.jpg
입석 항공권을 판매하겠다고 선언한 라이언에어와 중국 스프링항공

 

그런데 다른 기사를 보니 이 Spring 항공이 입석 항공권 판매를 낙관하는 이유가 중국의 고위 관리자가 항공사를 통해 직접 입석 항공권을 추진해 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는 것인데, 이를 통해 현실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한 유럽의 유명한 저가 항공 라이언에어의 최고경영자인 Michael O'Leary는 이 중국 Spring 항공의 입석항공권 (Standing Room Tickets) 시도를 참신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라이언에어(Ryanair)도 입석 항공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미국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과 Standing Room 설치를 위한 디자인 협의에 들어갔다고 한다.  항공기내에 안전벨트가 달린 수직바를 설치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데,  항공부문 안전 기준을 완벽하게 충족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라이언에어는 입석 항공권을 비행시간 2시간 이내 구간에서 상당히 효율적일 것이며, 이를 통해 기존 항공기보다 승객이 20-30퍼센트 더 많이 탑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2년 후에는 입석 항공권이 본격적으로 선보이게 될 전망이다.

그런데 입석 항공권이라는 것이 그렇게 효과적일까?  그리고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일까?

당장은 그리 효과적인 것도 아니고, 모든 항공사에게 필요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안전 문제가 최대 현안은 아니다.  수직봉에 안전벨트를 설치해 운영한다는 생각은 항공기 제작사의 충분한 검토를 통해 안전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에어버스에서는 이 Standing Room 용 장비(?) 디자인을 선보인 바도 있다.  이런 논의가 조금 더 활성화된다면 본격적으로 더 나은 다른 방법을 찾게 될지도 모르고 말이다.

가장 큰 문제는 항공기 탑재능력이 부족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현재 운항되는 모든 항공기는 좌석 수에 따른 승객 수와 부치는 수하물, 그리고 화물 탑재 능력을 고려해 생산된다.

즉, 현재 항공기들은 설치된 좌석 수만큼의 승객 무게를 고려해 만든 것인데, 위 라이언에어 주장처럼 20-30퍼센트 승객이 더 많이 탑승하게 된다면 항공기는 승객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게 될 우려가 크다.  이렇게 되면 부치는 수하물이나 화물량을 줄일 수 밖에 없는데, 이게 일반 항공사 입장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일반 항공사들은 승객을 태우고, 그에 따른 수하물, 화물 등을 전부 탑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치는 수하물을 없앨 수도, 화물을 줄이기도 쉽지 않다.  결국 이런 입석 항공권은 항공기 탑재능력을 고려한다면 부치는 위탁 수하물을 최소화해서 항공기에 탑재하는 무게를 줄여야 그만큼 승객을 더 태울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airbus_standing.jpg
에어버스가 제안한 입석 좌석 디자인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라이언에어처럼 부치는 수하물에 전부 요금을 부과해 그 양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부치는 위탁 수하물을 없앨 수 밖에 없다.  라이언에어나 다른 저가 항공들은 저렴한 항공권을 무기로 이런 위탁 수하물 서비스를 축소하거나 없애는 데 비교적 용이할 수 있다.  비행 시간도 비교적 짧은 1-3시간 정도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일반 메이저 항공사들 입장에서는, 항공여행의 필수 요소라 할 수 있는 승객과 위탁 수하물 중 하나인 위탁 수하물을 없애기는 쉽지 않다.  승객들의 반발은 물론이거니와 장거리 구간을 운항하는 비행에서 승객들이 수하물 없이 여행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입석 항공권의 목적이 조금 더 저렴한 항공권을 통해 많은 승객을 유치한다는 것이라고 한다면 일반 항공사들은 굳이 입석을 만들어 가면서까지 저렴한 항공권을 판매할 이유가 별로 없기 때문에 입석 항공권은 저가 항공에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물론 입석 항공권이 보편화되는 분위기를 고려해, 항공기 제작사가 (탑재능력이) 더 나은 항공기를 만들어 내거나, 항공 수요가 폭증해 항공기 공급좌석이 부족해지는 상황이 된다면, 일반 항공사에게까지 입석 항공권이 일반화될 가능성은 있다 하겠다.

어쨌거나 '한번 한다면 하는' 저가 항공 대표주자 라이언에어가 입석 항공권을 들고 나온만큼 머지않은 미래에 항공기에서도 입석을 구경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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