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승무원은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대부분 나라에서 인기있는 직종 중의 하나다. 특히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승무원만큼 매력적인 직업도 없다.
TV 등을 통해 보이는 승무원의 도도한 걸음걸이, 아름다운 미소는 이를 희망하는 이들에게 환상을 심어주곤 한다.
하지만 이들 직종에 대한 선호도도 앞으로는 예전 같지 않을 전망이다.
법정관리를 받고 있는 일본항공이 며칠 전 놀랄만한 계획을 발표했는데, 그 주 대상이 승무원에 관한 것이었다. 항공기 운항을 위해서는 매번 청소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이 작업을 승무원에게 맡긴다는 것이다.
원래 기내 승무원의 탑승목적이 승객에 대한 안전 때문이라는 걸 생각하면 승무원의 탑승목적에도 상당한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안전에 기내 서비스, 그리고 이젠 기내 청소라는 업무도 더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항공사라는 기업을 운영하고 이익을 내는데 가장 많이 드는 비용부문은 연료비와 인건비다. 일반항공사의 경우에는 이 연료비와 인건비를 합쳐 전체 비용의 60-70% 정도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대로 말하면 연료비와 인건비를 줄이면 이익이 증가한다거나 아니면 항공운임을 낮출 수 있다는 얘기다.
저비용항공사들이 관심을 가지는 점이 바로 이것이다.
저비용항공은 이름(Low Cost Carrier)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저비용 구조를 만드는 것이 지상과제다. 투입되는 비용을 낮추어 항공운임을 낮춘다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연료비와 인건비를 줄이면 그만큼 항공운임을 낮출 수 있는데, 연료비야 항공사 임의로 낮추거나 늘릴 수 없는 것이니, 결국 인건비 부문을 건드려야 한다.
항공사 경영구조에서 인력이 가장 많이 투입되는 부분이 항공기를 운용하는 승무원과 공항부문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원소스 멀티유즈 (One Source, Multi Use) 다. 원래 이 용어는 문화 컨텐츠가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는 의미에서 사용된 것이나 이 의미를 그대로 항공사 업무에도 적용할 수 있다. 즉 한 사람이 다기능 역할을 하도록 한다. 각 부문별로 인력과 기능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부분의 기능을 한 인력이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부문이 공항 탑승수속 카운터다.
지금도 어느 공항을 이용하든지 당연히 접하게 되는 것이 카운터다. 이곳에서 우리들은 항공권과 여권을 제시하고 좌석 배정을 받고 짐을 부친다.
하지만 최근 IT 기술의 발달로 좌석 배정을 굳이 공항에서 받지 않게 되었다. 가정이나 회사, 어디서든 인터넷만 이용할 수 있으면 항공권 구매에서부터 발권, 그리고 좌석배정까지 받을 수 있다. 이러다 보니 공항 카운터의 역할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저비용항공들은 비용을 낮춘다는 목표로 무료 위탁수하물 제도를 없애고 있다. 즉 부치는 짐이 줄어드는 것이다. B737 항공기를 운용하는 항공편에 탑승수속 카운터가 적어도 3-4개는 필요한데, 체크인도 미리 집에서 해오고, 부치는 수하물도 거의 없다면 이 카운터가 필요없게 되는 것이다.
실제 라이언에어는 자사가 운항하는 모든 공항에서 탑승수속 카운터를 없앴다.
그렇다고 해서 부치는 수하물이 전혀 없다거나 모든 사람이 다 미리 체크인 해 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최소한의 시설과 인력은 필요하다. 이곳에 소요되는 인력으로 승무원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 공항에 필요한 인력을 최소화할 수 있다. 부치는 수하물이 줄어드니 수하물 분실 등의 사고도 줄고 이를 다루는 업무, 그리고 인력도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다음 가능한 업무가 항공기 탑승구 업무다.
예전에는 탑승권을 카운터에서 발급받아 이를 다시 항공기 탑승 전에 회수하거나 확인하는 단계가 필요했고 이를 사람이 직접 일일히 담당할 수 밖에 없었지만, 이제 IT 기술의 발달로 미리 집에서 체크인 받아 출력해 온 탑승권을 탑승구 기계에 가져다 대기만 하면 데이터를 인식해 자동으로 처리된다.
이 업무를 승무원에게 맡기는 항공사가 생겨나고 있다. 또한 일부 저비용항공은 부치는 수하물 조차 승객이 직접 항공기 옆에서 수취하도록 하고 있고, 이를 승무원이 보조하도록 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다가 항공기가 비행을 끝내고 다음 비행을 위해 필요한 기내 정리(청소) 업무를 승무원이 하고 있기도 한데, 일본항공도 기내 청소업무 중 일부를 기내 승무원에게 맡기겠다는 것이 이번 계획의 주요 내용이다. 보통 5명 정도가 기내청소에 동원되는데 그 중 2-3명을 승무원으로 대체한다.
일반 항공사 승무원이 기내청소까지 담당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저비용항공도 아닌 일반 메이저항공에서 이런 식으로 비용절감 방안을 적용한다고 하니 다소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승무원들도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 있으니 이를 거부하기 힘들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한다.
서두에서 언급했지만, 항공사 운영비용 중 큰 몫을 차지하는 인건비를 저비용항공은 이런 식으로 줄여나간다. 물론 이 외에도 예약센터를 운영하지 않고 전부 온라인으로만 예약발권을 한다거나, 기내 서비스를 최대한 줄여 객실승무원 수를 법정 요건만 충족하도록 최소화한다거나 하는 방법도 쓰인다.
이런 식으로 치열하게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있어야 항공운임을 낮출 수 있고, 수익도 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없는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은 진정한 저비용항공이라 부르기는 힘들다. 일반 항공사 수준의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 눈높이에 맞출 수 밖에 없는 현실과 타협한 약간 저렴한 항공사(?) 수준 정도라고 밖에는.... ^^;